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특별한 일정이 생겼다. 한 달에 한번 학교밖으로 나가는 체험학습이었다. 이번에는 2박 3일로 떠나는 올해 마지막 체험학습 날이었다.
"와! 이번엔 스키장 간다!" 누리가 소리치자 마루가 눈을 반짝였다.
"2박 3일 동안 스키만 탄다! 우히히" 새로운 장소로 간다는 생각에 마루는 신났다.
출발 아침, 아이들은 서로 자랑 대결을 벌였다.
"나랑 도담이는 겨울마다 스키캠프 다녀서 어느 정도 탈 줄 알아." 마루가 어깨를 으쓱했다.
누리가 질세라 끼어들었다. "나랑 새온이도 작년에 스키 배웠어. 우리 진짜 엄청 많이 탔다고!"
새온이는 말없이 웃었지만, 눈빛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도담이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몽 선생님이 아이들의 대화를 듣다가 입을 열었다.
"자, 잠깐. 누가 더 잘 타냐, 어려운 코스를 가냐, 이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알지?"
아이들이 일제히 선생님을 쳐다봤다.
"제일 중요한 건 안전하게 타는 거야. 다치면 아무 소용없어."
오늘도 몽 선생님의 안전 교육이 시작됐다. 추위에 대비하는 법, 넘어졌을 때 대처법,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스키장 에티켓까지. 평소보다 훨씬 더 자세하고 진지했다.
스키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레벨 테스트가 있었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던 아이들은 결국 모두 같은 레벨로 배정됐다.
"푸하하!" 마루가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우리 다 똑같잖아!" 누리도 웃으며 새온의 어깨를 쳤다.
도담이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같이 배우면 더 재밌을 것 같아."
넷은 함께 스키를 배우게 됐다. 강사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서로 격려하며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이틀째 오후, 강사님이 특별한 제안을 했다.
"너희들 이틀 동안 정말 열심히 했어. 장난도 안 치고, 말도 잘 듣고. 그래서 선생님이 선물 하나 줄게."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곤돌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가서, 산 전체를 돌면서 내려올 거야. 할 수 있지?"
"네!" 다 같이 합창을 했다.
"아싸! 올해는 곤돌라 타고 올라가 본다." 작년에 곤돌라는 못 타본 마루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곤돌라 안에서 아이들은 창밖을 내다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새하얀 설경이 끝없이 펼쳐졌다.
"나 저쪽 코스 가봤는데, 진짜 재밌어. 중간에 완전 급커브가 있거든."
"나는 저기 갔었는데 경치가 미쳤어. 사진 찍고 싶었는데 핸드폰 안된다고 해서 그냥 내려왔어."
아이들은 서로의 무용담을 들으며 웃었다.
정상에서 산을 따라 천천히 돌고 도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꿈만 같았다. 정상에 오르자 바람이 차갑게 뺨을 스쳤지나갔다. 산 아래의 공기보다 훨씬 매서운 바람이었다.
한참을 내려오던 중, 누리가 숨을 헐떡이며 멈춰 섰다.
"선생님 저 잠깐... 좀 쉬어갈 수 있나요?"
강사님이 손을 들어 아이들을 멈춰 세웠다.
"괜찮아. 천천히 가면 돼. 안전하게 가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스키 강사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리는 사람들을 피해 끝으로 살살 내려가 눈바닥에 앉았다.
마루가 누리 옆으로 스키를 타고 와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야, 힘내! 거의 다 왔어!"
새온이도 조용히 다가와 누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도담이는 눈 위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던 누리의 스키 폴을 주워서 건네줬다.
쉬는 동안, 강사님은 아이들을 한 곳으로 불러서 앉아있었다.
"선생님도 너희 나이 때 친구가 넷 있었어. 지금도 네 명이서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만나. 벌써 20년 넘었네."
아이들은 강사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진짜요? 그럼 선생님도 우리처럼 같이 스키도 타고 그랬어요?"
"응. 같이 스키도 타고, 캠핑도 가고, 여행도 다녔지. 우리 네 명은 성격도 다르고 어른이 되니까 사는 곳도 다 달라졌어. 그래도 지금 만나면 그때 이야기를 해. 그게 제일 재밌어."
"그 친구들이랑은 어떻게 지내요?" 도담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 명은 의사, 한 명은 선생님, 한 명은 연구원 다니고, 나는 스키 강사지. 다들 다른 길을 걸었지만, 일 년에 한 번은 꼭 만나서 스키 타러 와. 여기, 바로 이 스키장으로 모이지."
누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20년 동안 계속 온 거예요?"
"응. 처음엔 매달 만났는데,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점점 멀어지고 다들 바빠지니까 자주는 못 만나더라고. 그래도 겨울만큼은 꼭 시간을 내. 어떻게든."
강사님의 말에 아이들은 잠시 말이 없었다. 잠시 자신들만의 쉬는 시간을 더 가졌다.
누리가 친구들을 돌아보며 어른이 된 자신들의 모습을 상상했다. 주름이 조금 생긴 친구도 있을 것이고, 살이 찐 친구도 있을 것 같았다. 어떤 모습이든 웃으며 장난칠 것 같았다.
"야, 너 기억나? 그때 여기서 넘어졌잖아!" 하고 놀리는 마루를 상상했다. 새온이는 여전히 조용한 듯 하지만 자기 할 말을 다 하고 있을 것이고, 도담이는 별말 없이 여전히 누군가를 챙기고 있을 것 같았다.
침묵을 깨고 강사님이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보니까 우리 때 생각나네."
누리는 다시 힘을 얻은 듯 일어섰다. 문득 20년 후, 자신들이 이곳에 다시 와서 오늘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때 너 힘들어서 중간에 쉬었잖아.' '맞아, 그때 도담이가 내 폴대 주워줬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을 것 같았다.
"자! 그럼 다시 가볼까? 천천히!"
조금 오래 걸렸지만, 아이들은 모두 함께 내려왔다. 스키장 밑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말은 안 했지만 서로 비슷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하얀 눈밭 위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이곳에 와서 "그때 우리, 참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