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책상 앞에 혼자 있다. 쌓여있는 책과 그를 비춰주는 까만 스텐드, 동그란 안경, 쓰지도 않지만 예뻐서 간직해 둔 연필꽂이, 나를 계획적으로 살게 해주지만 가끔은 나를 구속하는 아이보리색의 플래너, 지난 밤 감기에 시달려 아침 일찍 물을 끓여 마시다가 이제는 식어버린 물이 담긴 컵, 먼지 쌓인 탁상 시계와 지금 내 손 아래 이 노트북. 많다. 이것저것 많다.
가끔은 이 모든 물건이 내가 필요로 하면 언제든 내 곁에 있어 좋다. 근데 또 가끔은 내 책상 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물건 때문에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 있어서 좋지만, 있어서 싫다.
홀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내 방엔 다른 원룸보다는 크지만 집에서 쓰던 것과 비교하면 작은 냉장고와 요란하게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 평소엔 잘 틀어보지도 않아 까만 색에 회색 빛이 도는 텔레비전, 나를 여기저기로 데려다줄 자전거 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다. 좁은 집에 참 이것저것 자리잡고 있다.
내가 혼자 살기에는 생각보다 괜찮은 이 집과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물건들이 있어 텅 빈 방보다 편하게 지낼 수 있고 가끔은 아늑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이것 저것이 있어 답답하고 공간을 여유롭게 사용할 수도 없다. 좋기도 하지만 안 좋다.
사람은 하나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이 모든 것을 좋아하는 것도 나고, 싫어하는 것도 나다. 내가 가진 물건들이 무슨 잘못이라고 그것을 미워도 했다가 아끼기도 했다가 하는 것일까. 이보다 더 큰 방, 더 많은 물건, 더 아늑한 공간, 더 깔끔한 책상이 있다면 이런 생각들은 모두 사라지게 될까.
또 애꿎은 노트북만 두드리고 있다. 지금 이 글도 좋으면서도 싫다. 그냥 지금 내가 그렇다. 무엇을 온전히 좋아하고 싶지도 싫어하고 싶지도 않다. 아마 내가 무언가로부터 흘러가듯 생각을 당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생각하고 싶어서일 것도 같다. 이 작지도 크지도 않은 모니터 안에서 내게 많은 말을 전해주는 사람들에게 내 생각만을 강요당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지금 내가 있는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 잠시 멀어지고 싶어서 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또 이 순간을 미워도 했다가 그리워도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