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에 나오는 가사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처럼 고향 집은 동백산에 있었다. 산 위에 묵호등대가 있었고 산 중턱 집에 가려면 굽이굽이 언덕 골목길을 걸어서 가야 했다. 한번 쉬어가는 것이 흉이 아닌 경사 가파른 언덕길이었다. 천연가스가 가정의 에너지로 대중화되기 전에는 연탄이 대세였다. 겨울을 나려면 연탄을 지게로 몇백 장 지어 날라야 했다. 힘들었지만 그때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서인지 힘든 줄도 몰랐다. 길은 사람이 존재하는 곳에 언제나 함께한다. 길이 없으면 사람이나 가축의 이동이 불가능하므로 공동체가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에 마을 형성은 길이 좁아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산업화로 사회구조가 바뀌며 주거지로 아파트가 생겨나고 자동차가 이동 수단이 되면서 길의 개념은 달라졌다.
산 위에 있어 등대 가기가 어렵다고 했던 곳은 산을 개발해 자동차도로를 만들어 관광명소가 되었다. 중턱에 있었던 언덕 골목길은 그대로 60년 보존되고 있다. 자동차 길로 만들기에는 경제성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올라갈 수 없으니 보잘것없는 길이 되었다. 다행히 벽화를 그려 묵호등대를 도보를 이용해 자동차가 아니고도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 보존한 것은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사람이 태어나 죽음의 세계로 가기 전까지의 행보도 인생길이라 칭한다. 진로라고 표현하며 평생을 자신과 싸우며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 게 인생이다. 살다 보면 가고자 노력한다고 다 목적지에 무사히 도달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목적한 곳에 도달했다고 다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이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계획은 하지만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드물다. 준비하고 준비하지만 준비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인생이 풀려나갈 때도 많다. 인생을 터널에 비유를 많이 한다. 너무 길어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작은 구멍처럼 빛이 보이고 마침내 터널을 빠져나오면 밝은 하늘을 볼 수 있다. 삶이 그렇다. 고통스럽고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아 하늘이 무너지는 사건을 만나도 시간이 지나면 왜 그때는 그게 그렇게 크게 생각되었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예나 지금이나 도시형성에 기본은 길이다. 예전에 사람을 중시했다면 지금은 자동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 설계에 반영한다. 걷는 사람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자동차 사용이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육지에서만이 아니다. 하늘에 나는 비행기도 길이 있다. 무작정 하늘을 날고 내리는 것이 아니다. 노선이 있다. 주어진 노선을 비행하지 않으면 대형 사고가 난다. 앞으로 자동차도 하늘을 나는 시대이니 자동차 비행 노선도 개척해야 한다. 넓고 넓은 바다에도 길이 있다. 해상항로다. 바다는 너무도 넓어 충돌의 위험이 적을 것 같지만 심심치 않게 바다에서 선박이 충돌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충돌은 자기 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다. 주어진 길을 규정대로 가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 안전사고는 일어난다.
인생길은 주어진 차선을 따라가는 자동차 길과는 다르다. 자동차는 속도가 우선이다. 고속도로가 생긴 이유나 인간의 욕망을 제어하는 것 역시 최대속도다. 그렇지만 속도가 아니라도 자동차는 목적지에 갈 수 있는 길 중 어떤 길을 선택해도 열심히 가면 시간에 문제이지 언제 가는 도착 한다. 하지만 인생은 목적한 꿈을 위해 여러 길이 있다고 선택할 수 없다. 시간을 많이 들이고 투자를 많이 한다고 결과가 달라지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인생을 출세나 돈으로 성공했다고 단정하지 못한다. 인생은 어떤 삶의 가치로 살았는지가 판단기준이다. 그러므로 속도보다는 방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길로 빠르게 살아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두부 자른 모양처럼 가로와 세로 반듯한 길이 생기면 주변으로 고층 건물과 아파트가 세워지고 도시는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마을이 된다. 인생도 그렇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어렵고 힘든 고개를 곡예사처럼 살아왔던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지 말자. 힘든 고개를 겨우 넘어 세상에 보여줄 게 없다고 판단되어도 상관없다. 남은 시간이 문제이다. 남은 삶의 시간을 어떤 길을 선택하며 살 것인가? 시간과 상관없이 묵묵히 속도보다는 올바른 삶의 방향으로 함께 잘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 가슴은 뛰는 가치를 품고 오늘도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