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된 지 벌써 6일이 지났다.
도담은 아침에 눈을 떴지만 이불속에서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누워 있었다. 오늘이 안 올 줄 알았다. 아니, 어쩌면 안 오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졸업식 날이다.
'매일 택시를 타고 학교에 가고, 운동장을 돌고, 한 달에 한 번 자전거 라이딩을 나가는 게 계속될 줄 알았는데...' 도담은 천천히 일어나 창밖을 바라봤다.
"도담아, 5분 뒤 택시 오겠어. 빨리 준비해!"
엄마의 목소리에 도담은 서둘러 옷을 입었다. 오늘이 마지막 택시였다. 졸업식이 끝나면 학교에 갈 일이 딱 하루 더 남아 있긴 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타는 이 택시는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택시에 새론이 와 마루가 앉아있었다. 새온이는 건조한 목소리로 짧게 안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등굣길동안 새온이는 창밖만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루네 집 앞을 지나 누리를 태웠다. 누리도 오늘은 조용했다. 평소 같으면 "아 졸려~" 하며 하품을 하거나, "어젯밤에 말이야~"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을 텐데 모두 각자 구룡령길을 바라보기만 했다.
학교로 향하는 택시 안은 항상 시끄러웠는데, 고요한 오늘이었다.
체육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의 부모님, 마을 어르신들, 교육청에서 오신 분들, 그리고 본교와 분교의 모든 학생들까지 모였다.
"우와, 사람 진짜 많다." 마루가 체육관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떨려. 이따 실수하면 어떡하지?" 도담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우리 연습 엄청 했잖아." 새온이가 도담의 어깨를 톡톡 쳤다.
"근데 진짜 곽마에 선생님 무섭더라." 누리가 웃으며 말했다. 넷은 서로를 보며 피식 웃었다. 지난 한 달간 곽마에 선생님의 특훈은 정말 혹독했다. 하지만 덕분에 마지막 공연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었다.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먼저 1년 동안의 영상이 나왔다. 봄날 벚꽃 피던 운동장, 여름 생존수영 시간에 물장구치던 모습, 가을 서울 여행에서 찍은 단체 사진, 겨울 곤돌라를 타며 웃던 얼굴들. 화면 속 아이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자, 이제 6학년 학생들의 공연이 있겠습니다." 몽 선생님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왔다.
"오늘 아이들 공연을 위해 저희 학교의 곽마에 선생님께서 지도를 맡아주셨습니다."
"우와!" 관중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아이들은 큭큭거리는 웃음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대 앞에서 도담은 드럼 스틱을 꽉 쥐었다. 손에 땀이 났다. 새온이는 베이스 줄을 한 번 튕겨봤다. 지난주에 연습하다가 손가락이 부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괜찮았다. 마루는 피아노 건반을 눌러보았다. 집에 있는 전자 피아노로 밤마다 연습한 게 떠올랐다.
누리가 마이크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현서분교 6학년입니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누리는 눈물이 나올까 봐 걱정했었다. 하지만 친구들을 돌아보니 괜찮았다. 새온이가 고개를 끄덕였고, 도담이가 웃어 보였고, 마루가 장난스럽게 윙크를 했다.
누리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시작하겠습니다!"
도담의 드럼이 먼저 울렸다. 쿵. 쿵. 따다다닥. 이어서 새온의 베이스가 깔리고, 마루의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왔다. 누리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걱정과 달리 누리의 목소리는 힘이 있고 사람들을 압도했다. 관중석에서 누군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는 소리가 하나 둘 늘어났다. 흥이 돋자 체육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불렀다.
누리는 마지막 가사를 부르며 눈을 감았다. 목소리가 체육관 가득 울려 퍼졌다.
첫 번째 곡이 끝나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감사합니다! 두 번째 곡 들려드릴게요!" 누리가 밝게 외쳤다.
이번에는 더 신나는 곡이었다. 아이들은 마치 콘서트 무대에 선 가수처럼 자유롭게 연주했다. 여기가 졸업식장이라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도 잠시 잊었다.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맞추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박자를 맞췄다.
도담이는 오늘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끝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졸업식 날은 끝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또 다른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