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잔소리_배꼽파면 배 아프다.

by 하얀

"엄마, 나 배꼽 안에 때 있는 것 같아."

"그냥 냅둬. 파지 마."

"그래서 내가 어제 다 팠는데?"

"아니 그걸 왜 파! 그냥 두지. 그 때도 다 필요하니까 있는 거야."

나는 아이의 배꼽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빨갛게 부어오른 배꼽 주변을 보니 제법 열심히 팠나 보다.

30년 전, 내가 지금의 아이만 했을 때도 똑같은 대화가 오갔다. 사춘기가 막 시작할 무렵, 배꼽의 까만 때조차 부끄러운 것 같았다. 누가 보면 창피할까 싶어 배꼽 주변이 빨개지도록 깨끗하게 만들었다. 엄마는 그때도 똑같이 말했다. "배꼽 파면 배 아프다."

그런데 웃긴 건, 나도 지금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는 거다. 배탈이 날까? 배가 아플까? 그저 어른들이 그렇게 말했다는 기억만 있을 뿐. 30년이 흘러 배꼽을 팠던 아이는 배꼽을 파지 말라는 어른이 되었다. 이유도 모른 채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잔소리의 진실]

배꼽을 파면 정말 배탈이 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직접적으로 배탈이 나진 않는다. 배꼽은 이미 닫혀 있는 흉터일 뿐이고, 배꼽을 판다고 해서 뱃속 장기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잔소리가 완전히 근거 없는 건 아니다. 배꼽은 몸에서 복벽이 가장 얇은 부위 중 하나다. 깊고 좁은 구조라 통풍이 잘 안 되고, 피지와 각질이 쌓이기 쉬워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과도하게 파거나 자극하면 배꼽염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 복통까지 유발할 수 있다.

배꼽염은 어른들에게는 아주 드물게 생길 수도 있지만, 보통 신생아에게 발생한다고 한다. 출생 후 탯줄 관리가 잘 안 된 경우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왜 어른들은 "배탈 난다"라고 했을까? 아마도 "배꼽염 걸려"보다 "배탈 난다"가 더 직관적이고 무섭게 들렸을 것이다. 어쩌면 실제로 배꼽을 심하게 파다가 염증이 생겨 배가 아팠던 경험들이 세대를 거쳐 전해진 것일 수도 있다.




태어나서 배꼽염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 나도, 30년 전 엄마들도 배꼽염이라는 단어는 모른 채 그저 '배탈 난다' '배 아프다'로 말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웃음이 나왔다. 배꼽까지 신경 쓰는 엄마들이라니... 배꼽 안의 때가 뭐가 대수라고, 그걸 파는 것까지 엄마들은 잔소리를 했을까 싶다.

그렇지만 엄마들의 세계에서 사소한 것은 없다. 손톱의 끝, 새끼발가락, 머리카락 하나까지도 엄마들에게는 걱정의 이유이고 잔소리의 영역이 되었다.

"배꼽을 파면 피부가 얇아 그곳에 염증이 생길 수 있고, 그것이 배꼽염에 걸릴 수도 있다."라는 잔소리는 과학적이고 꽤 명확한 설명인 것 같지만 엄마의 걱정이 담긴 메시지로 전혀 들리지 않는다.

나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결국은 똑같은 말을 할 것 같다.

"배꼽파면 배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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