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마흔세 살 미혼남인 경우...
유부남 vs총각... 중 어떤 모습으로 바라봐 주는 게 좋은가?
얼마 전, 부서 회식 때 있었던 일이다.
정말 별 일 아닌데, 에피소드가 되어 버린 듯...
연초라 인사발령이 있었고, 부장님도 새로 오시게
되었다.
아직 직원들 신상 파악이 덜 된 부분이 있으셨기에
결혼 여부에 대해서도 잘 모르신 듯했다.
한창 술을 마시던 중(난 그날 술은 안 마셨지만..)
부장님께서 직원들과 친해지기 위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부장님 술잔이 비어있어 맥주 한 잔 채워드리자,
대뜸 하시는 말씀이...
"원주에는 지금 혼자 있어요?"
"네. 혼자 있습니다."
"아! 그럼 가족들은 두고 혼자 왔나 보네요?"
"자녀는 몇 명인가요?"
"아... 아직 저 결혼 안 했습니다."
순간 당황하신 부장님...
"아이고! 미안합니다. 전 결혼하신 줄 알고..."
"아! 부장님! 괜찮습니다."
"아유. 제가 큰 실수 했네요. 미안합니다."
술을 드신 부분도 있겠지만, 그 민망함에 얼굴이 더
빨개지신 부장님...
"부장님! 진짜 실수하신 거 아닙니다. 제가 올해 마흔셋
이라... 벌써 결혼했어야 될 나이가 지난 거라...
전혀 실수하신 거 아니니깐 괜찮습니다."
멋쩍으셨는지..
"진짜 동안이시네요. 제가 빨리 직원 신상 파악할게요."
거듭 사과하시며 대충 마무리될 즈음...
옆에서 이 얘길 들은 직원 중 한 분이
입을 틀어막고 "빵" 터진 것 같았다.
"부장님께서 결혼하신 줄 알았대!"
라며 키득키득 웃는 모습.
그 순간에는 멋쩍기도 하고 민망함도 느꼈지만.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오히려 부장님께서 잘 봐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예전 같았으면 솔직히
"아이가 몇 살이에요? 결혼은 했죠?"
라는 얘기를 들었을 땐 언짢은 기분이 들고 화가 나는
순간도 있었지만... 불과 3~4년 전인 삼십 대까지.
지금은 오히려 결혼한 것처럼 봐주면
그냥 감사할 따름이다.
친구들 중에 결혼 안 한 녀석들이 없으니...
그저 또래와 비슷하게 봐주는 거니
딱히 손해 볼 일도 아니고 그냥
'아... 나도 그 나이대로 보이는구나...'라는 단순함.
그리고 덧붙이자면 실제 나이를 얘기하면
솔직히 내 나이로 보는 사람들보다
한 두 살... 심지어는 다섯 살 밑으로도
생각했었다는 얘기도 꽤 듣는 편이어서...ㅎㅎㅎ
("진짜 동안이네요!!") ㅋㅋㅋ
사실 어릴 때 노안 소리 많이 들었던 사람이
나이가 들면 얼굴이 이제야 나이대에 맞아 들어가는
바람에 의도치 않는 동안으로 바뀌기도 한다.
아마 나도 이런 케이스인 듯...ㅋㅋ
결혼...
예전에는 엄청 일찍 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때를 놓치고 나니 어느새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이제는 결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그냥 혼자 살아도 재밌고, 편하고, 괜찮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기도 하다.
(그렇다고 아직 비혼주의는 아니지만)
굳이 누군가를 만나고
소개를 받고 하는
억지스러운 만남은 귀찮고 번거로워진다.
더 솔직한 마음은 누군가를 만난다는 그 자체에 대한
불편함이 제일 큰 것 같다.
그래서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만날 테고...
그렇지 않다면 지금과 같은 삶도 좋을 것 같다.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혼자서 살기
부족할 정도는 아니라서...ㅋㅋㅋ
느긋한 마음으로...
남들의 시선(불쌍함. 애틋함. 안쓰러움 등)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가짐만 가지고 있다면
지금보단 더 스스로에게 편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