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우울

빛나는 것들도 우울할 수 있다

by oksusu mi

후두둑-

버스 창가에 물방울이 떨어진다. 느리게 출발하는 버스가 지나가는 풍경을 슬프게 장식하는 듯한 물방울들, 그다음에는 그것이 만들어진 어두침침한 하늘을 바라본다. 태양은 오랜 시간 쉬지 않고 일한 날들에 쌓인 피로를 푸려는 듯, 구름을 덮고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든 듯했다.


'평생 안 깨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날들도 있었다. 그러나 태양은 그런 나의 걱정이 부질없다는 듯,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눈을 지그시 비비며 기지개를 켜고 다시 원래의 노동으로 돌아왔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게 소나기든, 폭우든, 어쩐지 좀 우울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일생에 태양이 흘리는 눈물 같았다. 쨍쨍한 날이면 태양이 힘들어 보여 안쓰럽게 느꼈던 적도 있다. 참 어이없고, 쓸데없는 걱정인 것을 안다. 태양은 생명이 아니고, 그저 뭉쳐있던 성운이 수축하다가 형성된, 많고 많은 은하의 많고 많은 별들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한 과학적인 사실과는 반대로 나의 허무맹랑한 망상들은 태양을 가여워하게 만들었다. 뜨겁게 끓고 있던 마그마가 식어 딱딱히 굳은 지구의 표면 위로 최초의 비가 내리고, 그로 인해 최초의 바다가 생겨났다. 그 후 지구는 한 동안 심심한 평화를 누렸다. 하지만 그 평화 속에서, 격동이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잔잔한 수면 속에서, 불꽃은 꺼질 듯 말 듯, 아스라이 , 피어나다, 타다닥- 밝은 날개를 폈다. 아득한 바다의 어둠을 밝히면서. 새끼가 어미의 젖을 찾듯이, 자그마한, 촛농 같은 불꽃은 자신과 닮은, 일렁거림을 가진 태양에게서 양분을 찾았다. 가지지 않은 새끼가 생긴 태양은, 그럼에도, 가장 적절한 온기를 나누었다.

이제는 지구 위에 수만, 수억 개로 불어난 똑 닮은 불꽃들 위에 서서, 똑같이 웃으며, 온기를 보내온다.


벌이지 않은 책임, 탄생시키지 않은 생명을 등에 지고, 똑같은 지구의 24시간, 365일 그렇게 노동을 하게 되었다. 사실, 태어난 순간부터 하게 된 건가. 그렇다면, 자신을 태어나게 한 성운을 원망할까. 성운 속에 흩뿌려져 있던 조상의 흔적을 원망할까. 닿지 않는 다른 별의 음성을 원망할까. 까마득한 우주의 외로움을 원망할까. 가장 작은 자신의 근원을 원망할까. 그 근원을 생성해 낸 폭발을 원망할까. 시작을, 시작을 원망할까.

그렇게 작은 원망들을 하나둘 가슴속에 쌓다, 쌓다 자기만을 바라보는 지구 위에 위태롭게 타고 있는 불꽃들의 눈을 피해, 하루 이틀, 깊은 잠을 자다가, 깊은 잠에서 더 선명해지는 원망들을 마주하다, 찬 눈물을 흘려보내는 걸까.


무엇을 위한 노동일까. 어디를 향한 노동일까. 언제까지 반복되어야만 하는 노동일까.

태양의 원망은- 자신의 온기에 뒤섞여 보내졌나 보다.

불꽃은, 어미를 따라 이따금 비를 내린다.

어미를 따라 원망하며 물방울을 버스 창가에 후드득- 후두둑-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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