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날현 Jun 14. 2024

불안을 돈으로 잠재우기


노란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

그들을 맞는 엄마들.

아이들이 내리기 전 한 여자 선생님이 내린다.

아이를 엄마에게 인계해 주며

‘어머니! 우리 소윤이만 줄넘기를 못해서

오늘 좀 재미가 없었을 거예요.’라고 선생님이 말하자 아이 엄마가 대답한다.

‘어머.. 그래요? 과외라도 붙일까요?’


줄넘기를 배우는 학원에서 아이만 못한다고 하니

바로 개인지도를 구하겠다는 엄마.

줄넘기를 못해서 보낸 학원인데

그 줄넘기 학원에 계속 다니기 위해

다시 개인지도를 구한다는 상황.  


내 아이만 못해서 다른 아이한테 피해가 가거나

아이 마음이 위축될까 걱정되는 마음이지 않을까..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 제일 처음 하는 것이

아마 생활체육일 것이다.

반 아이들끼리 친목도모 겸 즐겁게 체육을

배우는 학원을 같이 다니는 것이다.

훌라후프, 뜀틀, 줄넘기, 장애물 넘기, 게임 등..


참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줄넘기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세상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다. 필자는 국민학교 시절에 ‘이제 물도 사 먹고 공기도 사는 시대가 올 거야’ 란 말을 듣고 ‘말도 안 돼’ 라며 콧방귀를 뀌었던 기억이 있다. 정말 이런 시대에 살게 되리라곤 그땐 미처 몰랐다.


우리는 집 앞 놀이터에서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했던 놀이들을 지금은 돈을 내고

학원에 다닌다.

그래도.. 줄넘기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보냈는데

그 줄넘기 학원을 보내기 위해

또 다른 과외를 붙이는 아이러니한 상황..

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도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줄넘기 학원을 보내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되어 보면 다들 아시겠지만, 놀이터에 나가보면 노는 아이들이 없을뿐더러 또 있다 하여도 마음 맞는 아이를 찾는 건 쉽지 않다. 만약 찾았다고 한들 그다음은 엄마들끼리의 서먹함이라는 문제가 있다. 그런 여러 가지 문제들로 엄마들은 학원에 보내는 것이 편한 것이다. 아이들 또한 학원에 가면 친구들이 모여 있으니 아이들이 먼저 보내달라고 하는 상황이 된다.


학군지에서는 심지어 아이들이 학원을 보내달라고 하기도 한다. 필자의 둘째도 수학 학원을 안 보내주니까 ‘엄마! 나도 소마나 cms 보내줘~ 누구도 다니고 누구도 다닌단 말이야~’ 하는 걸 듣고 한동안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든 시절도 있었다. 고작 더하기 빼기 배우고.. 친구들이랑 놀라고.. 학원을 보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나 역시 길게 버티지 못하고 1학년 여름에 보내주었다. 보낸 이유는 하나였다. 초등 1학년은 학교에서 너무 빨리 온다. 빨라도 이건 너~무 빨리 온다. 유치원 하원 시간보다 빠른 12:30분인 날도 있다. 만약, 학원을 안 가는 친구가 한 명이라고 있었다면 난 아마 지금까지 버티지 않았을까..


또 유치부의 엄마들이라면 이것도 놀랄 일일 것이다. 게임을 하는 학원에 돈을 주고 보내는 것 또한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보드게임도 두뇌발달이라는 명분아래 유아부터 초등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 성황 중이다.

아니 생각해 보시라~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학습하고 발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물론 이것 역시 엄마가 해주기 힘들고 또 전문가가 같이 게임을 하며 여러 가지 규칙을 배운다고 하지만.. 필자는 같은 또래 집단끼리 티격태격 다투며 규칙을 익혀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시대적 특성과 각 가정마다의 상황이 있다. 집에서 놀아줄 부모님이 맞벌이이거나 엄마도 쉬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또 나보다 전문가가 놀아주는 느낌이라 다를 것이다. 그냥 집에서 심심해서 빈둥대는 아이를 보는 것보다는 아마 돈 쓰고 마음 편한 쪽을 선택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몇 개월 체험해 보는 것쯤이야..

어차피 내 자식 행복하게 해 주려고 열심히 돈 버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영어학원, 수학학원에 있다.

영어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든 아니면 영어를 전혀 접하지 않고 입학을 하든지 간에 초등 1학년에는 대부분 영어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영어는 쉬지를 못하고 그대로 중학교가지 이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럼 6년 내내 학원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달에 50만원 넘게 많게는 100만원 조금 안되는 금액을 매달 6년 동안..ㅠ)


여기엔 크게 두 가지의 불안으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

내 아이가 지금 이 학원을 다시 못 들어갈 것 같은 불안,

내 아이가 지금 멈추면 실력이 떨어질 것 같은 불안


이 불안을 조종하는 것은 바로 이름하여

그 유명한 ’ 레벨테스트! 레테!‘ 되시겠다.

이것의 탄생배경에는 ’ 내 아이가 똑똑한 아이들과 좋은 면학 분위기에서 공부했으면 ‘ 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같은 수준의 아이들이 모여 있지 않으면 진도가 더디게 나갈뿐더러 또 면학분위기 조성에도 문제가 된다는 입장들이다.

물론 틀린 주장은 아니다.

똑똑하고 집중력 높은 아이들과 한데 어울려 있으면 혹은 그런 분위기에 있으면 자연스러운 상향 평준화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높은 성취 점수나 디테일한 분야별 평가를 정해놓고 한 분야라도 떨어지면 입학 자체를 안 시키는 이름하여 ‘과락’을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문제라고 하고 싶다.

티처스의 조정식선생님도 말씀하셨듯 ‘레테’라는

건 영점을 만들 수도 있다고 하셨고 평가기준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레테를 보는 엄마들은 이걸 맹신하며 우리 아이 어떡하냐며 걱정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고작 초등 시절에..


수학의 경우에는 더하다. 학원을 위한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  특정 레벨의 반에 합격하기 위해 보통 보습학원을 추가로 다니거나 과외를 붙인다. 학군지에서 초3 고시라 불리우는 황소라는 수학학원의 경우, 어마어마한 선행과 심화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황소만 다녀서 따라간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시험이 초3 기준으로 나오며 선행은 시험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합격자는 선행을 한 아이들이다.


우리 애는 다른 애들에 비해 학원을 적게 다닌다.

옛날과 시대가 바뀌었다.

이렇게 공부해서는 안 된다.


필자도 위에 말에 동감했었다.

시대가 바뀌어서 우리 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그러나 초등1학년부터 6학년 교과서를 보았는가?

아마 본다면 누구나 무릎을 치지 않을까?


200년 전쯤, 뇌 과학자들이나 피아제가 주장했듯

 11세 이전에는 추상적 사고가 발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극심화라는 문제를 읽고 이해해서 풀 수 있는 극상위권 아이들은 많이 없다. 소히 말해 우리가 말하는 영재는 0.1%에 불과하다. 그러나 꽤 많은 아이들이 극심화 문제를 푸는 학원에 다니며 극심화 문제를 풀어내고 시험을 패스한다. 우린 여기서 짐작할 수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양치기를 했단 말인가..


이렇게 영어와 수학은 초등 1학년에 시작하여 중학교 때까지 쉬지를 못한다. 이유는 많겠지만 아마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 게 아까워서.

지금 멈추면 내 아이만 도태될 것 같아서.

남들도 대부분 하니까.

내 아이만 진도가 뒤처질까 봐.

지금 다니는 학원을 다시 들어오기 힘들까 봐.

지금 멈추면 다시 레벨테스트를 봐야 하니까.


그러나 SKY를 나온 많은 인재들의 인터뷰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은 학원에 의존하지 않았다. 학원을 핀셋처럼 이용할 줄 안다.

필자가 학군지에 있는 관계로 혹은 교육업에 있는 관계로 정말 우수한 많은 아이들을 본다. 그러나 그

아이들 역시 학원에 맹신하지 않는 비율이 훨씬 높다. 학원을 몇 달 혹은 1~2년쯤 쉬었다 다시 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아마 이 아이들이 성장한 후의 학력 결과만 보았을 때는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학원에 의해 조종당하는 느낌이 든다면

생각해 보라~

날 위한 학원인지..

학원을 위한 학원인지..

아이를 위한 학원인지..


안타깝게도 갑과 을의 관계가 바뀌는 곳이 유일하게 교육업계가 아닐까 싶다.

물론 사명을 가지신 훌륭한 교육자분들도 많지만

교육을 시장으로만 보시는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그래서

우린 알아야 한다.

아이의 첫 학업인 초등부터 잘하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 그 속내인 불안으로

사교육 시장에 조종당하는 건 아닌지..

그 불안을 잠재우느라

내 아이의 발달을 지켜보지 못한 채

오히려 내가 뒤죽박죽 섞는 것이 아닌지..


결국,

사교육시장의 낚싯밥은 엄마들의 불안인 것이다.

인간이 극도로 싫어하고 탈출하고자 하는 본능.

우리는 이 본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본능을 달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학군지 엄마들의 민낯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