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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제주도 앞 바다에서 술 먹지마라!ㅋㅋㅋ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란 말을 몸소 체험 받을(?)줄이야...ㅎㅎㅎ)

by 관돌

(20년 전의 시점입니다)

혹시나 앞부분이 궁금하시다면 이 전 글도 함께 봐주시면 감사드려요!!!^0^


드디어 착륙... 그리고 도착한 아름다운 섬나라 제주도!

오전에 비가 내렸다고 했지만, 햇빛이 쨍쨍 빛나고 뭔가 맑음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마치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될 나의 미래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잠시 가져보았다.


제주도에도 다행히 동기가 있어 친히 운전을 해서 감사하게도 모시러(?) 나와 주셨다.ㅎㅎㅎ

여긴 훈련소를 마치고 교육받을 시기에 교관이셨던 분이 담당관(회사로 치면 팀장 직급)님으로 계셨기에

약간의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교육생 때 바라보던 교관님은 대게 젠틀하고 멋찐 분이라 느꼈었는데, 막상 실무에 나와서 같이 사회생활을 해보니... 그때 이미지만 간직했던 게 좋았으련만...;; (이유는 뒷부분에...)


어쨌든 어리바리하게 경직된 내 모습을 본 담당관님과 동기는 환영의 인사를 해주시며, 토박이들만 아는 맛집으로 데려가 저녁을 대접해 주셨다.

숙소는 영외자 숙소에서 지내기로 동기가 미리 다 준비를 해주었는데...

아쉬운 건 이곳의 숙소는 부대 안에 있었기에 다시 영내생활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물론 외출 같은 건 허락이나 시간제한 없이 마음대로 다녀도 되지만, 부대를 나가기 전에는 그날의 암구호를 미리 숙지하고 나가야 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2인 1실이었기에 좀 불편한 감은 있었지만, 새로 집을 구할 처지는 안되었기에...

‘같은 방을 쓰는 분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궁금함을 뒤로한 채, 닫혀 있는 문을 열었는데,

깜깜하게 불이 꺼져있었다.

‘아... 아직 퇴근 전인가? 아님 약속이 있으셔서 나가셨나 보다... 내일 인사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피곤한 탓에 바로 철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리고 나서 룸메이트인 중사님은 3일 뒤에나 만날 수 있었다. ㅋㅋㅋ)

그렇게 제주도의 첫 날밤은 마무리되었다.


다음 날 출근해서는 정신이 없었다.

발령 첫날이다 보니 미리 근무한 동기를 따라 여기저기 인사를 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이 분은 ○○○상사님, 정말 좋은 분이시다. 앞으로 잘 모셔라!”

“여긴 ○○○중사님! 우리 사무실에서 제일 스마트한 분 중에 한 분!”

“그리고 이 분은~~~, 저분은~~~~...” 얼굴을 볼 때마다 앵무새처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 하사입니다.”라는 말만 계속해서 반복했었다.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탓에 하루종일 인사를 다니는 것만 해도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금방 녹초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제일 무섭다는 바로 윗기수 선배들을 만나 인사를 했는데...

정말 중사나 상사분들 만날 때 보다 이상하게 더 긴장이 되고 힘든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다 좋은 분인 것 같아 적응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가도 들었다.


군대에서는 매주 수요일이면 오후부터 ;체육활동' 시간이 있다.

포항에 있을 때는 사무실 앞에 족구장에서 선후배들과 2~3시간씩 족구를 하거나, 지겹다 싶으면 구보를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었는데, 여기선 족구 대신 주로 산책을 했던 것 같다.

부대 주변에 수목원이 있어서 한 바퀴 돌고 오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제주도에 가면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한라산 등반을 부대 체육활동 시간에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자주는 아니었지만 한라산 등반 희망자들을 성판악 주차장까지 태워주기도 했다.

‘와우! 대박! 이렇게 한라산을 한 번 가보는구나...’

처음 산을 오를 때는 좌우 고개를 돌리며 풍경도 구경해 볼 수 있는 여유도 있었지만, 2시간(?) 정도 지나고 나니 아무 생각 없이 오기로 끝까지 올라가자는 생각뿐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다!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자!’

‘진달래밭 대피소’라는 곳에 다다랐다는 표지판을 봤을 때는

‘휴~ 여기까지 왔으면 다 왔다고 봐도 되겠지... 백록담까지 올라가는 사람 많이 있을까?’

‘별로 없으면 그냥 못 이기는 척하고 나도 여기까지만 하고 끝내야지... 너무 힘드네...’


이런 생각으로 대피소에 다다랐을 때 즈음 사람들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 역시도 앞을 바라보니 멈추겠다는 생각이 일순간 사라졌다.

왜? 앞을 바라보니 바로 코 앞(?)에 백록담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건 진짜 눈속임... 아니 그냥 내가 그냥 가깝게 바라 본 느낌이었다.

백록담의 웅장한 모습과 한 번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아마도 실제 거리를 확 줄여준 느낌이랄까?^^::)


잠깐 앉아서 쉬었다가 다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백록담 분화구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건 보기 어렵다고 하던데... 이번에도 말라있으려나?’

‘가득 차 있었으면 좋으련만...’

위로 계속해서 올라가면 갈수록 까마귀가 너무 많았다.

정말 독수리(실제 독수리도 본 적은 없음) 크기 만한 까마귀가 머리 위를 휙~휙 날아가는데...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무지 사람을 피할 생각은 1도 없었던 것 같았다. 하긴... 여기가 자기들 집으로 봐야 되는데.

집주인이 손님을 피할 이유가 없겠지.ㅋㅋㅋ


드디어 도착한 백록담!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서있기도 힘들었지만, 백록담 아래를 바라보니 기대한 대로 물이 꽉 차있는

모습이었다.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고... 그냥

“와!... 와!...” 그냥 감탄사만 연발했던 것 같다.

그때 기념사진을 찍긴 했었는데... 그 사진이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4시간 정도 걸어온 것 같았는데, 힘들기도 했었지만, 이곳의 풍경을 바라보니 그런 피로감은 일순간 확 사라진 듯했다.

제주도에서의 나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는 이렇게 예상치도 못한 체육활동 시간에 이뤄보게 되었다.

포항에 있었더라면 비행기 티켓, 숙소 예매, 코스 등을 미리 확인하고, 큰 맘을 먹어야지 와 볼 수 있는

곳이었을 텐데...

‘나중에 한라산은 계절마다 한 번씩 와봐야겠다!’

라는 다짐을 하면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실제로 제대 후에는 한라산을 두 번 정도 다녀온 것 같다. 두 번 모두 겨울이었는데...

정말 눈 덮인 한라산... 아니 눈 내리는 한라산은 절경 중에서 절경이라 생각된다)


제주도에서의 군 생활이 버킷리스트를 이룰 만큼 좋은 부분도 있었지만...

누구나 그러하듯이 모든 일들이 술술 잘 풀릴 수만은 없듯이 이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 술을 그렇게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었다. 이 시기에는...

(지금은 주량이 소주 2~3병 정도? 보통 소맥을 즐겨마시는 편이지만...)

앞서 소개해드린 우리 담당관님은 교관 시절에는 유머러스하시고, 젠틀하신 분이라 존경심도 있었는데...

이곳에서 같이 생활을 하다 보니 퇴근 후 최소 일주일에 2~3번은 술자리를 가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따라다니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안 따라가면 안 되는 분위기(?) 같은 것도 생겨서...

먼저 있었던 동기는 이런 생활이 익숙해져 있던 탓에 쿵작이 잘 맞아 보였는데,

그 속도 속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봐도 대단하다! 우리 동기...ㅜㅜ)


1차, 2차, 3차...

‘휴~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마시려나?’

코스는 거의 비슷했다. 1차는 저녁에 반주, 2차는 소주, 맥주, 그리고 3차는 양주에 노래방...

이런 자리가 너무 잦다 보니 담당관님이 많이 사주시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얻어먹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었기에 3번 중에 한두 번은 지갑을 열어야 했었다.

당시 하사 월급... 정말 쥐꼬리만 했기에 감당이 안된 것 같았다.

생활비도 써야 되고, 저축도 해야 되고... 자주는 아니지만 어머니 용돈도 챙겨드려야 되는데.

이렇게 의미 없이 낭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다.


군대에 다녀온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싫다고 내 뜻대로 행동하기에는 쉽지 않은 곳이었기에.

그냥 참을 수밖에 없었다.

고작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럴싸한 핑계거리를 대는 것뿐이었다.

“담당관님. 오늘은 약속이 있는데요. 아님 몸이 좀 아파서 좀 쉬어야 되겠습니다.”

뿐이었다. 참! 한 가지 더 있었다.

담당관님이 육지로 휴가를 갔을 때...ㅋㅋㅋ

물론 돌아오시면 또 복귀의 기념으로 한 잔....ㅜㅜ

정말 술 마실 핑곗거리는 어쩜 이리도 많이 생기는지...

정말 그 당시에는 제주도 새벽이슬을 참 많이 맞고 다녔었던 것 같았다.

지금도 한 번씩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될 때면 그 시절의 모습이 떠올라 헛웃음이 나기도 한다.

(절대 좋아서 나는 웃음은 아닌 듯...)


그리고 이건 술 때문에 생긴 일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술에 대한 경각심(?)을 가진 나에겐 슬프지만 무서운 경험도 있었다.

어느 날, 부대 대청소(?)의 날이었던 것 같다.

나를 포함해서 주로 하사들이 주를 이루고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평소 나를 좋지 않게 생각해 오신 건지 잘 모르겠지만, 같은 사무실에 있던 상사 한 분이.

청소를 하고 있는 날 보며 갑자기...

“어이구... 애비 없는 놈은 참 뭘 해도 똑같다.”라는 말을 내뱉는 것이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잘못 들은 건가?’

‘애비 없는 놈... 저분도 나 아버지 돌아가신 건 알고 있을 텐데... 저런 말을 한다고?’

이건 나를 욕하는 게 아니었다. 가족에 대한 모욕감이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상사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뭐 잘못한 게 있어요?”

“그래도 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닌가요?”

“왜! 내가 무슨 틀린 말 했나? 별말도 아닌 거 같고 그렇게 대드노!”

“니 상사 믿고 막나가나?”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뭘 그렇게 막 했다고...’

‘왜 자기 일을 밑에 사람한테 화풀이하고 난린지...’

사실 이 분은 우리 담당관님과 진급이 맞물려 있는 대상자였는데, 후배였기에 담당관님한테는 직접 싫은

얘기는 못하는 편이었는데... 병과도 달라서 나와 동기에게는 그리 살가운 편은 아니셨다.

그저 우리도 담당관님의 후배이기에 눈에 가시처럼 느껴졌을 테니...


그렇다고 상대방이 들으면 정말 화날 수 있을 만한 얘기를 저렇게 스스럼없이 한다고?

아무리 생각 없이 던진 말이라고 하지만...

나에겐 정말 개구리가 짱돌에 맞아 죽을 만큼의 충격적인 말로 다가왔었다.

(정말 사회같았으면...싸움은 못하지만 계급장 떼고 한대 쥐어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당시에는...

사실 지금까지 주먹질하며 싸워 본적은 초등학교 1학년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때도 친구에게 맞고 집으로 가는 길에 엉엉 울면서 같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잊혀지질 않는다.ㅎㅎㅎ

뭐가 그리도 서럽고 억울했을까???)


암튼 그날 저녁 회식이 잡혀 있었는데... 회식 가기 전 얼마나 분했던지 숙소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같이 있던 후배 하사들도 나를 위로해주기도 했지만,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기에 참석을 하고...

바닷가 근처 횟집에서 회식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얼마나 많이 마셨던지...

정말 이 얘기는 가족 누구에게도 꺼내지 않은 얘기였는데..

정말 이때, 동기 아니었더라면 이 글을 쓸 수도 없었을 거다.


그날 이후 동기에게 들은 얘기였다.

화장실 간다고 나간 녀석이 10분, 20분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해서 찾아 나섰는데 도무지

보이지가 않았다고 한다.

편의점에도 없고, 길가에 쓰러진 것도 아니고... 도대체 어디 있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설마라는 생각으로 방파제 쪽으로 가봤는데...

삼각뿔이라고 해야 되나?

그 모양으로 생긴 방파제 사이에 쪼그려 앉아있던 나를 정말 운 좋게 발견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정말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인사불성이 된 상태였기에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아 겨우 끄집어 올려서 데려왔다고 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술에 취해서 먼저 택시 타고 집에 갔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날 찾지 않았다면...

다행히 동기도 회식 전의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던 거였었다.


그런데 결코 내가 술에 취해서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지...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그곳에 앉아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술이 깨고 나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땐 정말 아찔했다.

‘휴~ 내가 미쳤지... 진짜 까딱하다 죽을 뻔했네... 동기야! 고맙고 진짜 감사하다’

이후부터 술을 마실 때는 정신을 더 바짝 차리고 마셔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이 다짐은 술이 취하면 취할수록 약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그 이후부터 이런 심각할 정도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나의 군 생활도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죽을 고비를 두 번(폐결핵, 방파제 사건)이나 넘겼으니 말이다. 농담이지만 진짜ᆞ 오래오래 살아야 될 운명인가 보다.^^:;)


이 얘기를 만약 어머니나 가족들이 보신다면 걱정과 동시에 엄청난 잔소리를 하실거다. 아마도...

하긴 어떤 말을 들어도 할 말은 없지만...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지금은 절대 이런 술버릇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을 따름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오면서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는다고 얘기한다.

나 역시도 아직 오래 살진 않았지만. 이런 엄청난 실수들을 겪어왔기에 조금은 성숙한(?) 인간으로 변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굳이 안 해도 안 겪어봐도 될 위험한 실수나 시행착오는 일절 경험을 안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짧다면 짧고, 상대적으로 긴 군 생활 속에서 겪은 경험들은 현재의 삶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지혜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작은 기대감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며 이번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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