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겨울 농한기가 되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뭐 그리 대단한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닌데 속달동 텃밭과 마당이 동면에 들면, 봄부터 가을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나의 시간도 겨울 방학을 맞는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김장까지 마치자,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여행의 끼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공항의 공기가 그리워지며 아직 가보지 않은 세상에서 콧바람을 쐬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일단, 따뜻한 기후에, 멀지 않아 비행시간이 견딜만하고, 물가도 싸고, 음식도 거부감이 없는 곳을 검색했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비용으로 다르게 살아 볼 수 있는 여행지로 다낭이 가성비 값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보안이나 안전면에서도 당첨이었다.
바로 비엣젯 항공권을 예매했다.
지난겨울은 태국 치앙마이에서 보냈다. 그땐 처음 하는 한달살이가 좀 힘에 부치기도 해서 20일 정도만 살아보기로 했다.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란 것을. 특히 자유여행자의 일정이란 순간순간 반짝이고 대체로 고단하다. 낯선 곳에서 수시로 결정을 내리고, 크고 작은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 힘에 부칠 때가 많다.
어쩌면 그것이 여행을 떠나는 진짜 이유일 수 있지만 말이다.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다른 삶을 들여다 보고, 잠깐씩 반짝였던 순간들이 우리를 변화시킨다. 또한, 그것이 다시 돌아와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일상의 안온함을 뒤로하고 불편을 자처하며 떠나는 여행이기에, 그만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로 충만했다. 떠나기 전 여행지에 대해 미리 속속들이 알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백지상태에서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냥 훌쩍 떠나보자고 달랑 다낭행 e 티켓만 가지고 비행기에 올랐다.
베트남이 처음은 아니다. 오래전에 하노이, 하롱베이를 대면한 적이 있기도 하고, 경기도 다낭시라 할 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는 점에서 별 부담감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다낭에 남편 친구가 있다는 것도 이웃 동네 마실 가듯 편하고 가볍게 떠나게 했다.
여행은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자유'를 즐기는 시간이다. 그곳에서 나를 내려놓고 내가 무엇에 웃고 무엇에 감동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그래서 흔히,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역으로 나는 지금의 나를 잊고 온전히 다낭을 살아보자는 생각이었다.
비행기표 한 장이 마냥 들뜨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