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속의 작은 프랑스, '바나 힐'

by 지현옥


다낭 속의 프랑스, '바나 힐'로 일일투어를 가기로 했다.


'바나 힐'은 프랑스 식민시절 프랑스가 해발 1400m에 건설한 산 위의 힐 스테이션으로 당시 프랑스 관료들이 혹독한 무더위를 피하고자 만든 휴양지였다. 지금은 유럽의 고성과 프랑스 마을을 연상시키는 리조트, 놀이공원, 각종 레스토랑을 갖춘 관광지가 되었다.


픽업 차량이 호텔 앞까지 와주었다. 1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그곳은 입구부터 서늘했다. 1월이라도 다낭의 한낮은 반팔이 일상차림인데, '바나 힐'은 한국의 가을처럼 선선했다. 게다가 자욱한 안개로 인해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투어가이드를 포함한 8명이 한 팀이 되어 케이블카에 올랐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케이블카로 정상까지는 20분이 걸렸다. 가슴을 뻥 뚫어주는 푸른 숲을 내려다보며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긴장감이 더해져 금세 시간이 갔다. 다들 즐거워 보였고 기대감으로 환한 표정들이었다.


시드니와 싱가포르에서 온 커플, 형제자매로 보이는 인도인 3명, 타이완 커플, 현지 가이드까지 모두 싱그러운 젊은이들이었다. 그들과 함께라는 것만으로도 케이블카 밖에 펼쳐진 푸른 숲에서 얻는 것 같은 청춘의 에너지가 전해졌다.


그들은 치열했던 시간을 지나 여생을 즐기는 우리의 여유가 좋아 보인다 하고, 우리는 한창 바쁘게 일하며 틈틈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그들의 젊음과 열정이 부럽다고 했다. 특히,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에 몇 번 다녀간 적이 있다는 시드니와 싱가포르에서 온 커플은 우리에게까지 호의적이었다. 여행을 할 때마다 체감하는 한국의 위상에 기쁘고 뿌듯했다.



산 정상에 오르자 베트남이 사라지고 19세기 프랑스가 나타났다. 고딕 양식의 성당, 돌바닥 광장, 노천카페까지, 유럽풍의 도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짙은 운무로 인해 시야가 제한적인 것이 아쉬웠지만 산꼭대기 마을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프랑스의 식민 지배가 남긴 적산 건축물들이 이젠 그들의 관광자원으로 돈벌이가 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사실, 놀랍도록 저렴한 베트남 물가에 비하면 1인당 7만원이라는 '바나 힐' 투어 비용은 상당한 편이다.



먼저, '바나 힐'의 랜드마크인 '골든 브리지'를 걸었다. 거대한 신의 손이 다리를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안개 덕분에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었다. 가랑비까지 흩뿌리는 날씨에도, 황금빛 다리 위에서 인생 샷을 남기느라 모두들 싱글벙글이었다. 아마 그 시간이 각자의 골든 타임일 수도 있다.


정상으로 갈수록 기온이 훅 떨어져 한국에서 떠나올 때 입었던 경량 패딩을 꺼내 입었다. 변덕쟁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게 '바나 힐'의 날씨는 기복이 심하고 싸늘했다. 한 여름 피서지로 프랑스인들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또한 실감했다.


관광에 우호적이지 않은 춥고 흐린 기상 상황이 미안했던지, 잘 정비된 프랑스식 정원의 꽃들이 대신하여 밝은 미소로 환영해 주었다. 빗방울을 머금은 채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들을 보며 도종환 님의 시구를 떠올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들이 어디 있으랴. 그렇다. 우리들의 인생도 젖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들 행복을 거머쥔 표정들이었다.



당시 프랑스인들의 와인 저장고로 쓰였던 동굴도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다.

잔잔한 음악이 깔리는 프랑스식 정원에 앉아 와인으로 분위기에 젖어 보고 싶었지만 투어 중이라 스타벅스에서 커피로 대신했다. 커피 산지에서도 스타벅스는 이름값을 하고 있었다. 점심으로 먹은 스파게티, 길거리 소시지와 맥주 한 잔은 이곳이 동남아가 아닌 유럽 속에 있다는 착각을 잠시 불러일으켰다.



찬 부슬비에도 놀이공원의 열기와 함성은 끊이지 않았다. 아찔하게 돌아가는 놀이기구들 사이로 '벚꽃엔딩'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놀이기구를 타지는 않았지만 외국 관광지에 흘러나오는 우리 가요는 흥에 젖기에 충분했다.



즐겁고도 추웠던 하루,

숙소로 돌아와 따끈한 곰탕국수로 저녁을 먹고 무엉탄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미케 비치 밤바다를 보며 다낭의 또 하루를 접었다. 끝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위로 색색의 조명이 스며들고 있었다.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