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괜찮지만, 난 안돼... 편견과 오만한 잣대 사이.
벌써 사십 대 중후반으로 향하고 있다.
여전히 미혼이다. 이십 대 멋모르던 시절의 계획대로 라면 벌써 결혼을 해서 이미 대성한 자녀들이 있어야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녀들이 웬 말인가?
이제껏 지내오면서 결혼 준비, 아니 상대방의 부모님을 정식으로 만나 본 경험도 없다.
여자친구를 전혀 안 사귀어본 건 아니었지만, 항상 결말은 예상과 마찬가지로 헤어짐이 끝이었다.
당시에는 분명 아쉬움도 컸었고, 이별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 며칠간은 실의에 빠져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져야 했다면
과연 잘 해낼 수 있었을까?
그래도 지금은 예전보다 경제력이나 안정성은 배로 나아진 듯하다.
물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나이 또한, 몇 배로 더 먹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 하나를 더 꼽자면, 얼마 전 회사에서도 이제야 나이대에 걸맞은 직급으로 승진이 되어
조바심도 사라진 상태다.
다시 말해, 이젠 혼자 지내기에 큰 불편함이 없는 상태가 된 듯하다.
아니 혼자에 완벽히 적응된 상태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연애를 안 한지, 아니 솔직히 못한 지 어느덧 8년이 지났다.
물론 , 그 사이 혼자만의 사랑도 있었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썸'도 살짝 경험해 보긴 했지만,
이에 대해 특별한 의미는 두고 싶진 않다.
평일엔 주로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퇴근 이후부터 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물론, 업무에 따라 야근이나 주말 출근도 있지만, 이 또한 일상의 한 부분이기에 큰 불만은 갖지 않는다.
또, 주말이면 몰아서 잠을 자거나, 넷플릭스 보기, 밀린 청소나 빨래, 가끔씩 캠핑 가기, 글쓰기 등 평소 못했던
것들로 채워나가려는 편이다. 이렇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나에겐 너무 즐거운 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정말 주말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 버려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가끔 궁금해한다.
"주말에 뭐 해?"
"저요? 대게 바쁜데... 청소도 해야 되고, 집에 있으면 할 게 너무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처음엔 나름 혼자서 지내는 시간들이 재밌어서 적극적으로 대답을 해 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일상에 대해 누군가에게 제대로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질문 자체가 정말 나의 일상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물어보시기보단,
그 질문을 하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말투에서 왠지 나를 딱하게 보거나 안쓰러움과 같은 동정심이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는 것을 인식한 순간부터 솔직함은 숨겨두기 시작했다.
"주말에 뭐 했어?"
"아... 그냥 뭐 집에 있었죠."
대답은 끝이었다. 더 길게 이어나가는 것도 원치 않았고, 매번 다르지만 상대의 반응을 보면 그 또한 그렇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이래서 점점 관계가 좁아지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안쓰럽게 바라본 친구 녀석 중 한 명이 이번엔 정말 안쓰러워 보였는지 며칠 전부터 계속...
"니 결혼 생각 없나? 여자 한 번 만나볼래?"
"아니! 괜찮은데..."
"왜? 니 결혼 안 할 거가?"
"아니... 내가 말도 잘 못하고, 소개받으면 어색해서..."
"그런 게 어딨노! 그냥 만나보면 되지. 사람 참하고 괜찮은데... 나이도 일곱 살 정도 차이 나는데, 안 괜찮나?"
"일곱 살? 아이고... 난 부담스럽다. 너무 많이 차이 나네. 암튼 니 마음은 고마운데 내가 알아서 할게."
항상 이런 식으로 마무리해버린다.
솔직히 인위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건 성격상 정말 하기 힘든 편이라, 기회도 없을 뿐더러, 이번처럼 누군가
자리를 만들어 준다고 해도 99%는 거절하는 편이다.
솔직히 속으론 아쉬움도 강하게 남기도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알기에... 그 소개팅의 전개와 결말이 대충 어떻게 끝이 날지 감이 오기에.
그리고 며칠 전...
친구가 또 한 번 제안을 했다.
"진짜 안 만나 볼래? 예의도 바르고 굉장히 착한데..."
"아. 나도 진짜 괜찮은데. 내가 불편하기도 하고, 나이 차이도 많고..."
"진짜 괜찮은데, 아쉽네... 그런데 한 가지 그때 말 못 한 건 돌싱이데이..."
순간 속으로 뭔가 화끈거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친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제 우리 나이대에 여자 만나려면 돌싱도 생각해야 된데이! 머 나쁜 것도 아니고..."
웃으면서 마무리는 지었지만, 뭔지 모르게 헛헛함이 느껴졌다.
"돌싱?"
솔직히, TV 연애프로그램에서 "돌싱특집"이 나오면 나 또한 이런 생각을 한 번씩 했었다.
'이제 나도 돌싱 만나서 결혼한다고 해도 이상한 나이대는 아닌 것 같네. 좋은 사람이면 할 수도 있지!'
라며 혼자 큰 거부감 없이, 어쩌면 당연한 상황일 수 있겠다라며 나름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돌싱'을 소개받게 되니 짧은 순간이었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썩 유쾌한 기분도 들지 않았다.
'돌싱을 소개해 준다고?'
그렇다고 욕을 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뭔가 콕 집어서 나쁜 이유를 들 수도 없으니깐.
'어떻게 총각인 나에게 돌싱을 소개시켜 줄 수 있어!'라고 화를 낼 수도 없지 않은가?
오히려 소개해준다는 것 자체를 고맙다고 감지덕지해야 되는 상황일지도 모르는데...
어찌 감히 화를 낼 수 있겠는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연애프로그램에 출연한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인들을 보면서
"잘 어울리네, 돌싱도 괜찮네!!" 라며 쿨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던 나였었다.
하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쿨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회피하는 내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가식적이고, 솔직하지 못한 면이 씁쓸하기도 하면서도 왠지 모를 아쉬운 여운도 생겼다.
겉으로는 항상 열려있는 자세,
즉 오픈 마인드로 보이려고 노력하는데...
어쩌면 보여지는 이미지를 위함인가?
다시 보니, 누구보다도 나만의 잣대와 기준이 강한 편이고, 편견도 가지고 있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날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