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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 (이세돌 어록 中)

생존게임? 그 딴 건 잘 모르겠고... 즐기는 게 우선 아닌가?

by 관돌

한국 영화를 보면 소위 3대 등장씬으로 불릴 만큼 유명한 명장면들이 있다.

첫 번째는 [관상]에서 이정재 배우가 맡은 수양대군의 등장씬!

마치 사람이라기보다는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 거리며 주위를 압도하는 듯한 명장면이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그 유명한 대사

"내가 왕이 될 상인가?"


그리고 두 번째는, [늑대의 유혹]에 나오는 강동원의 우산씬!

지금도 여전한 그 미모... 우산을 천천히 들춰내자 비로소 드러나는 광채 나는 그 모습.

남자인 내가 봐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장면은 [끝까지 간다]에서 악질 비리 형사로 나오는 조진웅의 살벌한 등장씬!

벌벌 떨고 있는 이선균 앞에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는 조진웅.

덩치와 표정만 봐도 압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듯.


물론 사람마다 생각하는 압도적인 등장씬은 다를 수 있지만... ㅎㅎㅎ


그러나 이번 글에서 얘기하려고 내용은 영화와는 전혀 무관하다.

그런데 왜 굳이 한국 영화 3대 등장씬까지 언급했냐고 하면, 개인적인 생각에 글에서 소개하는 분 또한

엄청난 임팩트를 지닌 분이기에 가히 비교해 봐도 절대 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데블스플랜 시즌2]를 봤다. 원래 이런 게임 같은 예능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왠지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다. 시즌1은 이미 기사로 우승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에 궁금증이 생기지 않아

최신작을 먼저 보기로 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수의 참여자들이 게임에 참가하여 최종적으로 남는 1인이 우승해서 그 상금을 받아가는 것이다. 복잡하지 않고 간단명료하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절대 간단명료하지 않다. 복잡해 미칠 지경이다.

고도의 심리전은 물론이고, 두뇌싸움을 통해 서로를 속고 속인다. 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줄 첨 알게 되었다.

현실에서의 '오징어 게임' 느낌도 물씬 풍겼다. 큰 차이가 있다면 예능에선 게임에서 실수를 했다고 해서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서 죽이지 않는다는 점? 그냥 탈락을 시킬 뿐이었다.


서론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 중 한 명을 소개하려고 한다.

아니 소개라기보다는 너무 유명한 분이라 이미 다들 알고 계실 것 같은데, 내가 느끼기에 전혀 다른 이미지를

봤기에 그분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고자 한다.


바로 그 주인공은 이세돌 님이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은 아니긴 하지만...

심지어 검색했을 때, 나보다 나이도 어리긴 하지만 다른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처럼 함부로 이름을 부르기에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다. 사범님? 국수님?ㅋㅋㅋ 어쨌든 이번 글의 주인공은 이세돌 님이다.


난 바둑은 전혀 모른다. 이세돌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건 물론 바둑 관련 기사를 통해서였지만,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마 비슷한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2016년 인공지능 AI 알파고와의 바둑대국을 통해서였다. 인간과 로봇의 최초 대결!

당시 전문가들이나 언론에서는 이세돌의 우위를 점치기도 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1승 4패... 패배였다.

그러나 단순히 게임에서 진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수많은 데이터가 축적이 된 인공지능 로봇을 상대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1승을 거둔 인간이(표현이 쫌 그렇긴 하지만...).

바로 이세돌 님이다.


그리고 알파고와의 대결이 끝나고 3년 뒤인 2019년.

"인공지능에게 인간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으니, 더 이상 둘 이유가 없다." 라며 은퇴를 선언했다.

바둑계에서는 너무나 위대한 기사가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나게 되어 아쉬움이 컸지만 그의 선택을 되돌리진

못했다.


그만큼 위대하고 바둑밖에 모르던 그가...

갑자기 뜬금없이(?) 예능 프로에 나타났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ㅋㅋㅋ

(이 전에도 가끔 라디오스타 같은 프로에 나오긴 한 것 같은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세돌이라는 사람을 잘 알고 있지는 못했지만,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놀랐던 것 같다.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았다. 아니 너무 평범하게 등장해서 더 범상치 않았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덤덤하게 아무렇지 않은 듯 입장을 했지만...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던 참가자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어머어마한 사람이 등장했는지를...

아마 내 마음속 표정이 저들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이세돌? 뭐지? 여기에 왜 나왔어?'

'그런데 궁금하긴 하다. 바둑이라는 스포츠 자체가 다른 종목과는 차원이 다른데... 우승할 것 같은데...'

그리고 생각했다. 이 프로그램 보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고...ㅎㅎㅎ


참여자들 각자 자기소개 후, 첫 번째 게임이 시작되었다.

(아직 못 보신 분들도 계시기에 가급적 스포는 자제하는 방향으로...)

그런데 게임 중간중간 예상만큼 눈에 띄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뭐지? 왜 눈에 띄지 않는 거지? 이런류의 게임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낯가림이 심하다고 하던데... 하긴 연예인들이 보통 사람들은 아닌데 그 안에서 기를 펼치기가 쉽진 않겠지...'

이런저런 생각들을 할 때 즈음에 1차 게임은 종료가 되었다.

팀플레이로 진행된 게임이기에 어쩌면 더 눈에 띄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게임은 끝났으니, 규칙대로 생존자와 탈락자가 결정되어야 했다.

이세돌 님은 아쉽게도 생존자 그룹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러나 생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거부했다.

오히려 자신을 대신해 다른 누군가를 생존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탈락자의 방으로 향하는 것을 선택했다.

거기서 또 한 번의 생존게임을 거쳐 통과해야만 다시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쉽게 생존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배려가 몸에 장착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배려 속에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함께 내재되어 있었다.

'아직 나는 죽지 않아. 살아 나올 수 있으니 난 괜찮아!'라는 이런 느낌?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진 게임의 결과는...(추후 방송을 통해 확인하시길...)


그리고 또 다른 장면에서 보면...

이 사람은 게임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다른 참여자들이 생존에 치중하고, 연합을 고려하고 있을 때,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볼 수 있었다.

생존도 중요하지만, 진정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일반인 같았으면... 아니 나 같으면 긴장도 되고, 빨리 살아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겠지만,

이세돌 님은 달랐다.

스스로의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사람 같았다. 극한의 초초함을 즐기는 것 같다.

아니 초조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평온해 보였다. 다른 사람의 수를 다 보는 듯했다.

괜히 바둑계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닌 듯했다.


이 방송을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세돌 님에 대해서는 목소리가 특이하고, 왜소한 체구에 바둑밖에 모르는

사람? 어떻게 보면 좀 소심하고 내향적일 것 같은 사람? 이런 이미지가 강했었다.

그런데 완전 반전이었다. 왜 승부사라고 하는지 실감이 되었다.

절대 내성적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다소 무리감이 있기도 하지만 유머러스한 부분도 많았다.

평범하거나 비범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또 한 번 느낀 건...

'아.. 사람은 절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구나...'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실체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이세돌 님에 대한 거의 찬양 수준이 아닌가?ㅎㅎㅎ)


또 한 장면에서 반한 포인트는...

포인트가 명확한 사람이었다. 이 프로그램 참여자의 목적은 우승이다.

두 명, 세 명 같이 팀을 짜서 협동하여 끝까지 함께하여 우승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단 한 명만이 남는

게임인 것이다. 물론 최종 1인이 되기 전까진 마음 맞는 사람끼리 편을 먹고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렇게 편을 먹은 2~3인이 최종까지 간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누군가는 배신을 해야 되거나 또 속여야 되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물론 정정당당한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럴 바에는 차라리 가급적이면 자신만의 방식과 게임룰에 입각해서 단독으로 승부를 펼쳐나가는 방식을 택하

는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 이세돌이었다.

그 게임에서 상대방이 보기에는 뜬금없이 자신을 훼방시키는 것에 대해 화도 나고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사람이 아닌 다수가...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세돌의 판단이 맞았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게 했어야 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봐도...

'아니 저 사람들은 왜 자꾸 정해지지도 않은 편을 먹고, 자신에게 불리하면 짜증을 내지?'

'애초에 이 게임 자체는 서바이벌이고, 혼자서 살아남아야 이기는 건데... 왜 저렇게 안 좋게 몰아가지?'

이런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멘탈이 약한 나였다면, 주변 반응에 따라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텐데...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

오히려 더 당당한 태도로 맞서는 모습을 보니 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참여자 중 연장자답게 리더의 역할도 잘 수행해 나갔다.

절대 자신을 먼저 생각한다거나, 이익을 따져 행동하는 일도 절대 없었다.

배려가 먼저였고, 자신의 말에 대해서는 또 책임도 잊지 않았다.

글을 쓰고 있으면서 느낀 게...

살아오면서 이렇게 까지 다른 사람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나도 모르게 그만 이세돌 님의 팬이 되어 버린 듯하다.

약간 고지식한 부분도 없지 않다. 승부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자신만의 고집이 강한 편이었다.

결코 타협은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외적인 부분에서는 서글서글하고 뭔가 허술한 부분이 느껴지기도 했다. 인간미가 느껴졌다.


이렇게 나름 활동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 같은데...

어떻게 에전에는 그 작은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장장 몇 시간을 자리에 앉아 말없이 바둑을 두었을까?

몸이 근질근질하진 않았을까?

수다 떠는 것도 즐기는 편 같은데, 입이 근질근질하진 않았을까?

오히려 이세돌 님은 알파고의 등장이 고마웠을 수도 있었을까?

예상보다 빨리 은퇴시점을 당겨줬기에...ㅎㅎㅎ


어쨌든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평소에도 좋은 이미지였었던 사람이...

알고 있던 이미지에 더하여

더 유쾌하고 밝은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해야 할까?


아직 시즌 2 최종분이 나오지 않아서 전 회차를 시청하지 못했다.

그래서 최종 우승자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이세돌 님이 최종 1인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긴 하지만...

그 목적으로 남은 회차를 보려는 건 아니다.

에피소드 중간중간 나오는 그의 역할과 행동... 자연스럽게 발산되는 내면의 모습을 보고 싶기에

방송이 더 기다려질 뿐이다.


이세돌 님은 바둑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전 세계에 높여준 인물이다.

이제는 심각한 표정 대신,

상대를 제압해야 된다는 승부사적 기질 대신...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즐기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2의 인생도 여전히 빛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본 내용에 담긴 영화 사진은 네이버 화면 이미지 참조 / 기타 사진은 TV 시청 중 촬영 사진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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