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꼭 한 번쯤은 생각이란 곳에 푹 빠지는 것 같다. 행복한 생각을 할 때면 선물 상자가 가득 찬 방에 들어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선물이 많은 방에 들어가서 빨리 그것들을 열어보고 싶은 마음에 신이 난 것처럼 그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여기저기 달려 다닌다. 가끔 우울한 생각이 들 때면 이곳이 그저 늪처럼만 느껴진다.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을 칠수록 더 강하게 나를 잡고 깊은 곳으로 끌어 내려가는 늪처럼 생각이란 늪이 나를 더 많은 생각으로 인도한다.
요즘은 생각이 많은 것도 병이라고 한다. 어쩌면 생각이란 나를 돌아보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 이것을 ‘정신적 과잉 활동 증후군(PESM)’ 이라고 부른다. 생각들은 서로 꼬리를 쫓아 물고 늘어지며, 새벽 늦은 시간까지 잠을 못 이루게 한다. 생각의 끝에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니라 그 끝은 그저 피곤함이다. 생각이란 이름의 걱정과 감정의 기복이 정신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사실 생각이 많은 것은 그저 후천적인 것으로만 생각했다. 경험하는 만큼, 보고 느끼는 만큼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지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생각이 많은 사람은 선천적으로 뇌 구조 자체가 생각이 많도록 설계되었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15% 정도의 사람에게 뇌 구조적인 차이로 인해서 보통 사람보다 비정상적으로 사고를 많이 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의 이론에 의하면 기억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PESM 환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끝까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또한, 이와 같은 증후군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단지 모든 생각이 많은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면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생각이 특히 많다는 것이다. 우울한 감정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일반적인 사람보다 생각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에 수면장애를 겪고 그로 인한 신체적인 피로함이 우울증을 가중한다는 것이다.
내게도 생각이 찾아오면 계속 더 많은 생각을 이어나가는 것 같다. 이것이 우울로 이어지는 길목에 서있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PESM을 예방하는 것에는 메모와 하루를 기록할 수 있는 일기와 같은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내가 매일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하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은 어쩌면 나를 스스로가 생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였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이 생각을 해서, 나를 앗아가려고도 했고, 나를 지키려고도 했다. 생각은 나쁘게도, 고맙게도 생각이 많으며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