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을 수천번 지웠다.
수천번을 지우기까지는
수만 번 적었다는 거겠지.
다 운 종이 위로
시커먼 연필 자국.
그 옆에 흩뿌려진 지우개 가루.
지저분히 속을 긁는다.
내 이름을 잊은 듯,
부재한 너를 뜻하는
그 세 글자를 연습한다.
그렇게 반복하면,
어느새 거울 속엔 너의 얼굴이
잔상처럼 일렁인다.
너는 나의 가장 슬픈 이름이 되어
꺼낼 수 없는 명함이 되어,
끔찍한 습관으로, 애정하는 자국으로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