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 뭐해요?"
현 근무지로 발령 온 지 약 7개월 정도 되어간다.
한 달에 많게는 3주 못해도, 평균적으론 격주 출장이 이루어지는 업무를 맡았다.
한 번 나가면 4~5팀이 꾸려져 나가기에 절반 이상의 인원이 빠져나간다.
그래서 출장이 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사무실은 비교적 고요하다.
하지만, 그들의 복귀가 임박해지면 분위기는 점차 달라진다.
거의 돛대기 시장 수준으로?
2주 연속 일정이 잡히게 되면, 같은 사무실에서 분명 근무는 하고 있지만 꽤 낯설어질 정도로 얼굴이 까마득해지기도 한다(약간의 과장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래서 내근 주만 되면 그동안에 쌓아두고 묵혔던 각자의 썰들을 풀기 위해 사무실은 금세 수다방으로 변해있다.
"팀장님! 이번에 거기 조사는 안 힘들었어요?"
"우리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런 조사는 두 번 다시 하기 싫어지네요."
"김 대리님 머리 했어요? 너무 이쁜데? 잘 어울려요!"
"정 대리는 결혼 준비 잘 돼 가고 있나? 살 많이 빠졌네!"
"오늘 점심 약속 있어요?"
주제도 중구난방이다. 솔직히 서로에 대한 얘기를 귀담아듣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삼삼오오 모여서 각자의 이야기를 펼치며 까르르 웃고 떠드는 걸 보고 있으면, 여기가 직장인지, 어느 여고생 교실인지 가끔씩 혼돈이 오기도 한다.
그만큼 정겨운 분위기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꼭 눈에 띄진 않지만,
자세히 보면 특별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꼭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다들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하하호호 배꼽 잡고 떠드는 와중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온다.
"따닥~ 따닥~ 따다닥~ 딱! 따다 다닥!"
이렇게 열기가 타오르는 사무실에서 누군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열의를 불태우고 있는 듯해 보인다.
그리고 잠시 후... 몇 명의 무리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길을 천천히 옮긴다.
점점 다가갈수록 그 소리는 가까워진다.
"따다닥! 딱딱! 다다다 다닥!"
아마 집중력이 뛰어난 편인 것처럼 보인다.
한 무리의 이동에도 불구하고, 그는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키보드를 두드린다.
마치 경주마처럼 모니터만을 응시한 채, 주변에 누가 와도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도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고개를 뒤로 젖혀 본다.
그런데 이게 웬걸?
웬 덩치 큰 남자 몇 명이 자신의 등 뒤를 둘러싸고, 그 시선은 모니터를 응시했다.
"깜짝이야! 여기서 뭐 하는데?"
"또, 언제 왔는데? 빨리 좀 각자 흩어지지?"
그러자 옆에 있던 대리가 한 마디 내뱉는다.
"과장님! 뭐해요!"
"응? 일하지! 뭐 하긴..."
"만날 혼자 일하고, 아까 전부터 얼마나 쳐다보고 있었는데 눈 한번 안 마주치고..."
"뭐 하고 있는데요?"
"뭐 하긴! 일 하고 있다니깐 그러네..."
서로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말들로 대화(?)를 나누지만, 이는 막연한 대화가 아니다. 어쩌면 각자만의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인 듯하다.
아니 각자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표현이라는 게 더 정확한 말이다.
한 사람은 관심을 극도로 싫어하고, 말 수도 적어 조용히 있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상대는 조용히 있는 누군가를 슬쩍 건들고 싶고, 장난을 걸고 싶은 욕구가 생긴 것 마냥 가만두지 않으려고 한다.
(참고로 눈치챘겠지만, 조용함을 선호하는 이는 바로 나를 뜻한다)
'이게 재밌나? 저들은 일 안 하나? 일이 없나?'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대부분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일처리도 빠르고, 컴퓨터도 잘 다루는 탓에 아마 업무처리 능력은 나보다 훨씬 나은 듯하다.
이런 이유로 난 만날 모니터 앞에서 그들보다 몇 배는 더 키보드를 두드려야 계획한 대로의 일을 마칠 수 있다. 또한, 성격도 대범하지 못하다. 좋은 말로 표현하자면, 꼼꼼한 편이기에 처리 속도도 꽤 느린 편이다.
그리고 지금 업무 역시, 여전히 익숙지 않아 이해하는데도 꽤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떼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해도 계획한 대로 다 못 쳐내는 경우도 더러 있기에 간간이 쉬는 시간 외에는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저들은 정말 일을 다 처리해놓고 저런 한가함을 보이는 걸까?'
"아니면 한가함을 빙자한 여유? 단순한 허세를 부리는 걸까?'
'이마저도 아니라면... 일은 일대로 처리하면서 정말 시간을 쪼갠 휴식인 건가?'
'정말 마지막과 같다면... 진짜 이런 거라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역시... MZ세대는 따라갈 수 없구나...' 하는 자괴감 마저 들 것 같다.
난 계속 해도 일이 보여서 그냥 쉬면서 떠들고 노는 게 잘 안되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도 불안하던데... 어떻게 그게 되지?
집에서까지 일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이런 불안함은 나만 느끼는 건가?
솔직히 나 역시 맘 편히 일을 놓거나, 분리를 하는 습관도 키우고 싶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진짜 뜻대로 잘 안된다.
내일도 벌써 나만의 계획은 다 짜여있다.
물론 계획은 계획일 뿐이기에 모두 다 처리할 수 없다는 것 또한 항상 인지 중이다.
하루 종일 바짝 해도 계획된 업무를 다 쳐낼 자신이 없다.
그리고 분명 내일 하루 만에 끝낼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해 놓은 기일 안에는 끝내야 마음이 편안해지니
나원 참... 어쩔 수 없다.
이 또한,
내 팔자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