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작가라는 꿈이 생겼다

by 지현옥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가끔씩 흥얼거리는 대중가요 '거위의 꿈'이다. 돌이켜 보면, 노래 가사와는 달리 나는 어려서부터 딱히 무엇을 하고 싶다거나,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없었다. 학창 시절엔 단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전부였고, 대학을 가고 전공을 선택할 때도 진로에 대한 고민보다는 성적에 맞는 학교와 과를 택했다.

교직생활을 시작하고부터는 아이들 가르치는 주어진 길에 비교적 만족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날들이 지나갔다. 제각기 다른 끼를 가지고 꿈을 키워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끔은 마음 한편에 막연한 공허함 같은 것이 있었을 뿐이다.

나이가 들고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서 어릴 적 살던 마당 있는 집이 그리웠다. 땅을 밟고 흙을 만지는 전원생활을 동경하게 되었다. 은퇴를 하고 마음에 두었던 일을 해보기로 했다. 시간 날 때마다 다녔던 수리산 가까이에 작은 땅을 마련하였다. 그곳에 원하던 집을 짓고, 소쩍새 소리 들으며 잠들고, 샛별 보며 깨어나는 꿈을 꾸며 매일 가꾸기 시작했다.

꿈의 터전은 도시계획에 잡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지만, 그곳에 쉼터를 들이고, 잔디 마당을 만들고, 꽃밭을 꾸며서 원하는 꽃과 나무를 가꾸기 시작했다. 텃밭엔 먹거리를 심고, 장독대를 만들어 장을 담그며,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꽃으로 천연 염색을 하고, 나물을 삶아 마당 가득한 햇살에 바삭 소리 나도록 말린다.

원하던 집은 아직 짓지 못했지만, 수리산 산동네 마당에서 하고 싶던 것들을 하고 있으니 소망 하나는 이룬 셈이다. 그날이 그날 같던 날들은 매일이 신기하고 새로운 만남이었다. 늘 주변에 있지만 무심히 지나쳐왔던 풀꽃과 새와 나무들의 다른 모습을 보며 계절마다 바뀌는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텃밭이 주는 푸성귀들과 철 별로 나오는 각종 먹거리들도 경이롭고 감동이었다.

그 감동과 기쁨, 서툰 텃밭지기로서의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 고작 일기 쓴 것이 전부였던 내가 블로그를 시작했다. 내 블로그에 들어와 공감을 누르며 댓글을 달고 응원해 주는 이웃들이 생겼다. 좋아서 시작한 일에 예기치 않은 즐거움이 더해졌다. 글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글 속에서 그들을 알아갔다.

글에는 사람이 담긴다. 인생이 담기기도 한다. 책을 읽는 시간도 좋지만 글 쓰는 시간이 좋아졌다. 열심히 썼다. 글쓰기와 친해지며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블로그와는 달리, 선별 승인을 통과해야 하는 작가 신청이라는 점에서 선뜻 다가설 수 없었다.

과연 될까 오랜 망설임 끝에 보낸 글에 곧바로 승인이라는 반가운 메일이 도착했다.

칠 학년을 바라보는 나이, 이제 나도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다. 낯설지만 설레는 작가라는 꿈.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그 꿈을 이루고 싶다.

한번도 배운 적 없는 박한 손길로 늦은 나이에 정겨움 가득한 시골 풍경들을 그려 사랑받으며 노후의 아이콘이 된 모지스 할머니, 코리아 그랜마로 알려진 유튜브 실버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 그들은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말을 증명했다. 나도 용기를 내본다.

"훌륭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훌륭하기 위해서는 시작해야 한다"라는 지그 지글러의 명언은 나이가 아니라 시작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훌륭한 작가까지는 아니어도 꿈의 터전에 원했던 집을 짓는 마음으로 한 문장 한 문장 글을 쌓아가고 싶다. 꿈을 안고 가는 삶은 즐겁고, 나를 스스로 빛나게 한다. 꾸준함이 답일 거라 여기며 오늘도 글을 쓴다.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래요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