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버킷리스트... 파스타 보단 삼겹살이 어때요?ㅎㅎㅎ
소개팅녀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기 시작한 연어!
뭔가 불편했다.
'앉은 자세를 어떻게 해야 되지? 다리를 꼬아야 되나? 팔짱을 껴도 되는 건가?'
'팔짱을 끼고 앉으면 건방져 보이려나?'
앉는 자세 하나하나 다 신경이 쓰이는 연어였다.
"연어씨! 오시는데 차 안 막혔어요?"
한창 자세를 어떻게 앉는 게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연어에게 그녀가 질문을 해왔다.
"네? 아.. 좀 일찍 출발해서 괜찮았어요. 오실 때 버스 갈아타셨다는 것 같은데... 여기서 집이 멀어요?"
'오!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질문을 이어간 듯...ㅎㅎㅎ'
소개팅녀의 질문에 스스로 잘 이어갔다고 생각한 연어는 혼자 뿌듯함을 느꼈다.
"아... 여기서 집까지 30분 정도 걸리는데... 평소에는 운동삼아 조깅도 하는 곳인데 오늘은 옷이랑 이것저것 신경을 쓰다 보니...ㅎㅎㅎ"
오랜만에 나온 소개팅이었지만, 연어는 제법 대화를 잘 이끌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질문은 거의 Classic 한 수준이었지만...
"좋아하는 건 뭐예요?"
"직장은 재밌어요? 주로 하시는 업무가 뭐예요?"
"우와! 거리가 꽤 먼 것 같은데, 아침에 출근하는데 불편하지 않으세요?"
"혹시 MBTI는 어떻게 되나요?"
"주말에는 평소 어떤 거 하세요?"
"좋아하는 음식은? 술은 잘 드세요?"
"가족은 어떻게 되세요?"
'과연 정말 연어의 생각대로 대화가 잘 이끌어 갔던 건 맞았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물론... 당사자가 그 분위기를 제일 잘 아니깐... 믿는 수밖에...
아님 그 소개팅녀가 고전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잘해줬으니 연어도 계속 이런 질문을 한 거겠지..ㅋㅋㅋ
어쨌든 연어가 오랜만에 나간 소개팅 후기에 대해 일단 만족감을 표시했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연어의 질문에 소개팅녀는 조목조목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특히, 얘기를 나누던 중 서로 비슷한 부분이 있어 좋았다고 했다.
둘 다 내성적인 성격에 사람들을 만나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음... 이건 연어에게 관심이 없다는 표현을 돌려서 말한 건 아닐까?'
'이걸 듣고 비슷한 성향이라 좋아했다고?'
'뭐 일단 그 당시의 상황이란 게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겠다.'
가족은 연어와 똑같이 막내라고 했다. 서로 비슷한 나이대(소개팅녀와 3살 차이)였기에 이야기를
하는데 딱히 막힘 거리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연어가 걸려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건 소개팅 나가기 전부터 생각했던 부분이지만...
그건 바로 종교였다.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이기에 특정 종교에 대해 좋고 싫고의 의미를 나타낸 것은 아닙니다)
연어의 집안은 불교를 믿고 있었지만, 딱히 절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었다.
그냥 특별한 날이나, 아니면 생각이 날 때 한 번씩 가는 정도의 수준... 거의 무교에 가까운...
반면, 소개팅녀는 기독교를 믿는다고 했다.
일요일... 그녀에게는 주일에는 항상 교회를 나가야 했고, 시간이 되면 수요예배도 다닌다고 했다.
'음... 주말에도 매번 나가시는구나... 그럼 혹시 주말 데이트는 어떻게 하지?'
"혹시 일요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교회를 나가셔야 되나요?"
"네! 그래서 가급적이면 약속을 토요일에 잡는 편이에요. 일요일에는 교회를 다녀와서 쉬려고..."
"그럼 상대방이 교회를 안 나가도 상관이 없으세요?"
"네. 괜찮아요. 저희 부모님도 아버지는 교회를 안 다니시고, 어머니만 다니세요. 그래도 딱히 문제는
없으신 것 같더라고요. 저도 강요는 안 해요."
'휴~ 이건 다행이네.'
연어는 어린 시절 아시는 분을 따라 교회를 다녀봤지만, 뭔가 맞지 않았는지 그 이후부터는 딱히 교회를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완강하게 거부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작은 여지는 있는 것 같았다.
소개팅녀는 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전 주말에 아니 시간이 생길 때면 혼자 도서관에 가는 걸 좋아해요. 거기 가서 책도 보고, 밥도 먹고."
"연어씨는 책 보는 거 좋아하세요?"
그 질문에는 고민이 됐다. 여기서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어떤 책을 좋아할지 물어볼 거 같았고...
딱히 최근 읽어 본 책이 없기에, 책을 좋아한다는 게 거짓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렇다고 책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긴 한데...
여기선 보다 정직한 게 답인 것 같아서 연어는...
"책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많이 읽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글 쓰는 건 좋아하는데..."
"네? 글을 쓰세요? 어떤 거 주로 쓰세요?"
눈을 똥그랗게 뜬 그녀가 호기심 강한 표정으로 다시 질문을 했다.
'헉... 내가 잘못 말했나?'
"아... 그냥 제 생각 같은 거 조금... 아직 정식으로 글을 쓰는 건 아니고요..."
그랬다. 연어는 작가를 꿈꾸고 있는 지망생(?) 까지는 아니더라도 글에 대한 꿈이 있었다.
"아직 구상 중에 있어서 제대로 얘기하기는 어렵네요."
"아! 전 글 읽는걸 대게 좋아해서 연어씨 글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네. 나중에 진짜 쓰게 되면 한 번 보여드릴게요. 부끄럽네요."
'이 분은 글에 진심이셨구나! 괜히 책 좋아한다고 얘기 안 하길 잘했네! 휴~'
그렇게 한참을(?) 얘기했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2시간이 채 흐르지 못했다.
'흠... 시간이 애매한 거 같은데... 이대로 집으로 가시려나?'
'혹시 저녁 먹자고 하면 거절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말을 꺼내야 될지 연어의 머릿속이 차츰 복잡해져 갔다.
슬쩍 시계를 살펴본 후...
"혹시 배 고프지 않으세요? 괜찮으시면 저녁 같이 드시고 가실래요?"
두근두근...
'차를 먼저 마시러 왔으니, 마음에 들면 저녁을 먹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집으로 간다고 하겠지?'
출발 전부터, 장소에 대해 의아해했던 부분이 다시 떠올랐다.
"네! 좋아요. 그런데 이 근처에 먹을 만한 곳이..."
그녀의 대답은 Ok!
'예쓰! 됐다! 일단 내가 나쁘진 않는다는 의미겠지?' 연어는 그녀의 한 마디에 들뜨기 시작했다.
"그럼 제가 한 번 찾아볼게요. 이 근처 오다 보니 거의 장어, 삼계탕 이런 것 밖에 없긴 하더라고요."
이 주변이 외지에 떨어진 곳이다 보니... 주로 보양식 같은 음식점들이 많았다.
처음부터 그런 곳으로 가기에는 메뉴도 그렇고, 위치도 애매하긴 했다.
그래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어에게는 한 가지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소개팅을 하면 보통 처음에는 파스타 같은 음식을 먹는 게 주로 코스지만, 연어는 그런 장소가 숨이
막히고 답답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전 경험들에 의해 느껴진 거지만...
그래서 소개팅을 할 때, 연어는 이런 장소보다는 소주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삼겹살' 데이트를 해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다고 지난번 얘기한 적이 있었다.
"혹시 고기 괜찮으세요? 술 한잔 같이 하실래요?"
"근처에 있어요?"
"아니면... 혹시 댁 근처에 제 차를 타고 가서 드실래요? 그럼 더 편하실 것 같은데..."
"좋아요! 그럼 제가 아는 곳으로 가시죠!"
그렇게 연어는 소개팅녀를 태우고 그녀의 집 근처로 이동을 했다.
'오~ 이건 좋은 징조인가? 이 분도 나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거 맞지? ㅎㅎㅎ'
'연어 아직 쏴라 있네!"
(과연 연어의 생각대로 '쏴라 있는 게 맞는 건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아직 끝이 아니니...ㅎㅎㅎ)
20분 정도 운전을 하니 목적지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갈비 집이었다. 원하던 삼겹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이 소주 한 잔 마실 수 있었다.
'그래! 이게 으른들의 소개팅이지.'ㅎㅎㅎ
'긴장도 플리니깐 말이 더 술술 나올 것 같네. 대신 긴장감은 늦추지 말자!'
주문을 하고 소개팅녀는 잠깐 화장실에 갔다.
그 사이 주인분이 고기를 구워주시면서...
"여자친구예요?"
'잉? 여자친구? 그렇게 보이셨나? ㅎㅎㅎ'
그냥 웃었다. 굳이 아니라고 밝힐 이유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녀가 자리에 없었기에 굳이 더 말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다는 그녀였지만, 그날은 연어와 함께 맥주 한 병을 같이 마셨다.
연어는 소주... 소개팅녀는 맥주...
(첫 만남에 각각의 주류를... 흠... 연어 말대로 진짜 좋은 분위기가 맞았겠지?ㅋㅋㅋ 심히 걱정이 들긴 했다)
그렇게 저녁까지 먹고 이제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술기운이 장착한 탓이었는지, 연어에게도 처음보다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소개팅녀에게 먼저 애프터 신청을 했다.
"혹시 괜찮으시면 다음에 한 번 더 만날 수 있을까요?"
"네! 좋아요. 그렇게 해요!"
술을 마신 상태였기에 바래다줄 수는 없었고, 다행히 집 근처였기에 혼자 귀가도 가능했었다.
이렇게 연어의 소개팅 첫날, 만남은 끝이 났다.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애프터 신청이 받아들여진 걸 보면 생각보다 연어가 잘하고 온 것 같았다.
다행이다. 이번에는 발전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상대를 만날 수 있으려나?ㅋㅋㅋ
물가에 내놓은 애 마냥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가져보면서...
그녀와의 두 번째 만남은 다음 회차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소개팅 후 연(애는)어(설픈 아이)는 혼자 들떠 있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습니다.
'잘 되는 것 같애. 그녀도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과연 연어의 말대로 그 결말은 달콤하게 끝이날 수 있는 걸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