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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권 Jul 05. 2024

32화.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생각

챠밀라는 수환에게 콜롬보와 캔디의 개점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그에겐 생각지 않게 운이 찾아왔는 데, 다름 아닌 스리랑카 교육부 차관이 방문하겠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개점 후 겨우 5개월이 지나고서 일어난 일이었다. 무엇보다 챠밀라의 한국근무 이력만이 아니라 중학교 국어교사라는 경험이 그들에게 큰 신뢰를 주었다. 교육부 차관의 방문 소식은 주변으로 빠르게 전파되었고, 챠밀라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초기 단계라 교육시스템의 부족함이 분명 있었으나,  그보다는 '교육부가 신뢰한다'는 절호의 마케팅 기회를 놓치기 아까웠다. 3개월 뒤 캔디점은 그런 배경에서 전격 오픈하게 되었다.


불과 1년 만에 1호점 900명, 2호점 450명 원생  모집 기록은 가히 선풍적이었다. 챠밀라가 예상했던 한국어 열기와 잠재적 대기자 수가 그의 기대치를 훨씬 넘기고 있었다. 또 다른 도시에 3호점을 검토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빠르게 먹는 밥에 결국 체했을까. 여기저기서 운영의 허점이 발견되고 있었다. 강사, 학습교재, 강의실 환경 등 시스템적으로 미흡했던 요인이 갑작스러운 학원생 증가와 맞물리면서 여기저기 불만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실보단 규모의 경제효과만 주력해 온 것만 같아 챠밀라 자신이 꿈꿔온 그림과 다르게 커가는 것이 불안했다. 그는 잠시 멈춰서는 결단을 해야 했고 그 시점 한국의 대표적인 학원 '모가스터디'를 노크다.


"챠밀라 대표님, 짧은 시간에 대단한 성장을 이루셨네요. 대단하십니다. 저희 모가스터디를 찾아오신 건 말씀처럼 빠른 성장과 더불어 시스템도 안정을 기해야 된다는 나름의 고민이 작용한 것일 거고요. 정말 잘 오셨습니다. 저희 모가스터디도 해외사업팀 생긴 지 그렇게 오래된 역사는 아닙니다만, 대한민국 제1의 학원으로서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쟈밀라 대표님이 먼저 보내주신 내용 잘 검토했고 그에 따른 전략과 여러 실행방안들을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표님 앞의 자료 3페이지부터 그럼 봐주시겠어요? "


수환이 준비한 자료는 스리랑카나 네팔 등 최근 아시아 국가에서 한국어 열풍과 더불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현지 학원들의 실태를 우선적으로 소개했다. 네팔의 경우 이미 학원 수가 수백 개에 달했다. 학원수가 급증하니 응시생을 비롯해 합격자수 증가폭이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실로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대단히 높은 나라 중 하나였다.


그에 반해 아직 60개 내외의 학원만이 등록된 스리랑카는 네팔에 비해 초기 단계로 보였고, 챠밀라처럼 규모를 빠르게 키우는 신생 학원이 시장 선점을 하기엔 시점이나 전략이 '호기'임은 분명했다. 챠밀라라는 사업가의 '눈'과 발 빠른 판단에 근거한 '행동력'은 일단 합격임을 자료로서 말해주고 있었다.


곧바로 모가스터디의 한국시장에서 만들어온 수많은 성공신화에 대한 소개, 그리고 현재 가고자 하는 방향과 챠밀라가 바라는 미래의 방향을 접목한, 모가스터디 - 챠밀라의 협업 작품을 하나씩 소개해 나갔다. 챠밀라의 눈은 수환의 준비한 자료 하나하나에 놀라워했고, 모가스터디라는 커다란 산이 자신을 지원해 준다는 생각에 감격했다. 한국은 그에게 그야말로 보물섬이 분명했다. 수환 역시 미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챠밀라라는 사람의 역량과 행동력에 놀랐으며, 모가스터디 역시 그처럼 뛰어난 경영인과 손을 잡는 건 쉽게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수환은 진심으로 챠밀라의 능력을 존중했다.


미팅이 끝을 향해 가고 있을때, 수환은 그제서야 숨을 고르며 자신의 옛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비록 짧은 경험의 스리랑카였지만, 그때 느껴본 기후, 사람들, 풍경이 눈에 선했다. 콜롬보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로 정신없던 기억부터, 캔디라는 천년고도의 도시의 고즈넉함과 고요함을 주었던 스리랑카.


"저도 1호점, 2호점이 있는 콜롬보, 캔디를 가보았습니다. 정말 사람들이 많았던 기억이 첫 번째였지만, 스리랑카의 대표적 도시들 아니겠습니까?"

"김 매니저님의 과거 스리랑카 봉사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왠지 이야기가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것도 정말 인연 중에 인연입니다. 한국인인데 스리랑카에서 봉사활동을 하신 분이 저와 사업파트너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저 역시 신기한 일입니다. 김 매니저님은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챠밀라는 미팅에서 보여준 김수환 매니저의 뛰어난 업무 능력에 이미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김 매니저가 대학시절 스리랑카에서 봉사활동을 했었다는 건 김수환이라는 사람 더욱 특별한 사람처럼 다가오게 만들었다. 수환은 미팅에서 해야 될 내용을 갈무리하면서 차분히 챠밀라의 질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서서히 꺼내놓았다. 어느새 그의 이야기는 일이 아닌 지극히 개인의 이야기가 되었다. 대학시절, 자신의 인생에서 꽃을 피울 뻔하다 져버린 애틋한 기억마저 챠밀라 앞에선 허심탄회하게 쏟아져 나왔다. 그 순간 챠밀라 역시 자신의 과거모습이 스치듯 떠올랐다.


"어쩌면 김 매니저님의 20대 모습과 저의 20대 모습은 서로 다른 곳에 있었지만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 같습니다. 남들이 가는 길에 나도 따라나설 것인가, 불확실하나 나만의 신화를 찾아 떠날 것인가 하는..."

"아., 그런가요 대표님. 그러네요. 저는 스리랑카로, 대표님은 한국으로. 혹시 저녁 약속 있으십니까? 없으시다면 삼겹살에 소주 어떠십니까? 저희 둘이 나눠야 될 이야기가 무궁무진할 것 같은데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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