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별과 듣는 별 되고 싶은 별

by 김동일

청소년 시절 익숙하게 라디오에서 들었던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그때는 밤바람을 맞으며 친구들과 거리를 배회하며 하늘을 보면 은하수의 세계와 초롱초롱한 별 무리가 보였다. 창가에 비치는 달과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을 보노라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가사와 상관없이 감성에 젖게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하늘에서 별을 보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가 되었다. 지구에 사는 인간이 이산화탄소 발생이라는 사고를 쳐 하늘을 가리는 행위를 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모든 이론에는 반대이론이나 가설이 성립되기에 아니라는 의견을 가진 정치가나 과학자도 있다. 이론이 어떻게 성립되든 상관없이 보는 별이 없어진 것인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인지 알 수 없지만 깊은 밤에도 별을 보기 어렵다. 별을 보기 위해 해외로 여행을 가는 시대다. 해외는 물가가 저렴한 몽골을 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곳에서 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을 사진으로 올리며 감탄하는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땅에 사는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숭배하고 별에 대한 애정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을 외치며 별의 숫자를 확인해 보려 했던 어린 시절을 되살려보니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나온다.

“별의 순간이 왔다.” 누군가의 말이 씨가 되어 나라의 최고 통치자로 자리가 바뀐 사람이 있다. 그 후로 요즘은 별의 순간을 자주 매스컴에서 접하는 문장이 되었다. 별을 하늘에서 눈으로 보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마음을 듣는 별로 변신시켜 성공한 것이다. 별은 역시 눈으로든 마음으로든 우리와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아기의 눈동자를 보면 별처럼 빛난다고 표현하고 여성의 아름다움의 면류관에는 별을 장식하고 있다. 모든 게 우연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 깊이 존재하는 하늘을 사모하는 종교심 때문이리라. 인간은 죽음이라는 한계를 가진 존재로 머리 위에 있는 하늘은 두려움이다. 곧 두려움은 섬김에 대상이기도 하다. 별은 성탄절 트리의 장식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작은 소나무에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노라면 나이 들었다는 것을 잊은 채 어른이 된 모습은 사라지고 청소년기로 되돌아가는 걸 느낀다. 어쩌면 별이라는 신비함은 우리 일상을 상상의 나래로 드려 보내는 마법을 가졌는지 모른다. 꿈을 꾸는 청소년 시기에 하늘을 보고 ‘별의 모습처럼 빛나는 별이 되어 세상을 비추리라’ 결심함 역시 정열적인 태양과는 다른 별다움 때문이다. 별의 순간을 잡기 위해 애쓰는 사람과 추종하는 자들도 많다. 그들이 부지런히 찾고 있는 별은 어떤 별일까?

토목건설 현장에서 별의 순간은 현장소장으로 발탁되는 인사발령이다. 난 토목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광업에서 토목업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난관이 연속이었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부터가 낯설고 벽에 세계지도처럼 붙어있는 도면은 이해 불가였다. 더구나 경력직으로 발탁되었고 대리라는 직책이 압박해 오는 스트레스는 큰 파도가 밀려오듯 매일매일을 괴롭혔다. 압박해 오는 힘을 견디고 이겨내는 방법은 현장을 빠르게 알고 주도권을 가져오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훈련된 인내심과 버티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한계를 빠르게 이겨내는 지름길은 경험해 보는 것과 공부하는 것이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알아야 현장을 지도 감독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현장을 파악하고 현장에서 사무실에 들어오면 현장에 관련된 서적을 가리지 않고 읽고 보았다. 아는척하는 교만함을 내려놓기 위해 근로자들에게도 귀찮을 정도로 질문하고 답을 얻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이 눈에 들어오고 주변에서 인정해 주는 행복한 일이 생겨났다. 급기야 토목 현장으로 이직한 지 1년 만에 서울지하철이라는 대형현장의 현장소장으로 발령이 났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현장의 별을 달았다.


별을 생각하며 다시금 세상의 빛을 비추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사람에게 듣고 싶은 욕망의 별보다 보고 싶은 소망의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별을 처음 보고 느끼는 감성으로 세상에 이로움을 주는 사람으로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어린 시절 꿈꾸었던 은하수 세계에서 별이 수명을 다하면 지구로 떨어진다고 배웠다. 별은 별똥별이 되어 떨어져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인생 역시 세상을 언제 떠날지 모른다. 부를 가진 자도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자도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 부르심을 따라 세상을 떠날 때 남겨진 자들에게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들려지는 별의 사람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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