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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는 사람들은 어떤 죄를 지어야 가는 걸까?
'신과 함께'라는 영화를 보면...
죽은 사람들이 사신을 따라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되고...
그곳에서 또 한 번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사람들은 만나게 된다.
여기서 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들은 천당으로 가게 되어 이제까지 못 누려본 행복한 삶(?)을
평생 누리게 될 테고... 물론 죽어서 행복한 삶을 누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직 경험을 못 해봐서 전혀 감이 오지 않지만....
어쨌든 행복할 수 있다는 건 살아서나 죽어서나 좋은 일이니깐...
그리고 또 한 부류는...
악마... 불가마... 암튼 상상도 할 수 없이 괴롭고 무서운 지옥이라는 곳으로 떨어지게 된다.
참 내가 글을 쓰면서도 웃기다고 생각이 드는 건...
천당에는 가게 된다라고 표현을 했지만, 지옥은 떨... 어... 진... 다...
저 말 한마디만 듣더라도 지옥에 대한 이미지는 별로 가기 싫은 곳(?)이라는 것을 한 번에 직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 옥...
그런데 왜 갑자기 뜬금없이 천당과 지옥이냐고?
잘 익은 것도 아니고 거무튀튀한 점들이 듬성듬성한 바나나 사진을 떡하니 띄워놓고는...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들지 않을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러니깐.
그럼 이 사진은 어떤가요?
요즘 시즌2로 돌아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할 어느 유명 인사의 냉장고는 분명 아닐 테고...
예상하셨다시피 필자 소유의 냉장고가 맞다! 그런데 뭘 이렇게 당당하게 열어젖힌 사진을 올리냐고?
'그래도 생각보다 잘 정돈된 냉장고 같지 않나?'ㅎㅎㅎ
40대 중반의 남자의 냉장고 속이다.
문 아래쪽 칸에는 매일 한 병씩 마시기 위해 주말마다 사과, 당근, 양배추, 파프리카를 갈아 주스를 만들어 놓는다. 월, 화, 수, 목, 금, 토요일까지 마실 수 있게.
그리고 위쪽에는 우유, 보리차, 잼, 소시지, 마늘...
그리고 안쪽에는 콜라, 어묵, 양배추, 김치, 딸기, 닭고기, 식빵, 모닝빵, 달걀...
그나마 지금 상태가 많이 비운 상태이다.
최근 들어서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도시락을 사 다니고 있다. 돈도 돈이고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이 가끔은
물리기도 해서, 형편없는 솜씨이긴 하지만 있는 반찬과 계란 프라이를 밥 위에 살짝 덮어 주면 그야말로 완전 맛있는 점심이 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매일 싸면 물릴 수 있기에 격일로 정했다.
그리고 도시락을 싸다니게 된 이유는 또 하나가 있다.
식당 음식이 물리는 이유 보다 더 중요한 것...
바로 앞에서 언급한 천당과 지옥과 관련이 있는데... 바로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도시락을 싸기로 했다.
무슨 얘기냐고?
옛말에... 음식을 남기고 버리면 지옥에 가서 그동안에 버린 음식을 다 먹게 된다는 말이 있다.
'아... 나 나중에 지옥 가면 서장훈보다 더 크게 되는 거 아닌가?'
씁쓸하지만 전혀 실현 가능성 없는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그동안 꽤 많은 음식물을 버린 것 같다.
맛이 없어서.. 배가 불러서 불러 남겨서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것보다 욕심을 많이 부려서 버린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욕심? 뷔페 가서 안 먹을 음식을 여러 접시 챙겨 왔냐고?
아니.. 그런 의미의 욕심은 아니고... 물론 그런 경우도 전혀 없진 않았지만...
어린 시절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꿈이 요리사 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여건만 되면 음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맛은 보장 못하지만...
이 전에는 사람들을 집에 초대해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아! 샛길로 새는 듯한 느낌이...
음식을 손수 하다 보니...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분명 혼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인분 보다 많은 양의 재료를 산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생각에..
그리고 분명 소량으로 해서 다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한 번 만들면 냉장 보관해서 며칠 동안
밑반찬으로 해서 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꽤 많은 양을 준비해 둔다.
음식을 만든 날 그 순간에는 손이 잘 간다. 왜냐하면 기분도 좋고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을 보면 입맛을
더 돋우기에...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음식들은 냉장고에서 밖으로 얼굴을 들이밀 시간이 잘 없어진다.
회사의 회식, 배달 음식, 갑작스러운 다이어트... 말도 안 되는 핑계들이 생겨나면서 음식들은 냉장고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게 되고 시간은 점점 지나게 된다.
일주일... 그래 이 정도는 봐줄 수 있다.
어차피 혼자 먹을 음식이기에... 상한 것만 살짝 피해 주면 되니깐...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상한 것은 둘째치고 냄새와 음식 상태가 육안으로 봐도 분명 변해져 있다.
입 안으로 욱여넣기에는 이미 늦었다.
피 같은... 돈은 물론이고 시간을 투자하면서 까지 만든 음식들인데...
또 죽여서 보내야만 한다. 저 뜨거운 열 속으로...
하나하나 확인하여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녀석들을 음식물 쓰레기 통 안으로 넣게 된다.
그리고 뚜껑을 닫고 버튼을 누른다.
'아.. 저 목소리는 왜 저렇게 맑게 설정되어 있지? 버린다는 건데...'
그렇다. 저 기계는 음식을 처리하는 기계가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기계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니 당연히 경쾌할 수밖에...
내가 저 기계의 용도에 맞게 활용하지 못해 기분이 나쁜 것일 뿐인데...
매번 남긴 음식을 보면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내가 준비하고, 주문하고, 먹고 싶은 음식에 한해서...).
분명 배가 고팠고, 다 먹을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 준비한 건데...
또 버린다. 또 남겼다.
생각보다 입이 짧은 편이다. 모양이 이상하게... 징그럽게 변하면 입맛이 떨어진다.
음식이 생각했던 것보다 식어도 손이 잘 안 간다.
분위기에 따라서도 그렇다.
암튼 이런저런 이유로 가리는 편이다.
그래서 음식을 많이 남기는 것 같다.
어쩌면 나중에... 아주 먼 나중에
사후세계로 가게 되어, 그 무서운 곳으로 가게 된다면...
아마 그 세게에서 가장 큰 사람이라고 기네스북에 올라갈 수도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먹어야 되는 건 아닐까...
특히 난 바나나...
색깔이 변하고 흐물흐물해지면 이상하게 손이 안 가서 버린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서 가급적 바나나를 살 때는 처음부터 덜 익은 바나나를 사는 편이다. 천천히 익으라고...
여태껏 바나나 뭉치를 사다 놓으면 진짜 혼자서 다 먹어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에도 자신은 없다. 이미 색깔이 너무 변해버렸기에...
옛날 노래 중에... 노래라고 해도 되는가?
아마 이 문장에 리듬이 붙여지는 분들은 분명 연배가...
어쨌든 진짜 걱정되는 건...
지옥이라는 곳에서 형벌을 받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길고 뚱뚱해지는 내 모습... 상상도 하기 싫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사서, 가급적이면 다 처리하자는 목표가 생겼다.
물론 맛있게... 영양소도 골고루...
이렇게 하면 현생에서는 조금이나마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