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동글

모두 제 멋대로인 내 감정에 각각 다른 공간을 주고 싶다. 그것들이 모두 다르기에, 또 모두 저마다의 목소리로 나를 울리기에.


내 마음에 기쁨이 있다면 그곳은 좁고 깊은 수심을 주고 싶다. 작은 것에도 기뻐할 수 있는 마음과 깊은 기쁨이라는 수심에 빠져 헤어나오고 싶지 않기에. 그 방을 들어가는 어느 순간에도 나는 풍덩 빠져버릴 것만 같다. 행복함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는 그 방이라면 잠겨 허우적거리는 그마저도 즐거울 것 같다. 그리고 그 방엔 계단도 두고 싶다. 그 방에서 나가는 것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으면 함과 계단을 오르며 뒤돌아봤을 때 내 마음의 모든 행복한 것들이 한눈에 보였으면 싶기에.


내 마음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곳은 둥그런 방에 가슴까지만 나를 잠기게 하는 수심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모난 마음과 지친 몸이 그 방 어느 곳에 부딪혀도 찔리지 않게,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내 마음이 마른 어느 때든 조금 나를 굽혀 나를 그곳에 잠기게 할 수 있었으면 하기에.

내 마음에 슬픔이 있다면 그곳은 넓지만 얕은 수심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얼마나 많은 슬픔을 그곳에 넣어두어도 가득 차서 그것들이 나를 뒤흔들지 않도록 멀리 숨겨놓을 수 있게 넓은 곳이었으면 하는 마음과 내가 슬플 때 흘린 많은 눈물에 내가 잠겨 가라앉지 않을 수 있도록 그곳에 많은 눈물이 채워져도 남을 만큼 얕은 수심이었으면 좋겠다.


모든 감정을 저마다의 방에 두어 마음대로 그곳에 들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들어가고 싶지 않은 방은 문을 잠그고 키를 저 멀리 던져버리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나 행복할 텐데. 아마 내가 기쁘다가도 슬프고, 슬프다가도 힘들고, 그러다 또 기쁨이 느껴지는 것은 내 마음의 방은 하나여서 그곳에 모든 감정을 두었기 때문에 그곳을 거닐다 보면 만나게 되는 많은 감정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서일 것만 같다. 저마다의 소리로 나를 뒤흔드는 것에 쓰러질 것 같아도 내가 이렇게 버티는 것도 어쩌면 여러 개로 나누어진 방에 편중을 두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하나의 방에 모든 것을 두어 내 안의, 나의 감정의 중심을 잡을 수 있음이 아닐까 한다. 내 모든 감정을 고르게 느낄 수 있음과 나를 쓰러지지 않게 잡아주는 그 감정이 있어 나는 또 내가 거닐다 어떤 감정을 마주칠까 항상 설레고 긴장을 붙잡은 채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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