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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권 Jul 15. 2024

39화. 약점을 드러냈다. 그래도 다시 해보자고 했다

생각보다 견고했던 투자자와 픽미업의 거절 입장에 도준은 한동안 힘이 빠졌다. 은행원이라는 본연의 일 이외의 활동이였기에 더 신경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라는 마음 속 타협의 목소리가 삐져나왔다. 그런데 슬슬 자신이 그토록 확신하고 있는 디디박스의 상품성을 그들이 무시했다는 생각에 서서히 오기가 생겼다.


'이 자식들이. 게임체인저가 될 걸 몰라보고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거지...바보들인가. 왜 시장을 못읽지? 플랫폼사들이 크게 수익원이 없이 고사하게 된 다는 걸 모르진 않을텐데'


그러다가, 순식간에 나의 문제로 넘어갔다.


'가만...그쪽에서 받을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성사가 안될 가능성에 대해서 마음 준비를 하고 있었잖아. 내가 잠시 장및빛에 취해있었던거 아닌가? 다랑거는 내가 보낸 메일 하나만을 가지고 여기까지 끌고 왔어. 그 또한 기적같은 일 아니니? 솔직히 이역만리에 있는 스리랑카에다가 이 물건을 갑자기 던져놓고 누구든지 물어봐 하면... 그냥 덥석 하고 물까?그렇게 기대하지는 않았잖아. 되면 럭키고 안되더라도 다랑거라는 뛰어난 친구가 시장을 탭핑해줬다는 'GOOD TRY'는 있는거지. 그들의 답변을 받았다는 것도 일단 성공일 수 있어.'

 

서서히 도준의 성격대로 뇌의 회로는 이번 일을 긍정적인 시도쯤으로 정리해나가고 있었다.


'그래 아무것도 안했봤던거보다는 낫다! 잃을것도 없는데 뭐 어때!'


도준은 다랑거가 묻는 질문에 이제는 좀더 내막을 알려줘야 할 때가 온것으로 판단했다. 왜 자체적으로 도전하지 않는지 말이다. 메일에 김대표가 겪는 현실과 약점을 솔직하게 써내려가면서 도준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처음 다랑거와 컨택하땐 그가 움직여주기 위해서도 약점보다는 강점을 언급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픽미업의 반응을 기대하기 위해서도 '내가 돈도 없고, 쌓아놓은 데이터도 많지 않지만 그래도 나랑 해볼래?라고 하면 누가 손을 잡아줄까 싶었다.솔직히 떳떳하지 않았지만, 픽미업이나 스리랑카 정부가 갖는 결핍을 터치 할 수 있다면 또 모르는 일이다라는 베팅하는 심정으로 던졌음을 실토했다. 그렇게 약점들을 나열하며 쓰는 순간, 다랑거가 실망하고 돌아서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몰려왔다. 그래서 그에게 마무리 멘트로 아래처럼 썼다. 떠나가지 말라고.


 '나의 소중한 친구여, 이런 악조건에서도 그래도 우리의 꽤 괜찮은 아이템을 다시 'Build up' 해야되겠지! 우리 포기하지 말자!'


그도 가장이었고 시간이 많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귀한 시간을 뺏은거에 대한 미안함이 커져갔지만, 그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게 도준의 마음이었다. 다행히 다랑거는 빠르게 답장이 왔다.


Thanks. No problem.

Cheers

Best,

Tharanga


디디박스의 약점을 나열을 확인했다는 것과 생각보다 빈약한 김대표의 현 주소가 그에게 충격을 줬으리라. 간결한 그의 답변은 그 마음을 담고 있었으리라. 그럼에도 더 이해해보자면, 그는 도준을 신경써주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서로의 메일이 주고 받은 뒤 며칠이 지났다. 도준은 자신의 본업에서 오랜만에 몰입을 하는 중이었다. 어찌됐든 자신이 조직으로부터 눈 밖에 나지 않고, 성실하고 성과를 잘 내는 '그런 좋은 사람'으로 꾸준히 연기하는 자신이 꽤 나쁘지 않았고 심지어 안정적이기까지 했다. 요동치이는 않는 삶. 머릿속이 생활에 맡겨도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착시의 평온함'이 그를 덮던 어는 날 도준은 다시 메일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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