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누리의 하루

by 하얀

아침 일찍 눈을 뜬 누리는 평소와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마음속은 이미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오늘은 누리의 생일파티가 있는 날이었다. 진짜 생일은 내일이었지만, 다른 학교와의 공동 수업 일정 때문에 하루 앞당겨진 파티였다.

"내일도 생일, 오늘도 생일! 이틀이나 생일인 거 아냐?" 누리는 혼잣말로 흥얼거리며 학교 택시를 타러 나갔다. 분명 내일이 생일인 것을 알지만, 올해는 이틀 동안의 생일이 될 것 같았다.

생일이라고 해서 운동장 돌기와 자전거 타기가 예외는 아니었다. 운동장 트랙에는 벌써 새온이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고, 도담과 마루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누리가 다가가자 새온이 고개를 들었다.

"기분 좋아 보이는데?"

"응! 오늘 왠지 진짜 빨리 달릴 수 있을 것 같아."

새온이 큭큭거리며 웃었다. "그럼 오늘은 내가 져줄게."

"야, 그건 실력으로 이기는 게 아니잖아!"

곧 마루와 도담도 도착했다. 마루가 누리를 보고도 평소처럼 "야, 누리야!" 하고 크게 인사하지 않았다. 그냥 손만 살짝 흔들고는 바로 달리기 준비를 했다.

몽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자, 오늘도 열 바퀴! 돌기 시작한다!"

누리는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발끝에 전해지는 흙도 푹신하게 느껴졌다. 다리도 가벼운 것 같았다. 가벼운 몸과 마음에 귓가를 스치는 여름 바람까지. 평소 같으면 다섯 바퀴쯤에서 숨이 턱까지 차올랐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 더위도 잊은 채 신나게 뛰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자꾸 신경 쓰였다. 마루가 왜 평소랑 다르게 왜 조용한 거지? 도담이도 뭔가 어색한 것 같았다. 열 바퀴를 다 돌고 나서, 아이들은 그늘 아래 모여 앉아 물을 마셨다. 누리는 슬쩍슬쩍 친구들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쯤이면 마루가 생일이라고 장난치고, 도담이는 웃으면서 축하한다고 해야 하는데 아무도 말이 없었다. 아까 달리기에서 져준다고 했던 새온이도 사실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만 했지, 축하한다는 말은 안 했다.

'내일은... 생일파티 못하는데... 정말 다들 까먹은 건가?'

누리는 억지로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야, 오늘 뭔가 특별한 날인 거 모르겠어?"

마루가 고개를 갸웃했다. "특별한 날? 무슨 날인데?"

"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몽 선생님이 손뼉을 쳤다. "자, 모두 교실로 들어가자. 오늘 수업 시작해야지."

교실로 들어가는 동안 누리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서운했다. 내일이 진짜 생일이니까 내일 축하해 주려는 걸까? 아니면 정말로 까먹은 걸까? 설마 선생님까지 잊어버리신 걸까? 어느 쪽이든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외로웠다.

교실 문을 열자마자, 갑자기 친구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렸다.

"짠!"

칠판에는 큰 글씨로 '누리야 생일 축하해!'라고 적혀 있었고, 책상 위에는 커다란 케이크와 노란색 피카추 인형이 놓여 있었다. 달리기 할 때 새온이만 먼저 나와있던 이유를 알았다.


몽 선생님이 케이크를 누리 앞에 놓으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누리랑 피카추가 진짜 닮은 것 같아서 골랐어. 어때?"

마루가 피식 웃었다. "인정. 둘 다 노란 것 같아요!"

"뭐야, 나 노래?" 누리가 장난스럽게 마루를 쳤다.

친구들이 누리 주위로 모였다. 몽 선생님이 박수를 치며 노래를 시작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누리의 생일 축하합니다!"

도담은 목소리가 작았지만 끝까지 불렀고, 마루는 과장되게 크게 불렀다. 새온은 리듬에 맞춰 손뼉을 쳤다. 노래가 끝나자 친구들이 작은 폭죽도 터뜨려 주었다. 노래가 끝나자 누리는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촛불을 후 하고 불었다.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걸 보며 누리는 문득 생각했다. 소원이 꼭 이루어지지 않아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았다.

"근데 누리야, " 새온이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며 물었다. "진짜 몰랐어? 우리가 네 생일 모르는 줄 알았어? 연기 티 안 났어?"

누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니, 사실... 너희가 내 생일 까먹은 줄 알았어. 진짜 서운했거든."

"헐, 진짜?" 마루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우리 연기 대박이었네!"

"미안해. 그래도 제대로 속았다는 거잖아?" 도담이 멋쩍게 웃었다.

"선생님도 잊으신 줄 알았어요." 누리가 피카추 인형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마루가 케이크를 입에 묻히여 말했다. "이거 진짜 맛있다. 선생님 아침에 케이크를 어떻게 사 오셨어요?"

"어제 미리 부탁하고 갔지. 아침 일찍 가져가야 한다고 예약했어."


오후 수업 시간, 누리는 수학 문제를 풀다가 문득 아까 일을 떠올렸다. 친구들이 생일을 까먹었다고 생각했을 때 정말 속상했었다. 혼자만 들뜬 것 같고, 괜히 민망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깜짝 파티를 보니까 그 서운함이 싹 사라지고, 오히려 더 기뻤다.

교문을 나서자 여름을 알리는 바람이 살랑 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누리는 가방 안 피카추 인형을 만지작거렸다. 오늘 하루가 계속 떠올랐다. 아침에 신나서 달리기를 했던 것, 친구들이 이상하게 굴었던 것, 교실 문을 열었을 때의 그 놀라움까지.

'완전 영화 같았어.'오늘 하루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끝나도 괜찮았다. 내일도 생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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