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제4편
과연 묶여있는 매듭이 스스로 풀릴 수 있을까. ‘우수천석(雨垂穿石)’ 이라는 말이 있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말로 아무리 어려운 상황 하에 있을지라도 끊임없는 시도와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노력한다면 해결되지 않을 일은 없다는 뜻이다. 전부터 노력과 끈기, 인내라는 것을 우리의 민족성을 가지고 살아온 입장에서 나도 이 의견에 공감한다. 이처럼 작은 시도라도 있는 순간에 무언가의 변화가 생기고 그에 따른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도 노력도 없다면 과연 그 상황은 변화될 수 있을까.
나는 관계라는 것을 매듭과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을 풀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그것이 풀려 온전한 상태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굳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반발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저 다툼이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 그저 가만히 있으면 언젠가 풀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반드시 그것을 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다시 원래의 상태대로 돌아온다고 했다.
나는 보통 다툼이 있을 때면 바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견해였다. 하지만 상대방은 잠시 대화를 멈추고 서로 스스로 돌아볼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그 상황에서 나는 그러지 못하고 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다툼이 있는 순간부터 서로가 그 다툼을 끝내지 않는 이상 계속 다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루가 지나서 다툼을 끝내면 24시간이 걸릴 테고 바로 풀면 10분만에라도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 다툼에서 발생하는 화남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나는 시간이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이 더 큰 서로의 상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 관계를 매듭 같은 것으로 생각했으니 묶여있을 때는 바로 풀어 주어야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만약 묶여있는 채로 잠깐의 시간을 가진다고 해서 그것이 풀릴 것도 아니고 그 상태가 이어지면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관계는 매듭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을 그저 놓아두고 치워두고 가만히 두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그것을 풀려는 서로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부터 중시했던 그 노력과 끈기가 무관심과 방치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그것의 문제를 해소시켜 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