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의 골든타임
"린다는 셔터를 눌러야 하는 정확한 타이밍을 알고 있다.
특별한 바로 그 순간을..."
- 폴 매카트니
어느 저녁,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목소리는 급했고, 말은 빨랐습니다. 사건은 이미 경찰 조사가 끝났고, 검찰로 송치가 된 상태였습니다. 형사조정 기일도 코앞이었습니다. 그분은 조정에 응하겠다고 해버렸다는데, 사실은 합의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물었습니다.
"지금 번복하면 불리한가요? 조정에 응하는 게 맞나요?"
저는 전화기 너머로 그 불안을 듣습니다. 묻는 말 하나하나에서 지금까지 혼자 버텨왔다는 것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버렸다는 것도 여실히 느껴집니다.
사건은 이러했습니다. 인접한 두 가게 사이의 소음 분쟁. 한쪽이 업무방해죄로 고소를 했고, 다른 한쪽이 피고소인이 되었습니다. 검찰은 형사조정을 안내했고, 그분은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응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업무방해죄 판례를 들여다보면, 때로 이 죄명은 '먼저 고소하는 자'의 편에 서는 것처럼 보입니다.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자리는 누가 먼저 경찰서 문을 두드렸느냐에 따라 나뉩니다. 그것이 사안의 전부는 아니지만, 사안의 상당 부분을 규정하기도 합니다.
만약, 이 사건에서 피고소인 쪽이 먼저 고소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상대방(고소인)은 그분 가게에 손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가게로 들어와 음악이 나오는 기계를 껐다고 했습니다. 이 경우, 상대방(고소인)의 행위 역시 업무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누가 먼저 참지 못하고 법적 절차를 밟았느냐, 그 순간의 선택이 지금의 이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상점을 운영하면서 이웃과 분쟁이 생겼을 때, 감정이 앞서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입니다. 고소를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기치 못하게 고소를 당했을 때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위해서라도요.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많은 분들이 재판을 떠올립니다. 법정, 변론, 최후진술. 그러나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형사사건의 흐름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그것도 첫 진술을 하기 전에 이미 결정적으로 기울어집니다.
경찰로부터 피의자라는 연락을 받는 순간 — 설령 내가 실제로 잘못한 것이 없다 하더라도 — 심장이 내려앉습니다. 형사 절차라는 것이 이렇게 내 일상 안으로 들어오는 경험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사람을 무방비 상태로 만듭니다. 위축된 채 조사실에 앉고, 질문에 답하고, 정신을 차려보면 조사가 끝나 있습니다.
수사관은 고소인의 진술을 먼저 듣습니다. 고소장을 접수받고, 고소인을 조사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피의자를 부릅니다. 피의자 신문조서의 질문과 방향성은 그 위에서 구성됩니다.
제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절대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저는 경찰 수사관이 적대적이라거나 함정을 판다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수사관은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뿐입니다. 오히려 피의자가 잘 대답해 주면 일이 빨리 끝나 고마운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분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서 별 문제없을 줄 알았다"라고 말했을 때, 저는 그 오해의 뿌리를 이해했습니다. 수사관의 태도가 우호적인 것과, 진술 내용이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첫 진술 전, 그 순간이 골든타임입니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 어떤 순서로 어떤 맥락에서 설명해야 하는지. 그것을 준비한 상태로 조사실에 들어가는 것과, 아무 준비 없이 들어가는 것은 같은 사실관계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조서를 만들어냅니다.
이 사건의 경찰 조사는 20분 만에 끝났습니다. 조서 열람 시간은 7분이었습니다.
7분. 수십 페이지의 조서를 읽고, 이의가 없다는 확인을 하고, 서명을 마치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실제로 그 조서에는 사실과 다른 기재가 있었습니다. 그분이 한 적 없는 말이 조서에 적혀 있었고, 그것은 이 사건의 법적 책임 판단과 직결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경찰 조사 당시 긴장과 피로 속에서 조서를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그 오류는 그대로 서명되어 사건 기록에 남았습니다.
물론, 조서는 번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번복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신뢰도에 부정적인 인상을 줍니다. 처음부터 달리 진술했더라면, 그 자리에서 정정했더라면 필요 없었을 일입니다.
조서는 검찰로 가고, 재판부로 갑니다. 그 문장들이 증거가 됩니다. 경찰서를 나서기 전까지, 조서의 한 문장 한 문장은 나를 지키는 방패가 될 수도, 나를 묶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바로 그 자리에서, 시정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형사조정,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형사조정은 검찰이 양 당사자를 불러 합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절차입니다. 조정에 응하겠다고 답했더라도 합의 의사가 없다면, 조정 기일에 그렇게 밝히면 됩니다. 조정이 불성립되는 것뿐이고, 검사는 이후 독자적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합니다. 조정에 응하겠다는 최초 답변 때문에 합의까지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분의 사안은 형사조정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훨씬 앞서 첫 진술을 하기 전, 조서에 서명하기 전에, 그때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은 골든타임을 함께 지키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그 순간을 그저 조용히 지나버립니다. 위급함을 느끼기 전에, 이미 중요한 것들이 결정되어 버린 뒤에야, 급하게 변호사를 찾는 전화를 겁니다.
이제는 그 전화를 조금 더 일찍 주셨으면 합니다.
유노이아 법률사무소 장유미 변호사입니다.
법과 삶, 그리고 문학이 만나는 자리.
한 편의 시와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유노이아의 법률 에세이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