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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권 Jul 12. 2024

35화. 강점을 알아간다는 건

다음날, 인천공항으로 떠나는 챠밀라를 수환은 배웅하기로 했다.

어느새 둘은 단지 하루 만을 보냈는데도 오래된 친구처럼 친근하고 편한 느낌이었다.


"챠밀라 대표님, 저희  모가스터디에서 제안드린 여러가지 안을 꼼꼼하게 검토해보십시요. 현장에서 가장 적합한 모델이 무엇일지, 대표님이 꿈꾸는 비전에 어떤 것이 가장 부합할지 고민해보시고, 꼭 연락주십시요."

"그러기 전에 매니저님이 저희 회사에 한번 방문해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모가스터디 대표매니저께서 현장 방문을 안한다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빠르게 오셔야 될 거 같아요."

"예, 사무실 돌아가서 본부에 바로 말하겠습니다. 말씀처럼 현장을 가보지 않고 컨설팅을 한다는 건 맞지 않지요. 사실 방문 계획은 초기 버전에는 있었는데 논의하는 과정에서 생략되었네요. 다시 재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좋은 지적을 하셨어요!"

 

일의 관해선 수환의 업무솜씨는 일개의 대리급을 넘어서고 있었다. 불과 해외사업부 매니저역할을 맡은지 반년도 되지 않았지만, 본질을 캐치했고, 소통에 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챠밀라가 함께 동업을 하고 싶을 정도로 개발도상국내 학원 시스템 구축이라는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상당히 전문가 수준까지 이르렀다. 수환 역시 자신이 즐겁게 야근하게 될 줄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이번 프로젝트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척 제 자신이 신이 나있었다걸 발견했었습니다. 저 역시 제가 챠밀라 대표님이라면 어떻게 사업을 확장할 것인가를 고민하다보니, 저도 함께 경영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네요."

"알아요. 매니저님. 그래서 제가 욕심이 생겼던 거에요. 김매니저님을 동업자로 끌어들이고 싶었던 이유입니다. 하하"

"말씀이라도 감사하고 좋게 봐주셔서 또 감사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고생을 하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해서 그런지 매일 기분이 좋네요. 여하간 조심히 돌아가시고, 서둘러 스리랑카 출장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다소 미흡한 부분은 그때 보완하시도록 하시죠. 어서 들어가십시요. 대표님"

 

그렇게 챠밀라는 떠나갔다. 그 뒤를 천천히 바라본 수환은 무언가 뿌듯함이 몰려오고 있었다. 스리랑카에서 봉사활동을 펼칠때나 네팔에서 인턴으로 일을 할 때도 이런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일을 할때 온전히 자신이 가진 강점이 쓰이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붙었고, 시간을 들이더라도 일 자체에 신이 났었다. 자신의 생각이 곧 결과물로 나왔고 그것으로 무언가를 성취해 갔던 경험은 자신이 곧 인생의 주인공인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비록 모가스터디내 해외사업팀 매니저라는 조직속에 직책이긴 했으나, 이번 챠밀라 대표의 일은 일개 직원으로는 경험하기 어려운(대부분 직원은 도리어 경험하기 싫어했다) 일이었다. 업무의 총괄과 실행을 모두 지휘하고 움직이는, 마치 무대를 만든 감독과 극의 주인공은 수환 자신이었으며, 그가 이끄는 대로 일들이 대부분 진행되는 분위기 였다. 그만큼 회사에선 수환의 능력을 믿는 눈치였다. 다만, 초기 사업진행이다보니, 회사는 재정에 부담되지 않으면서 효과는 크게 낼수 있는 딜 모델링에 집중했다. 그런 배경에서 페이퍼로 우선 접근 하라는 상부 지시에 약간은 실망하던 차, 챠밀라의 현장을 와봐야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더욱 반가웠다. 역시 그의 현장 경영 감각은 뛰어났다. 수환은 돌아가는 차 안에서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상무님, 김수환 매니저입니다. 방금 챠밀라 대표 공항에서 배웅을 마치고 들어가는 길입니다. 배웅 중에 챠밀라 대표로부터 현장 출장 요청이 있었습니다. 모가스터디의 검토 안을 현실화하려면 아무래도 현장을 다녀와야 될 것 같습니다. 회사의 첫 해외 작품임 만큼 현장을 보고서 프로젝트 완성도를 더 높여 보겠습니다. 출장을 허락해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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