난 아직 카톡이 편한데... 통화는 좀 더 편해질 때 하는 거 아닌가?
"연어야! 그분 언제 또 만나기로 했어?"
"아직... 만나서 뭘 해야 될지 정하고 연락을 해야 될 것 같아서..."
'낯설다. 연어가 고민하고 있는 저 모습이...'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느껴지는 건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연애를 시작하는 것 같은
연어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었나 보네?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
"아니야. 그냥 뭐 그렇다는 거지. 내가 언제 좋다고 했어? 그냥 뭐..."
계속 연어는 평소 모습과 다른 낯선 모습을 보여준다.
'이 녀석! 부끄러워할 줄도 아네? 왠지 놀리는 재미가 있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까?'
계속 옆에서 놀리려고 했지만, 진중한 연어의 표정을 보니 그럴 수는 없었다.
"연어야! 이번에는 꼭 잘 됐으면 좋겠다! 파이팅!"
그 한마디를 던지고 연어와 헤어졌다.
퇴근 후, 여느 때와는 다르게 연어는 휴대폰을 손에서 떼어놓질 못한다.
'뭐 하지? 어디서 만나는 게 좋지?'
'아... 진짜 연애하는 사람들은 어디서 매일 만나는 걸까? 어딜 가서 그렇게 맛있는 걸 먹을까?'
궁금했다. 진심으로...
연어는 맛집을 즐겨 찾아가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녀서 좋은 데이트 장소도 많이 알고 있지 못하다.
집에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는 소위 '집돌이'다.
이런 연어에게 두 번째 만남은 큰 숙제였던 셈이다.
검색 또 검색을 했다.
'물어볼까?'
'에이... 아니야. 그럼 또 누구랑 만나는지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물어볼게 뻔한데...
그 대답하는 게 더 귀찮을 듯.'
'다시 한번 찾아보자!'
'그래! 책 보는 걸 좋아한다고 했었고... 조용한 곳을 즐긴다고 했으니...'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그녀의 집에서도 멀지 않은 장소를 발견했다.
ㅇㅇㅇ미술관!
사실 연어는 미술관 같은 곳을 가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물론 취향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왠지 그곳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 이쪽은 어떤지 한 번 물어보자'
잠시 후...'카톡!'
'오에! 좋아한다고 했으니 그럼 됐으!'
다행히 연어가 고른 장소가 그녀 또한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렇게 다음 주말에 만나는 걸로 약속을 정했으나...
잠시 후... 다시 그녀에게 카톡을 보낸다.
'카톡'. 답장을 받았다. 응답이 생각보다 빨리 와서 연어도 내심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좋아요! 사실 아까 얘기했었던 곳은 며칠 전 언니랑 다녀온 곳이기도 해요."
"연어씨 처음 가보는 곳 같기도 하고, 한 번 더 간다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했어 가지고..."
"그런데 ㅇㅇ산성이 더 좋은 것 같네요. 축제도 있다고 하니깐."
연어가 금세 데이트장소 변경을 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녀의 반응이 좋은 걸 보니 꽤 좋은 장소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오! 짜식! 쫌 기특한데? 안 시켜도 잘하고 있구만!'
주말이면 아직 3~4일 정도가 남은 시간이다.
연어에게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날 만남 이후에 서로 연락은 주고받아? 통화는 해봤어?"
"응? 통화?"
'이 반응은 뭐지? 그날 좋게 잘 만났다고 했으면서... 아직 통화는 못했다는 건가?'
"그냥 카톡만 주고받는 거야?"
"응... 이제 겨우 한 번 봤는데... 통화는 좀 이르지 않아?"
"으이구! 답답아! 통화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아니, 괜히 전화하다가 중간에 말 끊기면 뻘쭘하기도 하고... 내가 그렇게 말을 잘하는 편도 아니니..."
"그냥 카톡으로 하면 더 편하니깐..."
이해해야 된다. 내가 뭐라고 옆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건 연어의 연애다. 연어만의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그래. 하긴 니가 편하게 하는 게 제일이지. 나만의 방식이 있는 거고, 넌 또 너만의 방식이 있으니!"
"그런데... 한 번 만나고 나서 보통은 바로 연락을 하는 게 맞아?"
"음... 보통이라고 하기에는 잘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서로 좋은 감정이다 생각이 들면 바로 연락
하는 편인 것 같아. 그래야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으니깐."
"빨리 가까워질 수 있다고... 그럴 수도 있는데 아닐 수도 있으니깐..."
괜히 말을 꺼냈나 싶었다. 연어가 또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연어...
또 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린다.
'어떻게 하지? 카톡을 보낼까? 전화를 해볼까?'
지금 시간은 저녁 9시.
'너무 늦었지? 이 시간이면 퇴근해서 씻고 밥 먹고 잘 시간이겠지?'
'그래... 너무 서두르지 말고 나만의 스타일대로 해보자!'
그렇게 연어는 전화 대신 어제와 같이 카톡으로 안부를 묻고 인사를 대신했다.
'아마 그녀도 이 시간에 전화보다는 카톡이 편하다고 생각하겠지?'
사소한 것 하나에서 열까지 연어는 신경이 쓰이나 보다.
좋게 생각해 보면 '배려심이 많은 연어'로 볼 수 있겠지만...
또 한 편으로는 '너무 생각이 많은 연어'라고도 생각이 든다.
'연애할 때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건데...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제일인데...'
그렇다고 이 얘길 내가 대놓고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연어가 밥을 같이 먹자고 했다.
평소에는 퇴근하고 술은 같이 마시지만, 점심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같이 먹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지? 그새 잘 안된 건가?' 불안함마저 들었다.
"갑자기 웬 점심?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점심 한 번 먹는데 꼭 일이 있어야 돼?"
"하긴... 너랑 내 사이에 무슨 일이 없어도 먹을 수 있는 게 점심이긴 하지..."
"제발 당분간 연어 너랑은 술 마실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부디 이번에는 잘 되길 바란다!"
연어가 연애를 실패하는 일이 생기면 꼭 나와 같이 술을 하는 습관이 있기에...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일부러 힘을 주어 말했다.
"다른 게 아니고... 이번에 ㅇㅇ산성에서 만나기로 했거든. 거기 축제도 한다고 해서..."
"그런데 내가 거기 한 번 가보긴 했는데... 아시다시피 맛집이나 이런 걸 잘 몰라서 그런데 니가 아는 곳
있으면 소개 좀 해줄래?"
"짜식! 그런 거면 벌써 물어봤어야지!"
이럴 줄 알고 미리 양식, 한식, 일식, 중식 순으로 맛집을 다 검색해 두었다.
연어에게 식당마다 어떤 특색이 있는지, 주메뉴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언제 이런 걸 다 검색했어? 진짜 대단하네."
"이런 고민이 있으면 형한테 빨리 물어봤어야지! 한 방에 해결해 줄 수 있는데..."
"이거 때문에 계속 고민하고 있어던거였어? 그럼 지난번에는 고기에 소주를 한 잔 했다고 했으니깐
이번에는 좀 파스타 쪽으로 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때?"
"응? 그래. 그럼 추천 좀 해줄래?"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곳을 안내해 주며, 예약까지 도와줬다.
덕분인지 몰라도 간만에 연어의 수줍은 옅은 미소도 볼 수 있어다.
드디어 토요일이 다가왔다.
'내가 긴장이 되는 건 뭐지? 이 녀석 잘해야 될 건데...'
그렇게 연어의 데이트가 잘 되기를 기도했다.
약속 시간은 저녁 5시. 지금은 오후 12시.
벌써 분주한 연어. 10시부터 일어나 서두르는 연어다.
'이게 나은가? 아니다... 저녁이고 좀 걷다 보면 추울 수도 있으니깐 이걸로 입을까?'
패션쇼도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 좁디좁은 방에 여기저기 옷이 흩어져 있고, 거의 난장판 수준이다.
결국 선택한 옷은 청바지에 재킷이었다.
약속장소까지 도착을 하려면 최소 2시간 전에는 출발해야 했다.
오후 2시.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집을 나서는 연어.
뭔가 비장한 마저 느껴진다.
전쟁터에 나가는 건 아니겠지?^^;;
첫 번째 만남 이후, 두 번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로 향한다.
설마... 나가서 그녀에게 물어보는 건 아니겠지?
'저 혹시... 이제 카톡 말고 전화해도 괜찮을까요?'ㅋㅋㅋㅋㅋ
여전히 물 밖에 내놓은 것 같은 우리 연어.
연어야! 운전 조심하고 즐거운 데이트되길 바라!
수줍음이 많은 내 친구 연어.
조심성이 많은 내 친구 연어.
그래서 더 연애가 어설픈 내 친구 연어.
제발 부탁인데...
그 질문만은 하지 말기를 바랄게! 연어야!
'혹시 앞으로 전화해도 될까요?'라는...
그럼 다음 편에 또 이어갈게요! 연(애는) 어(설픈 아이)의 소개팅 많이 응원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