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엄마들끼리 모여서 얘기한다.
학원을 위한 학원을 보내고 있다고..
그래도 이걸 멈출 수가 없다고..
또 나름 친한 모임들은 모여서 얘기한다.
엄마들 중 최고는
아빠 학벌이 좋은데 엄마 학벌이 안 좋은 경우는
엄마가 마통(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서 시킨다고..
처음에 엥???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아빠가 학벌이 좋으면 아이도 어느 정도 하지 않을까 생각될 텐데.. 문제는 아이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다. 보통 아이들의 머리가 엄마를 닮는다나? 이럴 경우에는 엄마들이 괜한 자격지심에 나를 닮아 공부를 못하나 생각한다는 것이다. 고작 유치에서 초등 시절에..
첫째 아이 유치원 시절에 삼 형제를 지극정성으로 열심히 키우는 엄마와 인연이 된 적이 있다. 아마 한석봉어머니도 그녀를 봤다면 나처럼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엄마였다.
두 살 터울 삼 형제를 둔 엄마는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교육을 시작한듯했다. 그녀와 처음 만난 건 그녀의 삼 형제 중 첫째가 필자의 첫째 딸과 같이 다니게 된 6세 영어유치원 모임에서이다.
그녀를 봤을 때 그녀는 많은 엄마들을 아우르고 있었다. 음.. 정확히 말하자면.. 아는 엄마들이 많았다. 몬테소리 교육 때, 혹은 특강 때 만난 엄마들, 놀이학교 설명회 때, 재학 때 만난 엄마들 등..
그녀에게 일반 유치원을 나온 첫째 딸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나를 본체만체하던 그녀는 어느 날부터 나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내게 다가왔고 그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가까워지면서 그녀의 직업도 알게 되고 그녀의 입을 통해 그녀의 성장배경도 듣게 되었다. 그녀는 세 아들의 출산으로 인해 전업주부였지만 얼굴도 예쁜 전직 약사였다.
그녀가 얼마나 바지런하던지 그녀의 육아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난 한없이 작아지게 되면서 마치 내 아이를 바보 만드는 주범이 나의 게으름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이를 가진 순간부터의 태교, 태어나면서부터의 문화센터, 또 비싸다는 몬테소리 교육에 이어 놀이학교까지..
그런데 아이의 아빠는 아이 교육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못 시키게 해서 몰래 시키는 거라고 했다. 삼 형제 중 둘은 놀이학교 한 명은 영어유치원 거기에 학원까지..
와~ 부의 상징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서 난 감탄사 대신 질문이 나왔다.
‘아빠가 잘 버시는구나~ 아이들이 복 받았네~ 부럽다~’
그러자 그녀의 충격적인 대답!
’ 아니에요~ 언니. 저 마통 써요 ‘
’엥? 마통이 뭐야? 서.. 설마…
아니~왜?‘
’ 애 아빠가 뭐 시키는 거 되게 싫어해요.
애들은 알아서 큰다고..‘
난 더 이상 뭘 물을 수가 없었다.
물어서도 안 될 거 같았지만 그녀의 표정과 뉘앙스에서 부부의 양극성을 본듯했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 마냥..
아이들이 자주 같이 놀게 되면서 또 E성향의 엄마들 덕에 모임의 횟수가 많아지면서 아이의 아빠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아이의 아빠는 세브란스 oo과 교수였다.
누군가 물었다.
’ 뭐야? oo엄마! 돈 잘 버는 아빠 두고 마통쓰는 거예요? 다 부동산에 몰빵 하느라 마통 쓰는 거 아니에요?’
그러나 그녀의 얼굴 표정과 옆 절친의 표정을 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니구나..
한 번은 엄마들끼리의 모임에서 그녀와 둘이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애기 아빠가 그렇게까지 싫어하는데 안 시키면 좀 어때? 지금의 자기 삶도, 또 나를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 않아?‘
’좀 부담돼요.. 애들 엄마머리 닮는다는데
시어머님도 아들자랑하기 바쁘시고..
괜히 나중에 나 때문이라는 질책받을 거 같아요.
그리고.. 멈추지를 못하겠어요.
멈추면 떨어질 거 같고..
조금만 더 하면 올라갈 거 같고..‘
여기까지 들었는데 마음이 아팠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는 그녀의 말도
정말 힘들게 된 약사란 타이틀도
그 어느 누구보다 우수한 건 명백한 사실임에도
난 그녀의 상황이 그려져서
같이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가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그녀의 모든 상황들이 그제서야
엮어지는 듯했다.
아~ 그녀는 마음이 힘들구나
아~ 그녀는 멈출 수가 없겠구나
아~ 그녀는 틀에 갇혔구나
그 후로 난 자연스레 그 모임에서 떨어져 나왔다.
처음엔 난 ’ 내 교육관과 너무 달라서 ‘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떨어져 나와 보니 열심히 사교육 시장의 설명회나 특강을 찾아다니는 엄마들끼리 브런치를 즐긴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케이스의 엄마들도 있더라..
바로 취집 한 엄마들 되시겠다.
(여기서 취집이란 취직을 시집 잘 가는 걸로 한, 특히 잘 사는 집안으로 시집간 신데렐라를 풍자한 단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학군지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그녀들이다.
너무 바른 성품과 예쁜 외모로 타의 모범을 추종하는 엄마들도 더러 있다.
그런 그녀들을 보면 ‘그렇지! 저렇게 예쁘게 하니, 똑똑한 남자들이 한눈에 알아보고 채갔지. 그럴만하다!’라고 생각되는 여자들도 있는가 하면
‘이야~ 평생 지질히 궁상으로 살다가 남자 하나 잘 물어 호강하면서 사니까 자기 위에 사람이 없는 줄 아나보다~ 남편이 이런 걸 알까? 남편 참 불쌍하다. 쯧쯧’하는 케이스.
취집 한 그녀들을 나누자면.. 이렇게 둘로 나뉘는 것 같다.
후자의 케이스의 그녀들 역시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녀들 역시 속내에는 내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과 내 자식이 나를 닮아 공부를 못하면 어떡하나 라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할 것이다.
성실하지 못한 학창생활을 보내 공부를 잘해본 혹은 학업 성취감을 맛보지 못한 경우에는 더 할 것이다. 해보지 못한 것을 가르치려고 하고 혹은 아이에게 맞는 시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성취를 만들려고 할 때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 스트레스를 견뎌서 학업성취감을 맛보는 경우도 있겠지만은 그런 경우는 항상 소수이다. 그 소수의 확률을 만들겠다고 덤벼드는 이 사교육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리고 첫째 초등입학하고 참석했던
첫 모임이자 마지막 모임에서
신기한 경험담을 들을 수가 있었다.
초1의 남자아이가 취집 한 엄마의 아들과 지우개로 장난을 하다가 등을 자(15cm)로 찌르게 되었는데 밤 11시 넘어 사과 요청 전화를 받았다는 엄마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비단 이 사건만이 아니었다. 유치원 때 셔틀버스 기사님을 해고시킨 사건부터 레고 놀이를 하다가도 아이가 큰 싸움으로 번진 이야기, 학교에서 넘어졌는데 담임 선생님께 사과 전화 요청한 이야기까지.. 가히 믿기 힘든 얘기들이었다.
모두 사실로 확인된 이 이야기 끝에서는
이런 얘기들로 마무리되었다.
‘원래 엄마들이 아빠 학력보다 좀 많이 낮으면
그걸 어떻게 할 방법이 없대요. 다 그러는 건 아니겠지만 거기에 자격지심 느끼는 엄마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대요.‘란 얘기에 엄마들은 하나같이 맞아 맞아 동의하며 헤어졌더랬다.
물론 여기에 동의하는 이도 아닌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 만에 하나 그런 엄마들을 위로하고 싶다. 그건 당신의 몫이 아니니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그 올가미를 벗어던지는 연습을 해 보라고..
세상만사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중에
최고가 자식이라고.
아이들은 엄마의 자존감을 닮는다는데
자신에게 집중해 보는 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