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학생! 이라고 불렸었던 시절이.... 쫌 그립긴 하네.
정말 전 괜찮은데...
혹시나 선생님이 나중에 당황해하실까 봐... 민망하고 괜히 미안해할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진짜 전 아무렇지 않은데...
그래도 알고 계시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는 거예요.
보기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직 저 한 번도 결혼 안 해 본 Born To The Rear 총각입니다.
미혼이라고요!!!(절대 화난 표현 아닙니다...^^)
왜 이런 글을 적었냐구요?
이제 40대 중반이 된 저를 보면 사람들은 당연히 결혼을 했겠거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더라구요.
이렇게 생각하시는 대부분은 거의 제 나이만 대충 알고 계신 직장동료나 사회에서 만난 분들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간에 대화가 오고 가는 과정을 거쳤고, 커피와 밥을 한 번씩 먹어 본 관계가 된 이후...
이제 좀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면 조심스럽게 시작되는 호구조사...
"대리님 결혼하셨죠?, 애기는 몇 살이에요?"
첫 번째 질문에 답하기도 전에 연달아 탕! 탕! 두 가지 연속 공격을 받아 본 경험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쑥스럽고 부끄러웠었죠.
'아... 이 나이를 먹도록 왜 아직 정해진 과업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을까?'
'무슨 하자가 있는 건가? 아님 이 전에 사귄 분들 가운데 누군가 나에게 저주를 퍼부었나???'
별 희한한 상상까지 해 본 적도 있긴 했지만... 이제는 이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어요.
그냥 무덤덤하고, 오히려 그 질문을 한 사람에게 순간적인 연민이 느껴지더라고요.
'어떡하지?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저 사람이 덜 민망해할까?'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일상적으로 던진 질문 일건대... 실수했다고 미안해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지가 언제부터인지는 명확하진 않지만...
이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주변인들 중에서는 아직도 가끔 결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품거나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제일 곤란한 질문 중 하나는...
"왜 아직도 결혼 안 했어요?", "혹시 비혼주의에요?"
....................................................................................................
'이러한 질문에는 어떻게 답을 해야 제일 올바른 답이 될 수 있을까?'
'결혼... 처음부터 안 할 생각은 없었어요. 어쩌면 전 20살 군 입대 시점부터 결혼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삼 남매 중 누구보다 먼저 결혼을 꿈꾸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현재 혼자만 미혼상태죠."
"다시 말하면 결혼을 안 한 게 아니라 정확히는 못하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그로부터 20년이 더 지난 시점이고.. 이제는 혼자가 편한 탓인지 결혼을 안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어요."
이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일 것 같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놉! 전 비혼주의는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제는 결혼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결혼을 필수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인연이 생겼는데 결혼을 막무가내로 안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구요. 그냥 억지로 비혼을 내세우고 있진 않다는 거죠."
글을 적다 보니 약간 인터뷰 형식이 된 것 같은데... 아마 결혼에 대한 지금으로서의 가장 솔직한 답변이 아닐까 싶다.
아...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또 산으로 향하는 글이 되고 있는 듯...
다시 앞부분의 내용으로 다시 돌아와 보면...
'정말 전 괜찮은데...'라고 뒤 부분을 줄여놓았는데, 이 줄임말의 솔직한 의미는 따로 있어요.
'정말 전 괜찮은데, 다른 게 아니라 진짜 한 번만 물어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센스만 있었다면 금방 눈치챘을 텐데... 민망하실까 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요.
지난 설 연휴...
조카들에게 옷 선물을 사주고 싶어 매장에 들른 적이 있었어요.
"어서 오세요!"
친절하고 상냥한 말투의 매장 직원인 듯했어요.
"뭐 찾으시는 옷 있으세요?"
"아니요. 일단 혼자 좀 봐도 될까요?"
원래 물건을 살 때 누군가 옆에 있으면 뻘쭘하고 불편한 성격이라 혼자서 고르는 타입이라, 친절한 점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옷을 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조카들의 사이즈와 맞는 옷이 있는지 궁금해 점원에게...
"혹시 이 옷은 사이즈가 어떻게 될까요?"
"아! 손님이 입으실 건가요? 프리 사이즈에요!"
"아니요. 제가 입을 건 아니고... 초등학생인데 95정도?"
"아! 아드님 옷 사는거에요?"
"아버님! 이 옷은 어때요? 이거 요즘 잘 나가는 스타일인데..."
......잠시 정적.....
"아니요. 조카 선물주려구요."
"아... 넵!"
그리고 잠시 후, 점원에게...
"사장님. 혹시 여자애가 입을 만한 사이즈가 있을까요? 초등학생이랑 중학생인데..."
"아! 이번에는 따님들 옷인가요?"
...... 또 한 번의 정적......
"음... 아니요. 또 조카들인데..."
"아... 네..."
그리고 옷을 다 고른 후, 계산대로 향했죠.
"옷은 다 고르셨나요? 이제 계산하면 될까요?"
"네. 계산해 주시면 됩니다!"
"그런데 아버님! 이 후드티 속에 흰 티 받쳐 입으면 좋은데... 저희가 같이 사면 세일도 해드리고 있어서..."
'아... 또 아버님이래... 조카들 옷이라고 그만큼 얘기했었는데...'
'나 그렇게 늙어 보이나?'
'아닌데... 가끔은 30대로 봐주시는 분들도 더러 계신데...'
'아버님'이라는 말 한마디에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지요.
어쨌든...
그 점원의 잘못은 아니라고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고 머릿속을 정리했었죠.
왜 그 점원의 잘못이 아니냐고요?
전 절대 동안이 아닙니다.
누가 봐도 40대(아니 가끔은 30대로 봐주기도 한다지만 그래도 아저씨라 불렸으니깐...) 아저씨니깐 당연히
결혼은 했겠거니 생각이 들었을 테고...
또 애들 옷을 선물한다고 하니 다정한 아버지로 봐주신 점원이라 더더욱 탓을 할 수 없었죠.
그래서 내린 결론은 대다수 40대 이상의 남자들이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과업을
끝내지 못한 저의 잘못이라고 판단을 했지요.
그래서 다시 한번 말씀드려요.
진짜 전 괜찮아요. 이런 상황들을 한 두 번 겪은 것도 아니었으니깐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괜히 직원분 당황하고 민망해할까 봐...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던 제 불찰인 듯합니다.
저 이래 봬도 아직 미혼남자 맞습니다.
'나는 솔로'에 돌싱 특집에는 명함 자체도 낼 수 없는 그냥 총각입니다.
아빠! 아버님!
이런 호칭을 들을 수 있는 나이는 됐지만, 아직 법적으로 들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구요.
그냥 삼촌, 외삼촌 역할만 가능한 그런 미혼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