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교과서 없는 수업

by 하얀

"얘들아, 짐 다 챙겼지?"

학교에서 어디론가 움직일 때면 몽 선생님의 차를 타고 함께 움직였다. 매번 선생님 차를 탈 때마다 아이들은 말했다. "우리가 4명이고, 선생님까지 딱 5명이라 선생님차로 한 번에 다녀서 다행이다."

"우리가 5명이었으면 누구를 두고 갔을까?" 장난기가 올라오는 마루가 학교에 누구를 두고 갈지 답을 안다는 식으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마루의 장난이 익숙한 듯 새온이와 도담이는 마루의 이야기를 뒤로 한 채, 캠핑의자를 선생님 차에 옮기고 있었다.

새온이는 자신의 가방을 마지막으로 챙기고, 누리는 캠핑장에 가서 우리가 먹을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근데 선생님, 저희 캠핑장 가서 진짜 시험 봐요?" 마루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몽 선생님은 씩 웃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표정만으로 아이들은 알아챘다.

"진짜 시험 보는구나..." 도담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에이, 설마." 누리만은 여전히 해맑게 웃으며 선생님 차에 올라탔다. "아까 선생님이 수학책도 챙기라고 했잖아!"새온이는 마지막에 수학책을 가방에 넣었던 것을 생각했다.


한 여름이 되면 휴양림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선생님은 많은 사람들이 오기 전 여름을 즐겨보자고 하셨다. 아이들과 몽 선생님은 휴양림에서 공부도 하고 점심도 먹고 야외활동도 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휴양림에서 하루를 보낸다고 생각하겠지만, 휴양림은 몽 선생님 차로 5분 거리에 있었다. 5분 동안 아이들은 자주 가던 시골 자장면집을 지나고 산 안쪽에 있는 보건소를 지나 창밖으로 마을이 지나가고 드디어 초록빛 숲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마루는 창문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새온이는 조용히 풍경을 바라봤다.

"왔다!" 누리가 외쳤다.

멈춘 곳은 울창한 나무들 사이 작은 야영장이었다. 풀 냄새와 흙냄새가 섞여 코끝을 간질였다. 멀리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우와, 진짜 산속이네." 도담이가 짐을 내리며 신기해했다.

"선생님 여기 우리밖에 없나 봐요. 다 우리 거 같아요." 마루가 두 팔을 쫙 펴고 큭큭 거리며 신나 했다.

"여기서 밤까지 있다가 귀신놀이해요!"

"자! 일단 텐트부터 치자." 몽 선생님이 텐트 가방을 내리며 말했다. "그다음에..."

"시험 보는 건가요?" 도담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딩동댕! 수학 시험 볼 거야."

"에이!" 마루가 고개를 확 돌렸다. "진짜요? 설마 진짜 여기서 시험 본다고요?"

"당연하지. 그래도 시험만 끝나면, 오후 내내 자유시간이야."

아이들은 한숨과 기대가 뒤섞인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다.

텐트는 생각보다 쉽게 세워졌다. 새온이가 골조를 잡고, 마루와 도담이가 천을 씌우고, 누리가 말뚝을 박았다. 네 명이 함께 움직이니 금방이었다.

"완성!" 누리가 마지막 말뚝을 박으며 외쳤다.

"근데 이제 시험이라니..." 마루가 텐트 안을 들여다보며 투덜댔다.

"빨리 끝내자. 그래야 놀지." 새온이가 담담하게 말했다.

야영장에는 큰 나무 테이블이 중간중간 놓여있었다. 몽 선생님이 문제지를 꺼내자 아이들은 억지로 자리에 앉았다. 숲 속 교실. 평소 같으면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시험지 앞에서는 그냥 시험이었다.

"30분. 시작!"

연필 소리만 조용히 울렸다. 새온이의 손은 빨랐다. 문제를 읽고, 식을 쓰고, 답을 적었다. 옆에 앉은 도담이는 한 문제 한 문제 신중하게 풀어 내려갔다. 입술을 깨물고,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썼다.

누리는 연필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누리는 잠깐 그 모습을 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 집중. 집중.'

마루는 연필을 잡은 채 딴생각에 빠졌다. 저 멀리 계곡 소리가 들렸다. 시원한 물소리. 뛰어들고 싶었다.

"10분 남았다!."

몽 선생님의 목소리에 마루는 화들짝 놀라 문제를 다시 들여다봤다. 급하게 답을 적어 내려갔다.

"끝!" 문제지를 걷고 나자, 아이들은 한꺼번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됐다, 이제 놀아도 돼요?" 마루가 벌떡 일어났다.

"얘들아, 여기까지 와서 시험 보느라 고생했다. 이제는 점심 먹을 준비를 하자." 몽 선생님이 웃으며 아이들을 달랬다.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와 냄새가 야영장을 가득 채웠다. 아이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탄산음료를 흔들었다.

"건배!" 톡 쏘는 탄산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이게 진짜 꿀맛이지." 마루가 고기를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선생님 진짜 고기 잘 구우시네요." 누리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몽 선생님은 고기를 뒤집으며 빙긋 웃었다. "많이 먹어. 오후에 체력 필요할 테니까."

"계곡 가는 거죠?" 도담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연하지."

"야호!" 마루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컵라면 냄새도 섞였다. 숲 속에서 먹는 라면은 왜 이렇게 맛있는지. 후루룩 소리를 내며 면을 삼키고, 국물까지 다 마셨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고기를 먹고 배를 두드렸다. 배부르다며 다들 텐트 주변에 각자 자리를 잡았다.

나뭇잎 사이로 하늘이 조각조각 보였다. 구름이 천천히 흘러갔다. 매미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세상의 시간이 모두 여기서 멈춘 것 같았다. 마루는 여기서 시간이 멈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친구들과 빨리 계곡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얘들아! 우리 지금 누워있을 때가 아냐. 계곡으로 가자!"

"오예~ 선생님 저희 계곡 가서 놀다 와도 되죠?" 노는 것만큼 음 궁합이 잘 맞는 마루와 누리였다.

"조심해서 놀아. 깊은 데는 가지 말고. 선생님은 여기 마무리 정리하고 갈게." 몽 선생님이 당부했다.

아이들은 바지를 걷어 올리고 계곡으로 들어섰다. 아직 6월이라 계곡물은 차가웠다.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온몸으로 계곡물과 하나가 되었다.

"으악, 차가워!" 누리가 소리쳤지만, 곧 웃음으로 바뀌었다.

물장구를 치자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마루가 손으로 물을 퍼서 새온이에게 뿌렸다.

"야!"

"피해 봐!"

새온이도 받아쳤다. 순식간에 물싸움이 시작됐다. 도담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심스럽게 웃고 있었다.

"도담아, 이리 와!" 누리가 손짓했다.

"나는 여기서 놀래."

"에이, 같이 놀자!"

누리가 도담이 손을 잡아끌었다. 도담이는 잠깐 망설이다가 따라왔다.

"물이 진짜 깨끗하다." 새온이가 물속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돌이 다 보여."

"저기 물고기도 있는 거 같은데?" 마루가 몸을 숙였다.

아이들은 물고기를 찾으며 계곡을 천천히 걸었다. 바위에 앉아 발을 담그기도 하고, 물을 손으로 떠서 얼굴을 씻기도 했다. 물소리, 웃음소리, 물 튀는 소리, 모든 소리가 캠핑장 안 계곡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 몽 선생님이 말했다.

"더 있다 가고 싶어요. 여름에 또 한 번 와서 여기서 수업해요. 선생님 "

"다음 주는 누리 생일이 있으니까. 학교에서 생일파티 해야지." 텐트를 정리하며 아이들과 누리의 생일파티 때 무엇을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일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이 일상인 것 같은 날들이지만, 사실 아이들은 잊지 못할 추억들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여름의 어느 날이 지나갔다.


업5화. 교과서 없는 수업.png


이전 05화4화. 감자와 개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