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이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 아이들은 이제 정말 학교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볼 일은 없을 거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몽 선생님한테 문자가 왔다.
"이번 금요일, 학교 캠핑 어때? 학교가 공식적으로 문을 닫기 전에 학교에서 캠핑하자!"
새온이는 휴대폰을 보며 웃었다. 도담이는 "진짜요?"라고 답장을 보냈고, 마루는 "완전 좋아요!"라고 외쳤다. 누리는 이모티콘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 장보기
금요일 오전, 아이들은 학교에 모였다. 선생님과 함께 교실을 정리하고 1층 복도에 테이블을 놓을 자리를 만들었다.
"자, 먹고 싶은 거 말해봐.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마루가 제일 먼저 손을 들었다. "저는 초밥이요!"
"소고기!" 새온이가 말했다.
"회요." 도담이가 수줍게 말했다.
누리가 웃으며 덧붙였다. "저는 다 먹을래요. 돼지고기도 먹을 수 있어요!"
선생님이 메모장에 적으며 물었다. "진짜 다 먹을 수 있어? 나는 사주는 건 할 수 있는데."
"네!" 아이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양양 시내로 내려갔다. 선생님은 횟집에 전화를 걸어 회를 예약했고, 초밥집에도 미리 주문을 넣었다. 마트에서는 제일 좋다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샀다. 야채와 과일도 잔뜩 담았다.
"이거 다섯 명이 먹는 거 맞아요?" 누리가 카트에 담긴 것을 보고 물었다.
"너희가 밤새 다 먹으면 돼." 선생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교실 밖에 테이블을 세팅했다. 마루와 새온이는 의자를 날랐고, 도담이와 누리는 식기와 컵을 준비했다.
선생님은 화로에 숯을 피우기 시작했다. "밖에서 먹으면 더 맛있을 거야."
"와, 진짜 캠핑하는 것 같아요!" 누리가 신나서 말했다.
그런데 해가 완전히 넘어가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구룡령은 원래 바람이 센 곳이었지만, 밤이 되니 더 거세졌다.
불을 붙이려 할 때마다 재가 날렸다. 눈이 매웠다. 연기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바로 앞 친구의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마루가 망을 꽉 붙잡았다. "선생님. 망이 날아갈 것 같아요!"
새온이는 바람을 막으려고 몸으로 화로를 가렸다. 도담이는 선생님을 도와 불을 살리려 했고, 누리는 먼지가 음식에 들어가지 않게 접시를 덮었다.
"으아, 재가 눈에 들어간 거 같아요." 누리가 눈을 비볐다.
"연기 때문에 앞이 보이질 않아요!" 도담이가 기침을 하며 말했다.
선생님은 계속 시도했지만 점점 어려워졌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고생하고 있었다.
누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안에서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전기팬에 구워 먹어도 맛있을 거 같아요." 도담이가 덧붙였다.
선생님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너희 먼저 들어가 있어. 선생님 정리하고 들어갈게."
"저희가 들고 갈 수 있는 거 정리할게요." 새온이가 말했다.
함께 짐을 들고 1층 복도로 들어왔다. 선생님은 전기팬을 꺼내 고기를 올렸다.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고기가 익어갔다.
"선생님, 이거 고생하다 먹으니까 더 맛있는 것 같아요." 마루가 고기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바람 안 부니까 더 좋아요." 누리가 웃었다.
"눈도 안 매워요." 도담이가 덧붙였다.
고기가 익기가 무섭게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갔다. 회가 나왔고, 초밥이 나왔다.
"선생님, 회는 두 개씩 먹어야죠!" 마루가 회를 집었다.
"진짜 맛을 느끼려면 초밥을 먹어야지." 누리가 초밥을 입에 넣었다.
새온이는 말없이 고기를 구우며 친구들 접시에 하나씩 올려주었다. 도담이는 야채를 골고루 나눠 담았다.
꽤 많은 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접시가 비워졌다.
"배불러." 마루가 배를 두드렸다.
"나도." 도담이가 웃었다.
바람도 서서히 멈추는 것 같았다. 밖의 온도와 다르게 아이들은 따듯했고, 배가 부른 지 마냥 행복했다.
선생님이 가방에서 흰 종이 다섯 장을 꺼냈다.
"자, 이제 중요한 거 할 시간이야."
아이들이 선생님을 바라봤다.
"여기에 뭐든 적어. 소원이어도 좋고, 꿈이어도 좋고, 지금 생각나는 거 아무거나. 10년 뒤에 우리 다 같이 열어보자."
"10년 뒤요?" 누리가 눈을 반짝였다.
"선생님, 타임캡슐에는 어떤 거 넣어요?" 도담이가 물었다.
"먹을 거 넣어도 돼요? 10년 뒤에 다 썩어 있겠지?"마루가 궁금해했다.
선생님이 웃었다. "우리가 1년 동안 찍었던 사진도 넣고, 너희들이 만들었던 키링도 넣고, 지금 적고 있는 종이도 넣을 거야."
"10년 뒤에 우리 진짜 다 만나는 거죠?" 새온이가 물었다.
"당연하지. 약속이야."
아이들은 종이를 받아 들고 생각에 잠겼다. 무엇을 쓸까. 10년 뒤 나는 어떤 모습일까.
마루는 금방 쓰기 시작했다. 누리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또박또박 글씨를 적었다. 도담이는 천천히, 신중하게 썼다. 새온이는 짧게 몇 줄을 적고는 종이를 접었다.
"다 썼어?" 선생님이 물었다.
"네!"
"그럼 이제 밖으로 나가자. 바람이 좀 잠잠해진 것 같아."
밤공기는 차가웠지만 상쾌했다. 아이들은 손전등을 들고 학교에서 가장 큰 나무 앞으로 걸어갔다.
"여기다." 선생님이 멈춰 섰다.
며칠전 아이들이 미리 파둔 구멍이 있었다.
"선생님 땅판 이유가 이거였어요?" 마루가 궁금증이 해소된 듯 물었다.
"맞아. 지금 팠으면 진짜 힘들었을 거야." 누리가 웃었다.
선생님은 준비해 온 상자를 꺼냈다. 사진들을 넣고, 키링들을 넣고, 아이들이 적은 종이를 넣었다. 뚜껑을 닫고 테이프로 꼼꼼히 감쌌다.
"자, 이제 묻자."
새온이와 마루가 상자를 구멍에 넣었다. 도담이와 누리가 흙을 덮었다. 다섯 명이 돌아가며 흙을 다졌다.
하늘에는 별이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다. 구룡령은 밤이 되면 별이 정말 많이 보이는 곳이었다.
"10년 뒤에 우리 꼭 만나요!" 누리가 말했다.
"그때도 여기 올 수 있을까요?" 도담이가 물었다.
"올 수 있을 거야. 학교도 이 나무도 그대로 있지 않을까?" 선생님이 대답했다.
"선생님, 저 자랑스러운 선생님 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요." 새온이가 말했다.
"나도요. 10년 뒤에 멋진 모습으로 올게요." 마루가 덧붙였다.
"저도요!" 도담이와 누리가 동시에 말했다.
다섯 명은 한동안 말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별은 계속 반짝였고, 바람은 이제 부드럽게 불었다.
그날 밤 구룡령의 학교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복도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교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운동장에서 별을 세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은 잠에서 깼다. 교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함께 잤던 것이다.
"벌써 아침이에요?" 누리가 눈을 비볐다.
"응. 이제 진짜 끝이네." 마루가 창밖을 바라봤다.
"끝이 아니야. 10년 뒤에 다시 시작이지." 새온이가 말했다.
"맞아." 도담이가 웃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10년 뒤, 이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때도 함께 웃으며 이야기하길 희망했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은 정리를 하고 몽 선생님 차를 타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마지막 학교는 점점 작아졌다. 구룡령의 산들도 멀어졌다. 아이들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안녕, 구룡령. 다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