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시작됐고, 환호성은 커진다. 저마다의 색을 두르고는 총성을 뚫고 달려간다. 내게 뭐라 소리 지르며 나를 마구 때린다.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거친 숨 몰아쉬며 달려가야만 한다. 사실 내 곁에 누가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게 주어진 이 눈앞의 공간 때문일 거라 모르는 듯 추측해본다. 어느덧 결승선을 지났고 비로소 나는 멈출 수 있었다. 나를 덮고 있는 이 색깔이 가장 먼저 저 형형색색의 화면에 나오고 나서인 것 같다. 나를 보는 표정이 밝다. 하지만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고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는 모르겠다.
경주마는 보통 앞만 보고 달린다. 정해진 레인 위로 달려야만 해서이기도 하고 기수가 이끄는 데로 가야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주변을 볼 수 없도록 만들어진 까만 안경 때문일 수도 있다. 그 까만 안경을 쓰고 있노라면 이 레인 위, 이 경기장 위, 내 주변 모든 곳에 나 혼자 남겨진 기분이다. 그저 앞으로 가기만 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이 좁은 공간에서 나는 더 갇혀있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가는 것만이 나아가는 것일까, 내가 어떤 곳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것이 나를 목적지로 온전히 데려다줄 수 있을까, 그곳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이 성공일 수도 있겠지만 그곳에 도착하는 것만이 성공은 아닐 거라 생각이 든다. 내가 지나온 이 거리 위를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보고 싶고, 나는 볼 수 없지만 내 곁에서 함께 달리고 있는 그 친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 그도 나를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을 해본다. 끝까지도 못 볼 테지만 말이다.
나도 안다. 내가 지금 이렇게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다 안다. 하지만 문득 무언가에 비친 나를 보면 그저 내가 경주마가 된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성공해야 한다는 것과 성공하려면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맞지만 내가 지금 온전히 그곳으로만 달려가는 것이 정말 성공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이것이 그저 하기 싫은 마음을 뭔가 있는 것처럼 꾸미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도 끝까지 답을 모르겠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큼이나 이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다. 분명 언젠가 나도 내가 쓰고 있는 이 경주마의 까만 안경을 벗어 버리고 나를, 그리고 너를 조금 더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