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의 주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다.
온통 거리를 점령한 오토바이를 불편해하기보단 피하지 못할 거면 즐기자는 역발상으로 오토바이에 도전하기로 했다.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오토바이는 현지인뿐만 아니라 다낭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 여행객에게도 필수일 수밖에 없다.
남편은 과감하게 오토바이를 렌트했다. 빌릴 용기는 있었는데 막상 오토바이를 받고는 망설이는 눈치였다. 젊어서 몇 번 타본 실력으로 오토바이 행렬에 끼어들기는 생명을 담보로 한 도전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친구의 도움을 받아 주변을 몇 바퀴 돌고는 자신감이 충천하여 해수관음상을 보러 가자고 했다.
사실, 긴장감은 운전하는 사람보다 내가 더했다. 자전거도 못 타는 겁쟁이가 난생처음 오토바이에 앉는 데는 오토바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의 해제가 먼저였다. 장고 끝에 남편의 용기와 도전을 믿어 보기로 했다. 약국에 가서 마스크를 사고, 헬멧을 쓰고 완전 무장을 했다.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웃음거리가 된 '당나귀를 매고 가는 부자'가 떠올랐다. 오토바이를 타는 게 아니라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남편 등 뒤에 껌딱지처럼 붙어 앉았다.
불안한 마음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니 차츰 해변도로에 늘어선 야자수들이 보이고, 하늘에 떠있는 구름도 보이고, 하늘색에 맞춰 바다 빛이 파랗게 바뀐 것도 보였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우리도 당당히 오토바이 행렬에 합류했다.
미케 해변 북동쪽으로 산악지형을 이루고 있는 선짜반도까지 갔다.
그곳엔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린응사(영응사)가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대웅전 앞으로 독특한 모양의 커다란 분재들이 늘어서 있고 그 사이로 부처를 볼 수 있다.
공들인 분재들을 보며 그 정도로 분재를 손보고 가꾸는 지극정성이면 이 세상에 이루지 못할 것이 없겠다 싶었다. 불상 앞에서 드리는 불공도 그리하라는 뜻이 아닐까.
그 앞으로 장장 67미터 높이의 해수관음상이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양양 낙산사에 있는 16미터 해수관음상도 엄청나다고 여겼는데 린응사 관음상의 규모는 압도적이었다.
해수관음상의 자애로운 시선을 따라 눈길을 아래로 던지면, 단순히 바다라는 단어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풍광이 펼쳐진다. 유유히 떠있는 고깃배와 잔잔한 파도가 노니는 해안선이 해수관음상 규모 이상으로 눈길을 잡았다.
사찰 주변에 살고 있는 야생 원숭이들조차도 부처의 자비가 닿은 듯 평화로워 보였다. 숲에서 먹이를 구하기보다 사람들이 주는 먹거리를 기다리며 재롱을 피우고 있었다.
린응사를 나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자 드라마틱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시내를 벗어난 한가한 도로라 남편도 나도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고 여유가 생겼다.
초록빛 산등성이와 푸른 바다가 만나는 길 위에서 숨을 고르고 쉬었다. 길가 트럭 카페에서 산 커피 한 잔은 자연이 가미된 신이 내린 맛이었다.
야자수 잎사귀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바람이 머물다 가는 곳, 산은 바다를 품고 바다는 하늘을 담은 풍경 속에서, 자연이 건네는 고요한 위로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오늘 마주한 풍경은 아마 오래도록 마음 한구석을 따스하게 비춰줄 것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즐기는 두 주인공 그레고리 팩과 오드리 헵번 부럽지 않게 우리도 오토바이로 '다낭의 휴일'을 즐겼다.
오토바이라는 작은 도전으로 여행의 기쁨이 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