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불법행위자 1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제한 이야기
나말고 나만큼 나를 피멍들게 한 누가 없단다
(…)
나말고 나만큼 나를 망쳐준 누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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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나 때문에 내가 가장 아프단다.
- 유안진, <내가 가장 아프단다> 중에서
형사사건이 시작되고 마무리되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습니다. 구금 생활이 있었고, 항소심까지 거쳐 집행유예로 다시 세상에 나왔습니다. 분명히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 사실을 그분도 부정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그 과오를 뒤로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가슴에 품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무렵, 소장이 날아왔습니다. 형사사건의 피해자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었습니다. 형사처벌을 받았다면 민사에서의 손해배상책임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분도 그 사실을 아셨습니다. 하지만 청구된 금액 전부를 혼자 감당하고 나면 자신과 가족의 앞날이 어떻게 되는지, 그 생각에 눈앞이 막막하셨던 것입니다.
저는 좀 더 들어보았습니다.
그분이 처벌받은 행위는 혼자 행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여 함께한 것이었습니다. 그분이 분배받은 이익은 전체 금액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고, 전모를 알고 가담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형법적으로 공동범죄는 각자가 전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그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민사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형사는 묻습니다. 당신이 이 범죄에 가담하였는지 그리고 그 죄책에 합당한 형은 무엇인지.
민사는 묻습니다.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누가, 어느 범위까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이 두 질문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형사가 범죄와 형벌의 문제라면, 민사는 손해의 공평한 분담의 문제입니다. 같은 사건을 다루면서도 법이 바라보는 각도가 전혀 다른 것입니다.
민사 법원은 공동불법행위에서 미미한 역할을 담당한 사람이 주도적인 행위자와 동일한 비율의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고 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래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 가담의 경위는 무엇이었는지, 그 안에서 담당한 역할의 비중은 어느 정도였는지, 실제로 취득한 이익의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 등 여러 사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손해배상책임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소장을 받고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차피 잘못은 했으니, 다투는 것이 오히려 더 뻔뻔해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그러나 이 태도는 옳지 않습니다. 법원이 마땅히 검토해야 할 사정들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져야 할 범위보다 훨씬 큰 짐을 혼자 짊어지게 됩니다.
반대로, '나는 일부 역할만 했을 뿐이고 나머지는 전혀 몰랐다'며 전면 부인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이미 형사재판에서 판단이 내려진 사실관계를 민사 법정에서 다시 부정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고, 오히려 법원의 신뢰를 잃는 결과를 낳습니다.
올바른 대응은 그 사이에 있습니다. 자신에게 마땅한 책임은 분명히 인정하되, 그것이 어느 범위까지 이은 지를 구체적인 사정에 근거하여 주장하는 것입니다. 가담의 경위와 역할의 비중, 실제 취득한 이익의 크기, 범행에서 차지하는 위치. 이러한 요소들을 법원 앞에 정직하게 펼쳐 놓는 것. 그것이 민사 대응의 핵심입니다.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해야 합니다.
민사 손해배상에서는 피해자 측의 과실 역시 중요한 고려 요소입니다. 이른바 과실상계입니다.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 측의 부주의가 기여한 사정이 있다면, 법원은 그 부분을 배상액에서 감액합니다. 이 부분을 주장하는 것은 변호사로서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피해를 입은 분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민사 손해배상의 원칙은 가해자 측만이 아니라 피해자 측의 사정도 함께 들여다봅니다. 실제 많은 판례에서 법원은 이 점을 반영하여 배상액을 조정해 왔습니다. 피해를 입은 분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과, 법적 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따지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책임이 어느 범위까지 인지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확하게 따져야 합니다. 공동으로 행한 범행에서 작은 역할을 담당한 사람이 전체 손해를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민사법의 원리에 부합하는지, 법원은 그 질문을 진지하게 다룹니다.
마땅히 책임지는 선을 찾아내는 것이 이 사건에서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유노이아 법률사무소, 장유미 변호사입니다.
법과 삶, 그리고 문학이 만나는 자리.
한 편의 시와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유노이아의 법률 에세이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