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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어때? 신나는 너희들을 응원해

(야구는 진심이에요)

by 하얀

강원도 양양에서 아침부터 바쁜 아이들이 있었다. 강원도 양양에서 경기도 화성까지 야구 시합을 가야 하는 날이었다. 양양 아이들이 아침부터 분주했다. 몇 번의 원정경기를 다녔지만 어제 가장 멀리 간다고 했었다. 양양에서 화성까지 3시간 반이 조금 안 되는 거리였다. 아무래도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왕복 7시간은 된다는 말에 이 경기를 보내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마로서 고민이 되기도 했었다.


아빠 몇 분이 아이들 시합에 함께 가기로 해서 잘 다녀오리라 생각했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찰리(우리 아들)가 투수를 하고 있어서 아침부터 몇 가지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네가 못 던진다고 팀이 진다고 생각하기보다 그냥 공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봐." ( 더 무서운 말이었을까?)

"졌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는 거 알지?"


2주 전쯤 양양유소년야구단 아이들이 원정경기가 아닌 시합을 나갔었다. 하루에 2경기씩 뛰어야 했고, 우리 아이들은 올봄에 야구를 처음 시작한 쌩 초보 야구단이었다. 첫 시합에 맞는 결과를 보여줬다.


15: 0

20: 0


아이들보다 부모님들이 놀란 숫자였던 것 같았다. 불과 2주 전이었고, 이번 경기는 수도권 친구들과 하는 첫 경기였기에 긴장감이 더했다.

5학년이 야구한다고 하면 송도친구들은 아마 모두 야구선수를 꿈꾸고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도시 친구들이랑 하는 첫 경기라니... 아무래도

저번 강원도 경기보다 더 점수차이가 나지는 않을까

아이들이 그걸로 기죽지는 않을까 생각 들었다.


집에 남아있던 체리(딸)와 쌀국수를 먹으러 속초로 나갔다. 오빠가 없으니 외식을 하자며 아이들의 경기는 까먹고 있었다.



한창 쌀국수를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엄마! 내가 1점 냈어!!!."

"오 아주 잘했어~ 슬라이딩해서 1점 내고 1점 더 냈는데 3 아웃돼서 그건 점수에 넣지 않았어."

"열심히 달렸는데 좀 아쉽네. 괜찮아~."

"내가 1점 윤이가 1점 그래서 2점이야."

"올~~ 다 잘했네. 그럼 상대팀은?"

"응~~ 8점. 우리 2대 8이야."

"그래도 저번보다 훨씬~ 잘했네!!!!!."

목소리의 톤으로 봐서는 진 목소리가 아이였다. 8대 2인데 목소리가 어쩜 그렇게 맑고 밝은지 모르겠다.


아직 소식을 모르고 있던 엄마에게 결과를 알려주었다.

"애들 몇 대 몇이래요?"

"8대 2요."

"오~~~ 우리가 8점이래요?"

"아뇨~ 2점 ㅎㅎㅎ."

"아니 그럼 2대 8이라고 해야죠."

"8대 2나 2대 8이나 목소리는 이긴 줄 알았어요."

"어후~ 모야~~."


다시 3시간을 와야 한다며 도착하면 7시 정도 될 것 같다는 단톡방 메시지를 보았다. 도착하면 애들이 너무 피곤하겠구나 싶었다.

함께 가주신 아빠들이 애들 고생했다고 밥을 먹이고 들어간다는 말에 아이들 피곤함과 내 피곤함도 함께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체리와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아이들 저녁사진이 도착했다. 누가 봐도 승리팀 같아 보였다. 너희가 행복하고 재미있으면 됐지 지금 결과가 모 그렇게 중요하겠냐!!

아직 어린데 공하나에 자신의 부족함을 싣지 않았으면 했었다. 그냥 동네 친구들과 함께 뛰어노는 것처럼 그러면서 팀에서 함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배우길 원했다. 끝나고 사진에 찍힌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내가 원하는 대로 그렇게 모두가 야구를 하고 있어 보였다.


이런 표정의 너희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니?

조금씩 발전하는 양양유소년야구단을 응원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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