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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은아! 너의 성장담... 찬란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연시은! 너도 누군가에겐 학폭 가해자일지도...

by 관돌

난 평론가가 아니다.

다만 시청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본 한 드라마에 대해 평가해보고자 한다.


'약한 영웅'

요즘 넷플릭스에서 핫한 드라마로 인기순위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시즌2까지 나왔다. 연휴 기간 중에 몰아서 시청을 했는데, 여기서 끝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즌3, 4, 5... 계속 이어 갈 수 있는 소재로 충분하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솔직히 처음엔 이 드라마를 볼 생각이 없었다.

왠지 유치할 것만 같고, 딱히 제목이 매력적인 것도 아니었고, 아는 배우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조카 녀석이...

"삼촌! 약한 영웅 보셨어요?"

"아니. 왜? 재밌어?"

"네! 전 재밌게 봤어요."

"근데 그거 19세 미만 관람불가 아니야?"


아무런 말 없이 그냥 씨익 웃어넘기는 조카였다.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보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어차피 보려면 다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나 또한, 학창 시절에 [청소년 관람불가] 또는 [성인물]에 대해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이 있었기에

이건 아무리 말리거나 금지시킨다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해결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조카가 재밌다고 추천해 준 이 드라마에 대해 조금씩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기왕 보게 된다면 한 번에 몰아보고 싶어서, 지난 긴 연휴 때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떤 드라마인지 대충이라도 알고자 검색을 해보았다.


장르는 학원액션, 범죄, 스릴러, 누아르, 성장, 하이틴, 복수, 사회고발

그리고 웹툰이 원작이었다.

주요 내용은 '상위 1% 모범생이 학교 안팎의 폭력에 대항해 가는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즌 2의 '시놉시스' 내용 중 눈에 띈 부분은...

'...... 친구를 잃을 수 없기에 더 큰 폭력과 맞서면서 벌어지는 처절한 생존기이지 찬란한 성장담'이라고 소개된다.


'찬란한 성장담'


솔직히 드라마를 보는 내내 무서웠다. 아니, 화가 나고 짜증 났다.

정말 이게 '성장 드라마'라고?

순간 조카가 이 드라마를 봤다고 생각하니 또 한 번 짜증이 밀려왔다. 보는 내내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끝까지 다 보긴 했다. 재미로 봤을까? 마라맛 같은 중독성으로 끊을 수 없어 계속 보게 됐을까?

그건 아니다. 그냥 보고 싶었다.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지 끝까지 보고 싶었다.

어떤 부분에서 청소년의 처절한 생존기이고 찬란한 성장담이라는 것인가를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했다.


끝까지 본 나로서는...

정말 1도 그 표현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서웠다. 드라마는 분명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웹툰 또한 마찬가지로...


그렇다면 드라마의 내용처럼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이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아닌가?

물론, 학교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잘 알고 있다.

신문, 인터넷, 방송 매체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소식이니깐.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처럼 이 정도일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너무 잔인했다. 마치 학교가 아니라 소위 조폭이라 불리는 조직단체의 일상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가장 어이가 없었던 부분 중에 한 가지를 꼽자면,

주인공들이 처참하게(?) 성장해 가고 있는 학교에는 선생님들이 없었다. 아니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의자를 던지고, 볼펜, 가위로 상대방의 목, 어깨를 찌르면 교실 사방에 붉은 피가 튀어 오른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학생들의 함성 소리마저 울려 퍼진다. 마치 UFC 경기를 보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에서 선생님들은 등장하지 않는다(몇몇 장면을 제외하곤...)

싸움 구경을 하기 위해 학생들이 우르르 복도를 뛰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도 이상했다.

'교무실 출입문이나 벽은 완벽한 방음 처리가 되어 있는 건가?'

'어째서 이렇게 시끄러운 싸움을 말리러 오는 선생님이 한 명도 없는 거지?'

(더군다나 시즌 1 마지막 장면에서... 선생님 한 분은 신고를 하러 간 건지 도망을 간 건지 교실 밖을 나가버리고는 더 이상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물론 드라마의 극적인 요소와 재미를 위한 장치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부분 또한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적 아닌 지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싸움 장면.

글을 쓰면서도 느끼지만 이 글에서 '잔인하다'라는 표현을 자주 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말 그대로 너무나 잔인하게 표현했다.

교실에서 주먹다짐을 하는 정도가 아니다.

볼펜으로 목이나 다리 부위를 찌른다. 소화기로 얼굴을 때린다. 아령으로 발등을 찍어버린다.

이건 대부분 주인공의 스킬(?)이다. 이 친구는 겉보기에는 연약한 모범생으로 나오고 있지만, 실제 장면에선

소위 말하는 일진... 학교 '대가리', '통', '짱'이라 불리는 녀석들과의 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다.

가끔은 그런 부류의 친구들을 꺾어 버리기도 한다(현실에서는 거의 말이 안 되는 수준...).

학교 vs (연합) 학교 간의 싸움 장면에서도 보면...

결코 학생들의 어설픈 싸움이 아니라, 의상만 교복을 입혀 놓았지 실제로는 조폭들의 싸움과 유사하게 묘사

되었다. 학원물이라고 해놓고 왜 이토록 성인틱 하고 잔인하게 묘사를 했을까 계속 의문이 들었다.


현재 40대 중반인 나의 학창 시절과는 너무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또 다른 영화들이 생각났다.

물론 이 영화들도 내 학창 시절과 같은 시기는 아니지만 어쩌면 '약한 영웅'에서 보여주고 있는 학교의 장면

보단 더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바로 '친구'와 '말죽거리 잔혹사'이다.


친구는 사실 학폭을 다룬 영화는 아니다. 아는 바와 같이 두 주인공의 매인 직업은 '조폭'이다.

그래서 조폭에 대해 미화한 부분도 많고, 주인공 또한 당대 최고의 미남 배우인 '장동건'을 캐스팅했다.

'약한 영웅'을 보면서 이 영화를 떠올린 이유는 학교에서의 장면들 때문이었다.


'친구'에서는 그나마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라는 명대사를 남긴 선생님이 한 분이라도 계시긴 했다.


올바른 선생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어렵지만, 분명 학생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선도를 하는 장면이 살짝

비춰주긴 했다. 물론 귀싸대기를 날리고 때리며 훈계하는 모습이긴 했지만... 당시에는 이게 자연스러웠으니...

그리고 '장동건'이 학교를 관두기 전 마지막 장면(학교 상패가 진열되어 있는 진열장 유리를 깨트린다)

"길에서 내하고 만나지 마소!"


'말죽거리 잔혹사'

어쩌면 이 영화가 기획의도 부분에서는 더 비슷할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당시의 학교 실태 등을 비난하며 주인공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주인공 권상우도 친구의 복수와 불공정한 학교에 대한 실망감을 안고 스스로 학교를 떠나며 한 마디 대사를 던진다(복도 유리창을 깨부순다).

"씨발... 대한민국 학교 좆 까라 그래!"


"약한 영웅" 시즌 1의 마지막 학교 장면... 주인공 박지훈은 교실에서 다친 친구의 복수를 위해 일진들을 몰살시킨 후 복도를 걸어 나온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선생님들이 피투성이의 모습을 보고 놀라며 부르자...

(복도 유리창을 깨부순다).

"뭐! 씨발!"


세 작품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싸움에서의 표현은 현대물로 갈수록 점점 진화해

가는 것 같다. 그래서 현실을 묘사했다고 하지만 더 비현실적이라 믿고 싶어진다.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


또한, '약한 영웅'에서 소위 잘 나가는 일진들을 보면...

마약과 절도하는 모습도 과감 없이 상세하게 잘 묘사해주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섹스 장면이 없다는 거?

정말 그나마 이러한 장면까지 노출시키지 않았다는 걸 내심 다행이라고 여기고 싶었다.

절도도 단순 절도가 아니라 조폭과 연계된 기업형 범죄 모델을 등장시켰다.

오토바이, 휴대폰 등을 훔쳐 되팔고, 이걸 다시 행동대원들에게 돈을 나눠주며 관리도 한다.

조폭이 뒤를 봐주고 있는 장면도 나온다.


도대체 이 글을 쓴 작가는 어떤 부류의 학생들을 취재하며 글을 쓴 걸까?

그리고 어떤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쓴 걸까?

(어쩌면, 의도는 성공했을 것이다. 왜냐면 그만큼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니... 나 같은 생각을 가진 시청자

보단,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시청자들이 더 많을 수 있으니...)

보는 내내 이런 의문이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진짜 현실이 이와 유사할까?


그리고 주인공의 행동은 진정 친구를 지키기 위해 정당화되는 행동이 맞는 걸까?

자신의 신념에 대해 올바르다고 판단이 들면, 그에 따른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말인가?

사악하고 나쁜 무리들 틈에서 당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호해 준다고 해서 '영웅'이라는 표현을 붙인 건가?

솔직히 왜 '약한 영웅'이라는 표현을 했는지 봐도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과연 누구를 위해...

그리고 무엇을 위해 기획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만 남았다.

물론 이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다.

그렇지만 더 이상 이렇게 무자비하고 의미 없는 내용의 작품은 생산되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다.


보는 내내 제목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

'약한 영웅'이라기보다는...

'(마)약(을)한 영웅...'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한 작품을 두고 원색적인 비난을 한 기억은 없는데...

보면 볼수록 작품이 추구하는 의미와 취지에 대해 이해가 안 되고, 불편함을 감추기 힘들기에 이렇게나마

속내를 표현해 본다.


혹여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이 작품을 보며,

단 하나의 행동이라도 배우고 따라 하는 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큰 것 같다.


예술은 창작의 자유라고 한다.

예술을 보며 평가하는 것

또한, 창작의 일부란 생각이 들기에

이 글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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