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잔소리_털 깎으면 더 굵어진다

by 하얀

"엄마, 나는 왜 다리에 털이 이렇게 많이 나지?"

샤워를 마치고 나온 딸이 자기 다리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6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 갑자기 생긴 고민인 듯했다.

"별로 많지 않은데? 그 정도 털은 누구나 있는 거야."

"다른 애들은 다 털도 별로 없고 깨끗해 보이는데... 나만 털이 있는 것 같아."

다리와 팔을 번갈아 살피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팔은 그래도 괜찮은데, 다리털 때문에 여름에 반바지를 입을 수가 없어..."

사춘기 소녀의 예민함이 느껴졌다.

"엄마는 괜찮아 보이는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너 다리 안 보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내 위로는 흘려들으며 아이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다가 뭔가 찾은 듯 눈을 빛냈다.

"엄마! 나 이거 다리털 깎는 거 사도 돼?"

손바닥만 한 회색 기계가 다리를 매끈하게 만들어준다는 제품이었다. 핸드폰을 보여주는 딸의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다리털 밀면 나중에 더 굵고 빨리 자란다."

나는 내가 들었던 그 말을 자연스럽게 반복했다.

"털 밀면 더 굵어진다고?? 그게 말이 돼? 왜 털이 더 자라?"

"어! 엄마도 네 나이 때 다 밀어봤는데 털이 더 자라더라. 그때 후회 엄청 했어."

딸은 납득이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잔소리의 진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면도는 털을 더 굵게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 엄마 세대는, 나도,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믿고 있을까?

비밀은 '착시'에 있다. 털은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구조다. 면도날이 털을 자르면 가장 두꺼운 뿌리 부분이 단면으로 드러난다. 뾰족했던 끝부분이 사라지고 뭉툭한 단면이 피부 위로 올라오니, 당연히 더 굵고 거칠게 느껴진다. 실제로 굵어진 게 아니라, 굵은 부분이 보이게 된 것뿐이다.

1928년 4명의 남성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실험이 있었다. 면도 전후의 털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굵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굵기뿐만 아니라, 색깔, 질감, 성장속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 100년 가까이 된 과학적 사실인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체감'이 너무 생생하기 때문이다. 면도 후 자라나는 털은 분명 전보다 까칠하고 굵어 보인다. 털의 저항력이나 색상이 아직 여러 환경에 노출이 되지 않아 기존 털과 달라 보일 수는 있다. 이 체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과학은 말한다. 그건 착시일 뿐, 실제로 털의 성질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딸에게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중학생 때 몰래 밀었다가 자라난 털이 정말 굵어 보였고, 후회했던 기억이 생생했었다.

"엄마도 네 나이 때 밀어봤는데"라고 말할 때, 나는 내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너도 나처럼 후회하지 않길, 지금의 네 모습도 충분히 예쁘다고 말하고 싶었다.

과학적으로 틀린 말이었지만, 그 말속에는 딸을 향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지금부터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는 아이가 걱정되었다. 무조건 못하게 막기보다 올바른 정보와 함께 딸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방법을 고민해 보았다.

"딸, 면도하고 싶으면 해. 엄마가 안전하게 하는 법 알려줄게. 그래도 지금 네 모습이 제일 예쁘다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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