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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권 Jun 23. 2024

23화. 사업가 수다쓰


경기도 수원 OO목재 공장

퇴근 무렵 목구멍의 뻑뻑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익숙할만 한데도 여전히 개운치 않은 건 어쩔수 없었다.

서둘러 입안 가득 양치로 개워냈다. 어제 끓여놓은 시원한 보리차를 냉장고에서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캬..이 맛을 어떻게 잊지.."


수다쓰는 샤워를 끝내고 시내로 나갈 버스에 올랐다. SK텔레콤 판매대리점을 운영하는 정욱상 매니저의 도움으로 유트브를 찍는 날이었다. 한국의 신형 또는 중고 휴대폰을 소개하고 간단한 휴대폰 수리와 동대문에서 떼어 온 악세사리들을 안내하는 유트브였다. 스리랑카 자국민에게 판매하는 일이었고 그는 이 일에 진심이었다.  힘든 하루를 마친 뒤 부업처럼 뛰는 일이라 몸은 고됐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알았기에 잠을 줄였고, 한 가지라도 더 배워놓으려는 에너지가 온 몸에 넘쳤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한식에 진심이었던 그는, 자신과 함께 거주하는 동료에게 한식을 직접 요리해서 차려주는 한식셰프이자 맛 감별사였고, 그 조리법으로 한식당도 운영할 생각이었다. 한국에서의 경험은 무엇하나 버릴께 없었다. 그는 천상 사업가였다. 시간이 흘러 차곡차곡 경험이란 자산을 쌓았고 한국과 아쉬운 이별을 한게 그새 몇 년 전이다.


귀국 후 수다쓰의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개인사업자를 넘어 법인사업자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10년의 한국생활로 벌어들인 경험치와 자본은 꿈을 펼칠 귀중한 자원이 되었다.


그의 고향 갈레는 스리랑카의 유명 도시 중 한 곳이었다. 수다쓰는 사람이 모여드는 갈레 시내버스 휴게소내 5개의 상가를 소유한 임대사업자였으며, 한국 제품들을 중개하는 무역업자이기도 했고, 한식당을 운영하는 식당사장이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 낸 현금 파이프라인으로 통장엔 매달 400만원의 현금이 꽂혔다. 


스리랑카 대졸기준 공무원 월급이 20만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일반인들 수입의 20배에 달하는 부호가 되어있었다. 수백만의 스리랑카 청년들이 자국의 급여수준보다 월등히 많은 한국행을  찾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다만, 일하고서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각자들의 상황에 따라 달랐다. 수다쓰는 애초에 사업자본 마련과 사업의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한국행을 선택했기에 그에게 있어 10년은 그 자체로 경영수업이자, 사업자본을 마련하기 위한 필수 코스였다.


"헤이 수다쓰, 두바이는 잘 다녀왔는가? 손에 들고 있는 기계는 또 뭔가?"


BMW X7에서 얼굴색이 좋아보이는 한 남성이 창문을 내리며 다정히 말을 걸었다.

시내버스휴게소의 건물주이자 친구이고 사업파트너인 세퉁가였다.


"세퉁가 어서오게. 응, 이번엔 새로운 물건을 좀 가져왔어. 자동차 정비소에 자네도 혹시나 봤을지 모르겠군. 자동차진단 스캐너라고 이번 두바이 출장다녀오면서 가지고 온거야. 외제차 같은 고급차 소유주한테 맞춤형 정비 서비스가 사실 없잖아. 내가 정비일은 좋아하기도 하고, 해볼만한 아이템인거 같아서 지금 준비좀 하고있어. 스캐너자네 건물 쪽에 마련해볼까 고민중이네. 제일 첫번째 고객서비스로 자네차는 무료로 진단해주지 하하!"


한국에서 10년, 두바이는 매달 한번씩 갈때마다 1주일 정도 머물다 오는 수다쓰의 삶은, 그 자체로 정력적인 삶을 사는 사업가 그 자체였다. 국가부도라는 나라전체의 분위기는 그를 비껴가는 것만 같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다시 찾은 두바이. 그가 머무는 숙소에 짐을 던지고서 서둘러 IOT 사물 전시회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2년 마다 개최된 행사이기도 했지만,  주최측 추산건대 역대 최대 규모의 부스가 마련되었다. 세계에서 온 새로운 아이템들의 진열에 정신없었고, 이를 연결할 수많은 판매상, 바이어들이 시끌벅적한 모습 속에서 수다쓰의 눈길은 한 물건에 시선이 꽂혔다. 다른 전시부스와는 확연히 다르게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 한 사람만이 모든 손님을 응대했었고, 꽤 많은 사람들이 부스를 둘러싸며 본격적인 미팅을 하는 모습에 감히 접근하는 것 조차 어려워 보였다. 무엇보다 중년 남성이 한국인으로 보였기에 더욱 친근고 눈길이 머물렀다.


미팅이 길어지는 것 같아, 아직 둘러보지 못한 부스를 돌고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1시간여 시간이 지났다. 남성은 장시간 미팅에 물 한모금 못했는지, 500ml 생수병 하나를 정신없이 들이키는 게 안쓰러워보이기까지 했다. 천천히 김길상 대표 앞으로 수다쓰는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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