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봄날의 라이딩

by 하얀

"자 오늘은 학교 운동장이 아니라 진짜 자전거 타러 나가자"

"야호~!" 몽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루가 소리쳤다.

"선생님 저희 너무 많이 가는 건 아니에요?" 누리는 오늘의 일정을 듣고 살짝 두렵기도 했다.

몽 선생님이 발표한 오늘의 계획은 양양에서 출발해서 속초해수욕장까지였다. 28킬로미터 자전거 라이딩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지금까지의 운동장 자전거 타기와는 차원이 다른 도전이었다.

"걱정 마. 중간에 쉬면서 가면 돼."

새온이 말했다. 전학 온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새온은 자연스럽게 상황을 정리하는 담당이 되었다.

선생님의 차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출발했다. 출발장소에 도착하자 이미 다섯 대의 자전거가 준비되어 있었다. 페인트 사장님의 큰 트럭이 막 시동을 걸고 있었다.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분이셨다.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몽 선생님이 두 손을 모으며 인사했다. 사장님은 운전석에서 손을 흔들며 웃었다.

"별거 아니에요! 아이들 재밌게 놀다 와요!"

트럭이 사라지자 아이들은 자전거 앞에 섰다. 헬멧을 쓴 누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중간에 힘들면 쉬었다 가는 거 맞죠?"

"당연하지! 우리 작년에도 했었어. 걱정 마" 도담이가 누리를 안심시켰다.

"선생님~ 누리 힘들다 그러면 두고 가요~"마루가 헬멧을 비뚤어지게 쓰며 웃었다.

마지막에 서있던 새온이까지 자전거 브레이크를 확인하고 모두 출발준비를 끝냈다.

"자, 그럼 출발할까? 하나, 둘, 셋!"

"파이팅!!"

다섯 아이의 목소리가 봄 하늘에 울려 퍼졌다.


출발한 지 십 분 정도 지나자 첫 번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완만해 보이던 오르막길이 가팔랐다.

"헉... 헉... 이거 생각보다 힘든데?"

마루가 숨을 몰아쉬며 페달을 밟았다. 뒤에서 따라오던 누리의 얼굴도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잠깐, 잠깐! 물 좀... 마실 수 있어요?"

"조금만 더 가면 쉴 곳 나와. 해변 가기 전에 그늘진 곳 있으니까 거기까지만 힘내자."

몽 선생님의 격려에 아이들은 다시 페달에 힘을 줬다. 도담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천천히 가. 마루랑 새온이도 맞춰서 오고 있어!"

도담이의 말에 누리가 다시 한번 힘을 내 페달을 밟았다.

고개를 넘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아이들은 말을 잃었다.

"우와..."

7번 국도를 따라 이어진 자전거길 양옆으로 벚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연분홍빛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아이들 머리 위로, 어깨 위로 떨어졌다. 왼편으로는 푸른 동해바다가, 오른편으로는 벚꽃 터널이 끝없이 이어졌다.

"선생님 여기 너무 이쁜 거 같아요." 누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제일 앞에 있던 선생님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며 그 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얘들아, 여기서 사진 찍자!"

몽 선생님이 벚꽃이 가장 아름답게 핀 곳에서 자전거를 세웠다.

"하나, 둘, 셋!"

아이들은 자전거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그런데 몽 선생님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어? 이거 동영상이었는데~"

"아, 선생님!"

아이들이 일제히 항의했지만 모두 웃고 있었다. 그 웃음소리가 벚꽃 사이로 퍼져나갔다.

드디어 속초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성취감으로 가득했다.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와, 우리 진짜 해냈다!"

마루가 자전거에서 내려 모래 위에 털썩 앉았다. 다른 아이들도 하나둘 모래에 주저앉았다.

"다리가 후들후들거려." 누리가 웃으며 다리를 주물렀다.

"그래도 우리 대단하지 않아?" 도담이 평소보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섞여 있었다.

새온이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에는 더 어디까지 갈까?"

"저 위에 고성에 김일성 별장이 있데 거기까지 가면 엄청 힘들겠지?" 마루가 설마 하는 생각으로 물었다.

옆에서 듣던 선생님은 "너네 고성까지 가는 거 어떻게 알고 있었어?" 라며 진짜 고성까지 도전하자고 했다.

새온이 기대감에 차서 말했다. "그럼 우리나라 끝까지 갔다가 오는 거예요?"

"끝까지 가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다음에는 고성까지 가보자!"

"우리가 지금 타고 있는 이 길이 7번 국도래! 알고 있었어?" 갑자기 마루를 무엇인가 생각났다는 듯이 신이 나서 말했다.

누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7번 국도가 뭐가 특별한데?"

"이거 정말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라고! 우리 아빠가 그랬어. 연인들이 데이트할 때 많이 온다나 뭐라나..." 마루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럼 우리도 연인이야?" 누리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짧은 휴식도 끝이 났다.


몽 선생님은 바다가 보이는 수제버거 가게로 아이들을 이끌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 시원한 콜라까지. 땀에 젖은 채로 먹는 음식의 맛은 그 어떤 고급 요리보다 맛있었다.

"진짜 최고다!"

아이들은 엄지를 치켜들며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 속 아이들의 얼굴에는 도전을 완수한 자신감과 친구들과 함께한 기쁨이 가득했다.

식사 후 들른 홍련암에서 아이들은 절벽 끝에 세워진 사찰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우와, 저기서 사진 찍으면 진짜 멋있겠다!"

의상대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본 순간, 아이들은 모두 조용해졌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오늘 자신들이 달려온 길이 한눈에 보였다.

"우리가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온 거야?" 도담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응. 와 우리 오늘 진짜 28킬로나 달렸어." 새온이 살짝 흥분되어 말했다.

그 순간 아이들은 깨달았다. 자신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걸.

돌아가는 길은 조용했지만 편안했다.

"오늘 진짜 재밌었다." 누리가 먼저 말했다.

"응. 나도." 도담이 평소보다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새온은 페달을 밟으며 생각했다. 이런 친구들과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으로 '우리'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벚꽃 잎이 다시 한번 아이들 위로 흩날렸다. 봄바람과 함께, 우정과 함께.

그날의 라이딩은 단순한 체험학습이 아니었다. 다섯 아이에게는 함께 도전하고, 함께 성취하는 법을 배운 특별한 하루였다.

아직 그들은 몰랐다. 오늘의 경험이 앞으로 더 많은 모험과 성장의 시작이라는 것을.


3화. 라이딩.png


이전 03화2화. 우리만의 그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