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이 뭐가 중요합니까?... 난 오히려 그게 더...
엊그제 우리 사무실로 전입 온 동기와 점심을 먹었다.
거의 입사 후, 개인적으로 약속을 잡고 둘이서 밥 먹는 건
아마 처음인 듯했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형! 여기 근무한 지 얼마나 됐어요?"
"형! 재밌어요? 술 잘 마셔요?"
"형은 노안 안 왔어요?"
"다른데 가면 내가 같은 직급에서 젤 나이 많은 편인데
그래도 형이 있으니깐 편하네요."
나도 편했다. 같은 부서에 열 살 넘게 차이나는 친구들도
있어서 좋은 부분도 있지만, 가끔 대화를 해보면 따라가기
어렵기도 하고 마인드도 차이가 나는 걸 종종 느꼈는데.
이렇게 두서너 살 차이의 동생을 만나면 같은 또래라
그런지 편안해진다.
마치 만날 파스타, 피자만 먹다가
오래간만에 얼큰한 된장찌개를 먹은 느낌이랄까?
동기는 나 보단 어리지만 벌써 첫째가 고등학생인
어엿한 아버지였다. 어쩜 나보다 어른인셈이다.
사무실 주변을 둘러보면 남직원들 중 이런 분들이
꽤 많은 편이다.
그중에서 나이는 아쉽게도 내가 젤 많은 편이다.
직급은 같지만 나이가 다른 경우가 많다.
(입사 당시엔 대리보다 주임인 내가 더 많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들은 호칭을 섞어 부르기
시작한다.
"과장님~~"으로도 불렀다가,
사석이나 편안한 분위기가 되면
"형님"으로 바뀐다.
솔직히 난 우리 친형을 제외하고
직장에서 나 보다 나이 많은 누군가에게 아직
"형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러본 이가 거의 없다.
아니 없었던 것 같다.
어색하다.
물론, 나이가 어린 친구들에게도 진짜 친하거나,
애초에 말을 놓은 사이(입사동기 같은...)가
아니라면 그들에게도 존칭을 사용한다.
띠동갑이든 그 이상 차이가 나든 간에
웬만하면 그의 직책을 부르고, 예를 갖춰대하는 게
내 입장에선 더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편하게 말을
한다는 분들이 예의가 없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한 편으론 그렇게 쉽게 누군가에게
허물없이 대할 수 있는 게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암만 노력해도 입 밖으로 잘 안 내뱉어지는 걸 보면,
진짜 어려운 게 사실인 것 같다. 나에겐..
그리고 동기랑 얘기하면서 또 하나 느낀 점이 있다면.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지만,
내 역할(?)이 크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형님, 형이라는 호칭.
이는 듣는 사람도 썩 나쁘게 들리지 않는다.
아니 나쁘게 들을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자연스러운 거니깐.
반면, 이렇게 부르는 사람 입장은 어떨까?
100% 다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떤 면에선 그들은 위안이 되는 듯했다.
현 직장에서는 나이=직급은 아니다.
입사 시기가 서로 다르기에 상위 직급이더라도
어린 분들이 있을 수 있고,
늦게 입사를 했다면, 직급상 막내일 뿐이다.
잠시 말이 새어나간 듯한데,
그들의 위안 포인트는
'내가 직급은 높지만 또는 같지만 저 사람보단
아직 어리답니다~ 비슷해 보여도 내가 분명 동생입니다~'
라고 상대적으로 어리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수단이 되어주기에 위안이 된다는 걸 들었다.
"만날 동생들만 있었는데, 이 나이에 나보다 한두 살
많은 형이 있으니 좋네요."
어쩌면 겉모습만 봤을 땐,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분간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호칭으로 인해서 확실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는
효과도 생긴다.
몰랐던 사람들도
'아... 과장님이 형님이었구나...'
라며, 이제 더는 의심도 없이 명확해진다.
듣는 내 입장에선 그래도 직급으로 불리는 게
나이도 안 들킬 수도 있는데,
이건 내 맘대로 할 수 없으니...
그냥 동의 없이 훅 하고 "형님"이라고 들어오니...
가끔은 나도 예상치 못한 "형님" 공격(?)을
받으면,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지만 티를 낼 수 없기도
하다.
'에이... 설마... 내가 형이라고?'
'진... 짜야?'
이런 분들에게 나의 존재는 참... 중요하겠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