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닮음'으로

by 지현옥


속달동 마당엔 새들이 많이 온다. 나무가 많기도 하고 추수가 끝난 들녘에 떨어진 낟알을 찾아서 모여든다. 오늘도 까치 두 마리가 주인보다 먼저 와서 놀고 있었다. 콩콩 뛰는 듯 사뿐사뿐 걷는 듯 똑 닮은 한 쌍이 다정해 보였다.


예부터 아침 까치는 손님을 불러오는 길조라고 반겼다. 반가운 손님이 오려나보다. 혼자 생각으로 한참을 지켜보았다.



남편이 닭장 청소를 하고는 쉼터 테이블에 알 두 개를 놓고 간다. 아직 온기가 남아 따뜻했다. 기다리는 손님이 이 사람이었네. 다시 혼자 생각에 웃음이 일며 바람에 헝클어진 반백의 머리칼을 올려다보았다. 세월이 많이 갔다. 한때는 가슴 설레게 했던 사람이었는데 이젠 친구로 늙어 간다. 우리도 까치처럼 보일까?



동갑내기 우리 부부는 서로 많이 다르다. 어느 한구석 맞는 데가 없는 사람끼리 속앓이 하며 산지 사십 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젊어서는 치열하게 살아내느라 그냥 룸메이트로 정신없이 시간이 갔다. 다소 안 맞아도 저녁 시간만 잠깐씩 공유하는 룸메이트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퇴직을 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래 살았어도 새삼스럽게 눈에 거슬리고 부딪치는 게 생겨난다. 별거 아닌 일로도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있다. 다행이도 같이 좋아하는 것이 있으니, 속달동 마당을 가꾸는 것이다.


꽃밭에서 텃밭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어지러웠던 생각들이 어느샌가 날아가고 기쁨이 한가득 들어온다. 흙을 만지며 자연을 벗 삼으니 너그러워지고 새로운 마음의 창이 열린다. 따로 핀 꽃들이 아름다운 꽃밭을 이루듯 서로 다른 개성이 한 마당을 조화로운 정원으로 만들어 간다.


요즘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막 하려던 말을 남편이 어느 순간 먼저 한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하면 남편도 의아한 표정으로 그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할 때도 있다.


공통점이 또 하나 생겼다. 어쩌다 보는 텔레비전도 자연 속의 삶이나 미지의 여행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등으로 좁혀지면서 대화가 늘었다.


부부는 살면서 닮아 간다는 말은 바라보는 곳이 서로 같아서 일지도 모른다. 성인이라곤 하지만 여전히 마음 쓰이는 자식들이 있고 함께 해결해야 할 일들도 아직 놓여 있다.


같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한 솥 밥을 먹고살며 생물학적으로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 이젠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다. 온라인상에서 물건을 살 때, 몸이 아파 병원에 예약을 할 때, 하물며 외식하러 나가 주문을 하거나, 영화 티켓 구매를 할 때도 조심조심 도와가며 한다. 서로를 향한 측은지심이 생겨난다.​


세월 속에서 다름은 닮음으로, 사랑은 연민으로 바뀌어 가며, 친구이자 여생을 함께할 진정한 의미의 소울메이트가 되어간다. 눈 뜨면 가장 먼저 보는 얼굴, 아직 내 옆에 있음에 감사하며 나태주 님의 시가 떠오른다.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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