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우리만의 그라운드

by 하얀

아침 8시 20분, 아파트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일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학교까지 20분이라는 시간이 네 명에게는 그냥 그런 시간이었다. 어떤 날은 재밌고, 어떤 날은 졸리고. 어떤 날은 유치한 택시 앞자리 싸움도 있었다. 새온이와 누리가 현서분교를 다니기로 하고 택시를 타던 첫 주에 서로 앞자리에 앉겠다며 투닥거리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앞자리는 돌아가면 앉는 걸로 결정했다.

택시의 마지막은 누리였다. 택시 문이 열리자 먼저 앉아있던 마루와 새온 도담이는 누리를 쳐다보았다.

"오늘도 끝말잇기 할까?" 마루는 어제의 패배가 생각났는지 누리가 타자마자 끝말잇기를 제안했다.

"어제 누가 졌는지 기억나?" 누리가 킥킥대며 도담이 옆자리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아, 그거 내가 일부러 진 거야!" 마루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새온과 도담은 뒷자리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작게 웃었다. 매일 아침 듣는 마루의 변명이었다.

"자, 그럼 오늘은 내가 시작할게." 도담이 조용히 말했다. "음... '친구'."

"구름!" 새온이 바로 받았다.

"음... 음악?" 누리가 고민하며 말했다.

"악기!" 마루가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기분!" 도담이 웃으며 이었다.

"분홍!" 새온이 말하자 모든 시선이 누리에게 쏠렸다.

"어... 어..." 누리가 당황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흥! 흥미진진!"

"야, 그건 반칙이야! '홍'으로 시작해야 되잖아!" 마루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에이, 발음이 비슷하니까 괜찮잖아~" 누리가 애교를 부리며 한 번 봐달라고 했다. 아이들은 20분을 그냥 그렇게 보내기도 하고 전 날 했던 자신의 게임 기록을 자랑하기도 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산길과 계곡, 가끔 보이는 '멧돼지 조심' 표지판을 보며 아이들은 깔깔 웃기도 했다.


20분은 그렇게 훌쩍 지나갔다. 현서분교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가방을 메고 교실로 향했다. 20여분이지만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학교는 조용했다. 4월 아침의 공기는 아직 차가웠다.

시끄러웠던 택시와 다르게 교실에 들어서면서 하루의 시작이 수학 문제집이라는 사실에 다들 조용해졌다. 몽선생님이 짜주신 아침 루틴에는 가장 먼저 수학이 들어가 있었다.

"으악... 또 분수네." 누리가 한숨을 쉬며 가방을 걸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분수 진짜 싫어."

"그냥 하라니까 해." 도담이가 누리의 징징거림이 듣기 싫었던 듯 짧게 내뱉었다.

"마루야, 한 문제라도 집중해서 풀어봐." 몽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이거 어제보다 더 어려워진 것 같은데요?" 마루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어제보다 하나 더 성장한다는 뜻이지." 몽 선생님의 대답에 아이들은 아유와 한숨을 함께 내쉬었다.

새온이는 아이들의 이야기보다 빨리 끝내려는 욕심이 났다. 연필을 잡고 문제에 집중했다. 하지만 가끔 머리를 긁는 걸 보면, 역시 쉽지 않은 것 같았다.

아이들의 연필 굴리는 소리, 한숨 쉬는 소리, 지우개질하는 소리가 교실 안에 가득했다.

"얘들아 이제 수학 다 풀었으면 나가자" 선생님이 정해준 두 번째 루틴을 하러 가야 했다. 선생님은 매일 운동장 10바퀴와 자전거 20바퀴를 다 돌아야 1교시를 시작하셨다.

"자, 오늘도 10바퀴다!" 몽 선생님이 호각을 들며 외쳤다.

처음엔 네 명 모두 함께 뛰었다. 새온이 앞장서고, 도담이 옆에서 맞춰주고, 마루와 누리가 뒤따라왔다.

하지만 다섯 바퀴 정도 지나자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좀 쉬어가자." 마루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맞아, 너무 빨리 뛴 것 같아." 누리도 발걸음을 늦췄다.

앞에서 꾸준히 뛰던 새온과 도담은 뒤돌아보다가 두 친구가 한참 뒤에 있는 걸 발견했다.

"야, 너희 뭐 해?" 새온이 달려와서 물었다.

"잠깐만... 숨 좀 돌리자..." 마루가 손을 흔들었다.

"근데 우리 벌써 여덟 바퀴 뛰었는데, 너희는 여섯 바퀴밖에 안 뛴 것 같은데?" 도담이 조금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

"어? 진짜? 에이, 설마~아니지 누리야?" 마루가 웃으며 누리에게 동의를 구했다.

"야! 우리도 열심히 뛰어 있는 거야!"

옆에서 보던 몽 선생님은 작게 웃었다. 저렇게 티격태격하면서 크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수학과 달리기를 거쳐 자전거시간이 되었다. 자전거는 네 명 모두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응, 다음 주에 바다까지 가려면 지금부터 연습해야 돼." 선생님은 아이들과 자전거 라이딩을 계획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다들 잘 타긴 하지만 기본적인 체력과 돌발상황까지 예상해야 했다. 매일 아침 운동장을 자전거 20바퀴를 돌며 자전거 라이딩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퀴가 운동장을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도 시원했다. 아이들은 서로 속도에 맞춰 천천히 운동장을 돌았다. 아까 달리기 때문에 좀 삐졌던 마루와 누리도 어느새 잊고 페달에 집중했다. 자전거 탈 때만큼은 모두 진지했다.

"와~ 진짜 시원하다." 도담이 중얼거렸다.

운동장 주위가 다 산 뿐이었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나무 냄새와 흙냄새가 났다. 멀리서 새소리도 들렸다. 아침 안개도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었다.



비 오는 날

"야호! 오늘은 비 와서 운동 없다!" 마루가 창밖을 보며 외쳤다.

"맞아, 오늘은 쉴 수 있겠네." 누리와 새온도 아침 택시에서 오늘 달리기가 없다며 미리 좋아했다.

하지만 몽 선생님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2층! 방과 후 교실로 올라가자."

"네? 왜요?"

2층 빈 교실에는 언제 준비되어 있었는지 커다란 매트가 4개가 길게 깔려 있었다. TV에서는 체조 영상이 멈춰있었다.

"선생님... 이건 너무해요." 마루가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았다.

"비 오는 날은 원래 쉬는 날 아니에요?" 누리도 항의했다.

"차라리 비가 안 오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새온이도 팔다리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자자!! 이런 날일수록 몸을 더 움직여야 해." 몽 선생님이 말했다.

"아아아..." 아이들은 한숨을 쉬며 매트 위로 올라갔다.

팔 들고, 무릎 굽히고, 버티고, 돌리고...

"그래도 이것도 나름 재밌는데?" 도담이 의외로 체조를 열심히 따라 하며 말했다.

"너 안 힘들어? 도담이 너는 진짜 긍정적이다." 툴툴거리던 누리가 도담이를 보며 자세를 바꿨다.

예상과는 달랐지만, 네 명이 함께하는 건 언제나 나쁘지 않았다. 실내 체조든, 운동장 달리기든, 자전거든 상관없었다.

창밖으로 빗소리가 들렸고, 아이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매일 운동해야 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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