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 제기한 업무상 배임과 횡령 사건
삶은 시간이기에 한정된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부터 먼저 하는 거겠지요
- 박노해, <소중한 일부터> 중에서
그분은 사업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투자를 결정할 줄 아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상대방 회사는 꽤 괜찮아 보였습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하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이었습니다. 팔로워가 수만 명. 콘텐츠 반응도 좋았고, 실제로 그 계정을 활용해 한때는 연매출이 50억 원을 넘기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그 성장성을 본 그분은 투자를 했고, 주주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주주총회에 처음 참석했을 때, 그분은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보고되는 숫자들은 정리되지 않았고, 회사 운영은 어딘가 허술했습니다.
“이 회사,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게 맞나?”
불길한 예감은 이상하게도 잘 빗나가지 않습니다. 곧 대표이사가 회사 돈으로 고급 오마카세를 먹고, 한 병에 300만 원이 넘는 술을 마시고, 해외여행을 다닌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그분은 애써 외면했습니다. 이미 투자한 회사가 잘 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대표이사 개인의 일탈이 회사 전체를 뒤흔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4년이 흘렀습니다.
결국 회사는 큰 손실을 입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대표이사는 투자자들에게 사과했고, 일부 금원을 반환하겠다는 약정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한 번에 큰돈은 없고, 20개월 동안 매달 500만 원씩 갚겠습니다.”
그분은 그 말을 믿고 싶었습니다. 사업은 늘 오르막만 있는 게 아니고, 다시 일어서면 되는 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첫 달부터 약속한 돈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는 날이 늘어났고, 어쩌다 통화가 되면 돌아오는 말은 늘 같았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조금만 더요.” 그 말은 점점 그분을 잠식해 갔습니다.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분은 한 장면을 보게 됩니다. 회사의 그 유명한 인스타그램 계정이 대표이사의 개인 계정, 개인 사업으로 연결되어 있는 정황이었습니다. 회사 명의로 키운 브랜드, 회사 돈과 시간으로 쌓아 올린 신뢰가 아무렇지 않게 개인 사업의 통로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피해자가 몇 명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회사를 정상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얕은 수로 자기 잇속만 챙기는 모습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업무상 배임과 횡령에 있어서 피해자는 회사입니다. 그분이 아무리 주주라고 하더라도 이 범죄와 관련하여서는 이해관계 없는 사람에 불과하여 고소가 아닌 고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소는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제기하는 절차이기에, 수사 과정에서 피해 회복이나 합의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고발은 다릅니다.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자신이 목도한 범죄를 사회적 문제로 제기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고발은 합의나 보상을 전제로 한 절차가 아닙니다. 이 선택으로 의뢰인에게 돌아오는 경제적 이익은 없습니다. 오히려 변호사 비용과 시간, 감정 소모까지 모두 본인의 몫이 됩니다.
또한, 고발한다고 하여 그 대표이사가 바로 구속되거나 반드시 무거운 처벌이 내려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 사안에서는 대표이사가 회계장부와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에 실제 횡령·배임 금액을 특정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수사와 재판은 길고, 지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저는 그분에게 이 모든 것을 설명드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이 길을 택했습니다.
“정직하게 사업하는 사람들이 계속 바보가 되는 사회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법의 경계에서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사업의 장으로 돌아오는 것을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분도 이 고발이 세상을 단번에 바꿀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선 하나는 그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분은 감정적으로 폭로하지 않고 익명 뒤에 숨지도 않았습니다. 공공기관에, 정식 절차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고발장을 제출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분이 예상했던 것처럼 결과적으로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서 허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고발장은 이미 의미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 나에게 일어난 일을 바로잡으려는 선택이 결국 우리가 사는 사회를 바로잡는 밑거름이 됩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지는 않겠다는 그 판단 덕분에 말입니다.
그 선택이 외롭지 않도록 곁에서 함께 서는 변호사이고 싶습니다.
유노이아 법률사무소, 장유미 변호사입니다.
법과 삶, 그리고 문학이 만나는 자리.
한 편의 시와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유노이아의 법률 에세이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