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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돌 Mar 17. 2024

'동행'을 아시나요?

따뜻한 감동을 받고 있지만... 참 무관심한 어른이 된 것 같기도...

토요일 저녁이면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볼 수는 없지만, 가급적 그 시간대에 여유가 되면 시청을 하는 편이다.

바로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이다.

KBS '동행' 프로그램 중

평소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눈물이 날 만큼 슬픈 내용도 아닌데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마 40대 이후부터인 것 같다. 남성 호르몬이 점점 줄어들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그저 기분이 좋아진다. 

20~30대 시절에는 사회복지사로 일을 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계시거나 도박중독으로 문제가 있으신 분들을

위해 상담을 하거나 예방하는 업무를 주로 했었다. 그 당시에는 이런류의 프로그램을 보면 솔직히 '불쌍하다'

'안 됐다'는 생각이 주로 많았었다.


처음 사회복지사 일을 할 때, 솔직한 마음가짐은 '내가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힘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도움을 받는 사람은 '사회적 약자', '힘이 없는 가난한 사람' 이기에 당연히 도와줘야 되고, 도움을

받아야 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물론 겉으로는 절대 표현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리석고 짧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 시기를 반성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는 불쌍한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한 권력자가 결코 아닌데...

그리고 도움을 받는 분들 또한, 환경이 다를 뿐이지 마땅히... 당연히 불쌍하다고 여겨야 할 대상이 아닌데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가졌다는 자체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가끔 시간이 날 때 보는,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은 참 따뜻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주로 내용은 어떤 힘든 생활을 겪고 있는 가정을 방송에서 소개해주고, 향후 시청자들의 후원을 받아 지원을

해주는 형식으로 마무리된다.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생활이 녹록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만, 공통점은 대부분 그 상황에서도 밝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나와서 부모님을 챙기거나, 아직 자신도 어린데 더 어린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들을 보면

어른인 나의 삶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명 어린아이들은 아이처럼 지내야 되는데, 너무 일찍 철이 든 모습을 보면 너무 안쓰러운 마음도 생긴다.

KBS '동행' 프로그램 중
KBS '동행' 프로그램 중

또 한편으로는, 아직 우리 사회가 너무 각박하지는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안심이 되는 부분도 있다.

집 청소를 도아주거나, 필요한 요소요소 자원봉사자나 후원업체에서 도와주는 내용을 보면 그저 흐뭇할 따름

이고 대단함마저 느낄 때도 많다.

'저렇게 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이 분들은 그저 그 가족들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도와주는 것뿐이었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다른 어떤 것보다 힐링이 되는 프로그램이기도 한 것 같다.

KBS '동행' 프로그램 중
kBS '동행' 프로그램 중

그런데 요즘에는 각 방송사마다 시청률이 중요하기에 점차 소소한 우리 이웃의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고, 자극적인 요소가 없어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냥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분명 이 아이들은 자라서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받은 사랑의 몇 배를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훌륭한 인물들이 될 것 같다. 

그 사랑의 씨앗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동행'인 것 같다.


어쩌면 메말라 있는 나의 감정상태에 촉촉한 감동 한 방울을 떨어트려 주고 있는 그런 고마운 방송이기에

더 장수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주는 내용도 좋지만, 우리 이웃의 삶을 한 번쯤 돌아보고 나눔의 욕구를 일으키는

내용을 전파하는 것 또한 공영방송이 지녀야 할 중요한 역할은 아닐까?

KBS '동행' 프로그램 중


에필로그

가끔 철이 든 아이들을 보면 어른들은 기특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철이 일찍 든 아이들은 어쩌면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책임감을 일찍 알아버린 것일 수 있기에...

아이들은 그 나이대 맞는 생각과 행동과 놀이를 하는 것이 제일 행복한 삶이 아닐까?

대한민국의 성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주위를 살피는 것도 어쩌면 책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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