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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차려주는 밥상이 나도 제일 맛있다!!!

노른자? 내가 터트리는 걸 좋아했나? 잘 모르겠네.

by 관돌

어머니!

점심은 드셨어요?

저녁은 드셨어요?


그럴 때마다 전화 건너 들려오는 대답은...

"그래! 먹었지."

"뭐 드셨는데요?"

"뭐 별거 있나? 그냥 먹었다."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는 누나한테 물어본다.

"어머니 요즘 밥 잘 드시나?"

"아니.. 기운도 없으시고 입맛 없으시다고 그냥...

많이는 안 드시더라.."


어제 하루 어머니와 같이 시간을 보냈다.

집에서.

평상시 같았으면 손녀들 돌보신다고...

저녁 준비하신다고 바쁘셨을 텐데...

그냥 외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셔서

바로 TV앞에 누우셔서 평소 즐겨보시는

프로그램을 편하게 보셨다.

그리곤 피곤하셨는지 살짝 코도 골며 주무셨다.


아침이 밝았다.

"어머니! 아침 드셔야지?"

"그래~ 먹자!"


어제 형수가 끓여준 미역국을 데웠다.

계란 프라이를 준비했다.


"어머니! 계란 노른자 터트리까? 아님 그냥 놔두까?"

순간 멈칫.. 대답 대신 웃으셨다.

"왜요?"

"그냥 아무거나 해도.. 참나. 애들한테 물어보기나

해봤지... 내 입맛은 모르고 있었네. 니가 물어보니깐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순간 떠오르지 않더라."


그렇게 노른자는 터트리지 않았다.

지난번 노른자 국물을 좋아하시는 듯해서..


그리고 밥 위에 김가루를 뿌리고.

스페셜 메뉴로.

"영덕 대게 딱지장" 캔을 준비했다.

게 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것처럼 게딱지장을

밥에 비벼 드렸다. 참기름 가득 담아.


"어머니 요렇게 해서 한 번 잡솨보세요!"

"내 지난번 먹어봤는데 맛있길래...ㅋㅋㅋ"


한 숟갈 뜨셨다.

"맛있나? 괜찮아요? 안 비리제?"

동시에 질문 세 가지를 쏟아버렸다.

"아! 맛있네! 이거 뭐고? 진짜 게딱지 비벼 먹는 맛 나네!"


그렇게 밥 한 그릇을 뚝딱하셨다.

미역국도 한 대접 뚝딱.

그리고 계란 프라이 두 개도 다 해치우셨다!


"어머니! 밥 잘 드시네! 다행이네!"

"내 잘 먹는다!"

"아니... 평소에 많이 안 드시는 것 같아서..."


"관돌아~ 그때는 내가 내 밥 차린 거잖아..."


"말했잖아. 나도 제일 맛있는 밥은 다른 사람이 차려주는

밥이라고! 그 밥이 제일 맛있다!"


잘 드시는 모습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머니의 마지막 그 한마디가...

참 죄송하고 마음이 짠했다.


거의 평생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준비만 해주셨다.

받는 것보다

주시는 게 더 익숙하신 줄로만 생각해 왔다.


밥은 진짜 입맛이 없으셔서 적게 드신 줄로만 알았다.

진짜 속내는 몰랐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왜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도 제때 몰랐을까?

어머니는 자식들 일 하나하나도 다 기억해 주시는데...


이게 부모와 자식의 차이인가?

자식은 항상 부모에게만큼은 이기적인 것 같다.

드리기보다

받으려고만 하는 걸 보면...


그래서 항상 어머니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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