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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 예매 착오 하신 분! 50% 추가
요금 있어요!

특실요금 수준이지만... 만차 시, 자리는 간이좌석만 가능하대요!ㅜㅜ

by 관돌

금요일 퇴근을 하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성남에 있는 누나네 방문을 하기 위해서. 그래서 미리 SRT 티켓도 예매해 두었다.


사실 성남에 올라가기로 한 일정을 늦게 결정한 바람에 티켓 예매는 부랴부랴 이루어졌다.

'티켓이 있을까?'

없으면 시외버스라는 대안도 있기에 좀 여유를 부린 면도 없지 않았었다.


역시나...

'대구~수서' 행 금요일 티켓은 늘 그랬듯 대부분이 매진이었다.

시외버스는 19시가 마지막이라 퇴근을 하고 타기에는 어려웠다.


'음... 어쩌나?'

'한 명 티켓은 기다려보면 그래도 나오지 않을까?'


한 자리라도 나기를 바라며, 조회를 계속해보았다.

역시... 하늘은 날 버리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다행히 24시 이전에 도착하는 티켓 한 자리가 떡하니 '예약가능'이라며

웃으며 나에게 손짓하는 것 같았다.


한치의 망설임도 필요 없었다. 아니 찰나의 순간이라도 멈칫한다는 건 그 순간엔 사치일 뿐이었다.

후다닥! 뾰뾰뿅!


결재완료! '앗싸! 개꿀'


일요일 대구로 내려오는 티켓은 다행히 자리가 좀 있는 편이라 수월하게 먼저 예매를 해 둔 상태였다.

이제 오가는 티켓예매는 모두 준비 완료!

어머니랑 누나에게 출발 시간을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드디어 출발 당일...

사실 다음 주 누나와 막내 조카 생일이 있어서 같이 축하도 해주고,

어머니도 오랜만에 뵙기 위해 올라가는 게 목적이었다.

그래서 6시 칼퇴근 후, 조카들(딸내미 둘) 옷 선물을 위해 사무실 인근에 있는 아울렛과 의류 매장에

먼저 들러 둘러보았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옷을 찾을 수 없었다.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들고 올라가고 싶었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 우선은 올라가서 해결하기로

마음먹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러서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 역으로 향했다.

꽤 많은 비가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도 홀가분하고 발걸음도 가벼웠다.

오래간만에 어머니와 누나를 보러 올라가는 길이었기에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가니, 출발하기 약 한 시간 전에 도착을 했다.

저녁을 먹지 않고 왔기에, 계획대로 역사 안에 있는 햄버거 가게 집으로 향했다.

든든하게 새우버거 세트를 하나 먹고 나도 시간은 30분 정도 남았다.

여유 있게 뻔히 알고 있는 곳이지만, 역사 내를 한 바퀴 훑었다.

딱히 구경할 건 없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실실 웃음이 나왔다.


10분 정도 남기고 기차가 들어오는 곳으로 내려갔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스크린샷 2025-05-18 200804.png

드디어 안내방송이 울리고, 예매한 기차가 저 멀리서 들어오기 시작한다.


'374호 열차 8호차 5A 좌석'

휴대폰 예매 티켓을 보며 자리를 외웠다. 기차가 천천히 멈추어 선 후, 열차에 올랐다.


'어? 뭐지?'

누군가 내 자리에 앉아 계셨다. 순간 쌔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착각이려니 생각하고...

예매한 자리가 창가 쪽이라 아무래도 통로 쪽 예매하신 분이 비어있어서 앉아 계신 듯했다.

순간 생각이... 원래 이런 걸 잘 말을 못 하는 편이라...

'에이... 어차피 한두 시간 정도만 가면 되는데... 걍 앉아 계시라 하고 옆에 앉을까?'

'아니야. 그래도 예매한 거니깐 정식으로 앉긴 해야지. 말씀드려야겠다. 미안하지만...ㅎㅎㅎ'


"저기... 죄송하지만 여기 제 자리인 것 같습니다."

(두근거렸지만, 그래도 나름 당당하게...)

이렇게 얘기를 하면 보통은 깜짝 놀라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자기 자리가 아님을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깐.

그런데 달랐다. 오히려 놀라며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시는 게 아닌가?


'잉? 뭐지? 이 당당함은?'

"제 자리 맞는데요!"

아주머니도 나의 방문에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하셨지만, 이내 침착함을 유지하며...

일어나지도 않으셨다. 바로 앉은 그 자세로 휴대폰을 검색하셨다.

그리고 예매된 티켓 화면을 떡하니 보여주셨다.


'뭐야!'

나와 똑같은 화면이 나오는 거 그분의 휴대폰 화면에도 나오는 것이 아닌가?

"어? 뭐지? 잠깐만요."

내 예매 화면을 다시 띄웠다. 그리고 그분께 나 역시도 보여드렸다.

"여기 한 번 보실래요?"

나 역시 내 자리를 찾기 위해 당당하게 손을 뻗어 그분의 눈앞에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사실 대게 공손하게 보여드렸음)


KakaoTalk_20250518_194645266.jpg


찬찬히 보시더니...

"이거 토요일 거 아니에요? 여기 보세요.

오늘 16일 금요일이잖아요!"

"네???"


다시 들여다봤다.

으아악!!! 망했다...


왜 불과 5분 전까지도 몇 번을 봤던 화면인데 눈에 띄지 않았을까?

분명 어머니와 누나한테도 카톡으로 보내드렸었던 화면인데.. 아무도 몰랐을까?

(얘기를 해보니 그냥 어머니는 으레 '니가 예약했으니깐 잘못했을 거라 생각도 안 했으니깐...')

당황스러웠다. 바로 꼬리가 내려갔다.

그리고 사과를 하고 서둘러 입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 뭐야... 왜 못 본 거야!!!'

계속 자책을 했다. 그리고 출입구로 몸을 돌리며 '이제 내려야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또 한 번 깜짝!

이미 문은 닫힌 상태였고, 기차는 출발 중이었다.

'어떡해! 어떡하지?'

멘붕이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다.

'아 C.. 어디 서 있어야 되는 거지?'


출입구에 보니 비상대기석에 서 계신 분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음... 이 분들은 뭐지? 나와 같은 사람들인가?'

때마침 승무원이 이리로 오는 모습이 보였다.

'망했다. 어쩔 수 없다. 일단 상황을 얘기해 보자.'


드르륵~ 문이 열리고 마주한 승무원.

"안녕하세요. 제가 착각을 하고 예매를 토요일자로 했는데 그걸 좀 전에 알았는데...

어떻게 해야 되죠?

승무원은 티켓을 보더니...

"아! 날짜를 착각하셨군요. 그럼 일단 취소를 하시고 다시 예매를 하셔야 됩니다. 그런데 오늘은 만차라

좌석이 없어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좌석이 문제겠는가? 일단 무사히 가는 게 문제니...

"네네. 상관없습니다."

"아! 그리고 추가부담금을 50% 더 결재하셔야 됩니다."

KakaoTalk_20250518_195112383.jpg


"아... 네! 알겠습니다."

'사기다. 무슨 50%까지??? 멍청하게 휴...'


어쨌든 승무원분이 옆에서 도와주셔서 무사히 기존 티켓을 취소하고, 새롭게 예매를 했다.

티켓 가격을 보니, 거의 특실 수준의 요금인 듯했다.

그리고 승무원분은 친절한 안내도 덧붙여 주셨다.

"열차 사이사이마다 간이좌석이 있으니 거기 빈자리가 있으면 앉아서 가시면 됩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특실 가격을 지불하고 간이좌석이라... ㅋㅋㅋ'

어이없었지만, 어쩌겠는가? 멍청한 나의 실수가 명확한데...


*참고로 간이좌석은...

스크린샷 2025-05-18 195625.png

(네이버 꼼님의 블로그(https://m.blog.naver.com/salty0salt/223130223863_SRT 입석 + 좌석 어떻게 생겼길래, 매진 존버 후 탑승 후기_사진 참조)


출입구 문 쪽에 접혀 있는 좌석으로... 문 쪽에 각각 하나씩 설치되어 있음.

좌석 뒤편으로는 캐리어 등 짐짝을 놓는 곳이고, 뒤쪽으로는 화장실이나 자판기가 위치.

그래서 승하차시나 사람들이 혼잡할 때는 자리를 접어서 같이 일어나 주어야 함. ㅎㅎㅎ


8호차부터 쭉쭉 뒤쪽 열차로 자리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간이좌석 마저 사람이 다 차보였다.

'에이.. 그냥 기대고 서있자. 어쩔 수 없다.'

그냥 포기하고 서서 가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느긋하게 가는 모습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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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다. 서서 갈 거라고는 전혀 예상에 없었는데...


그때, 아까 전에 안내를 해주신 승무원분이 다시 내 쪽으로 오시며...

"저 앞쪽 열차에 간이좌석 비었어요. 방금 앉아 계신 분이 다른 쪽으로 이동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얼른 가셔서 앉아서 가세요."

"아! 감사합니다."


많이 안쓰러웠나 보다. 친절한 승무원 분이셨는데...

그땐 멘붕이 와서 그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쉽다.

친절직원으로 엽서라도 한 장 써주고 올 걸 그랬다.

직접적으로 감사의 마음은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친절직원 엽서를 받으면 나름 내부적으로 보상은

받으실 수 있을 텐데... 좀 있다 홈페이지에 한 번 검색해 봐야겠다.


어쨌든 그 승무원님 덕분에 대구에서 수서까지...

특실비용과 맞먹는(?) 간이좌석에 앉아 잠을 자면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에 나름 값진 경험이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다음번엔 꼭 날짜, 시간, 요일까지 확인! 재확인하자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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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감사했습니다.

승무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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