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 난 나를 배신할 수 있어! 그러니 날 믿지 마!
문득 오늘 아침 휴대폰 알람 소리를 듣고 한참
뒤척이다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6시 55분...'
이 시간을 본 뒤 이어진 행동은?
아니 행동에 앞서 먼저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휴... 또 망했다! 이 시간이 아닌데...'
'오늘도 역시 틀렸으니 내일부터 다시 시작!'
이런 마인드...
'쿨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한번 도전을 해야지
라는 긍정적인 자세로 봐야 되는 건가?'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냥 하기 싫음을 억지로 돌려서 말하는.
아니 하기 싫다는 것에 대해 내색하기 싫어하는.
전혀 잘못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러한 행태를 늘상 반복해 오고 있는 것 같다.
아니 반복하고 있다.
잠들기 전, 만반의 준비(?)를 해둔다.
그리고 살짝 들뜬 기분도 느낀다.
작은 설렘도 함께.
남들보다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으면 왠지 옅은 미소도 머금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내 모습이 뿌듯하고 대견스럽게 느껴지기에...
그러나 이 느낌은 오래가지 못한다. 가질 수 없다.
불과 몇 시간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의 설렘과 두근거림은 어느 한쪽 구석으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냥 잠들어 버린다고 하는 게 솔직한 표현인 것 같다.
눈을 떠보면 아니... 첫 번째 알람을 듣는 순간부터 이미 계획은 수포로 들어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음... 아직 이르네! 그럼 10분만 좀 더 누워 있다 일어날까? 이제 알람도 듣고 눈을 떴으니 오늘은 성공!'
나름 정신이 말똥말똥 해졌다고 생각하면서 이불속에 얼굴을 파묻고 잠시 누워있다.
'나는 지금 자고 있는 게 아니다! 개운한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
혼자서 주문을 외운다.
'10분이면 다시 알람이 울리니깐 그때 꼭 일어나야지!'
그러나... 이게 웬걸?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알람 소리는 분명 귓가에 들렸다. 들린 것뿐만 아니라 속으로 수차례 외쳤다.
'이제 일어나야지! 일어나자!'
몸 따로, 마음 따로...
두 개의 휴대폰에서 수차례 알람 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그때마다 내 손도 바쁘게 움직였다.
5분, 10분 간격으로 알람 소리가 시작되면 그와 동시에 난 끄기 바빴다.
그리고 또 속으로 생각한다.
'음... 아직 00시 00분...'
'어차피 지금 일어나도 글을 쓰기에 시간은 부족한 것 같고... 운동을 하기에도 안 되겠고...'
'에이! 그럼 낼 다시 해야지. 오늘은 또 실패네...'
'어쩔 수 없다!'
거의 매일 이렇게 반복되고 있다. 물론 어쩌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제대로 지켜나갈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연결성을 가지진 못했던 것 같다. 하루 건너 하루...
하다못해 작심삼일도 요즘엔 힘든 것 같다. 작심삼일이라도 했으면 최소한 3일은 이어나갔다는 말인데...
왜 이런 걸까?
아침부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솔직히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글을 쓰건, 운동을 하건, 독서를 한다는 건 누군가 정해 준 일은 아니다.
더욱이 돈과 연결된 것도 아니다. 이것들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급여가 공제되는 일은 없기에.
다시 말해, 강제적 아니 의무를 가지고 해야 되는 행위가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말 그대로 자유의지에 맡기는 행동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말했던 것처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이 정도 것들에 대해서
고작 하지 않았다고 해서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걸까?
그리고 거창까지는 아니더라도 왜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면서 까지 계획을 세웠을까?
결론은 간단한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이니깐.
재밌는 일이니깐.
잘못한다고 혼나지도 않고, 실수했다고 욕 듣는 일은 없으니깐...
해놓고 나면 뿌듯함도 느낄 수 있는 일이니깐.
그래서 행동은 그렇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기를 쓰면서 하려는 것 같다.
못하면 스트레스받는 건 당연한 일일테고...
그런데 또 하나 궁금한 건...
이렇게 재밌고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하면서... 왜 또 실천은 그렇게 못하는 건데?
그 이유는 뭔데?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난 항상 큰 그림... 아니 완성된 그림만 바라보고 뿌듯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쉽게 예를 들어 보면...
하루하루 글 쓰는 연습을 해나가다 보면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알 수 있을 것이고...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남들처럼 출간도 하겠지?
결국 결론은 출간이라는 허울만 좋은...
물론 출간이라는 목표를 가지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진짜 글을 쓰는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출간이니깐.
여기서 중요한 건 난 출간까지 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단계인 한 편의 글을 쓰는 과정은 온데간데없고
좋은 결과만 바라는 경향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 하나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탄탄한 이야기들이 잘 구성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 이야기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건너뛰려고만
하고 그냥 책이 완성되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꼭 글뿐만 아니라 운동도 마찬가지...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 건강한 체력을 꿈꾸고 있으면 늘 뿌듯해진다. 생각대로만 하면 할 수 있겠지?
그런데 현실은...
늦잠을 자서, 날씨가 추워서, 약속이 있어서, 귀찮아서... 이런저런 핑계로 일주일 내내 운동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툭 튀어나온... 아니 축 늘어진 뱃살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다시 어제 실패한 것을 잊고 새로운 계획을 짠다. 보다 현실성 있게.
'이 정도면 지켜 나갈 수 있겠지?'
다시 뿌듯함이 밀려온다. 설렌다.
내일 멋들어지게 강변을 뛰고 있을... 고글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물론 이 역시도 상상에서만 끝나는 일이 허다했기에 더 이상 긴말 하진 않을 예정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상상을 하고 있다.
내일은 다르겠지? 달라져야지...
그런데 하나 바뀐 건 분명 있다.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렇게 아침에 생각했던 글을 쓰고 있다는 점.
분명 퇴근하면서 결심한 게 있었다.
'오늘부터라도 퇴근해서 자기 전까지 TV 앞에만 있지 말고, 글 한편이라도 꾸준히 올려보자!'
다행스럽게도 이 약속은 그래도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적고 나면 마무리가 될 수 있기에...
작심삼일... 솔직히 브런치를 하면서 이러한 류의 글을 몇 번씩 적은 것 같다.
글이 안 써지거나 스스로 다짐한 바를 잘 지키지 못했을 때 거의 이런 종류의 다짐을 해온 것 같다.
그리고 브런치에 이런 주제로 글을 써 봐야지 생각하며,
요일을 지정하여 올리는 작품도 시작해보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아직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와의 약속인 동시에... 물론 많지도 않겠거니와 거의 없을 수도 있지만
브런치에서 늘 하는 '독자와의 약속'을 너무 쉽게 어겨온 것 같다.
그래서 찝찝한 마음이 늘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보거나...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을 관찰해보고 있자면...
솔직히 부러운 것들이 것들이 너무 많게 느껴졌다. 그냥 내가 못하는 것들은 다 그렇게 생각된 듯.
그때마다 내가 사용해 온 소위 방어기제는...
아마도 '회피'와 '자기 합리화' 정도가 아닌가 싶었다.
썩 긍정적인 방어기제는 아님이 단어 자체에서도 느껴지는 듯하다.
분명 난 이 일들을 지금 못했을 뿐이지... 내일이든 모레든 언젠가 할 거니깐...
크게 걱정 없다고 생각해 왔었다. 오늘 아침까지도.
그런데 이젠 조금 달리 마음먹어봐야겠다.
너무 완성된 퍼즐만 생각하지 말고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한 조각 한 조각 찾아서 잘못 끼워 맞춰 보기도 하고,
연달아 올바른 조각을 찾아서 끼워 맞춰보는 경험을 키워야겠다고...
물론 퍼즐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퍼즐을 완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누구나 퍼즐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래도 그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 지금처럼 매일매일을 후회로 보낸다면 더 힘들지 않을까?
아직 인생의 절반도 살지 못했는데...
이렇게 결심해 놓고 분명 내일이면 또 오늘 같은 하루가 반복될 수 있을 것이다.
습관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건 아니기에...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이틀, 삼일.... 닷새.... 열흘이 지나면 그 안 바뀌던 습관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작은 기대감을 가지고
학창 시절 이후... 어머니를 대신해서 나의 아침을 깨워 주는 그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