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도권 Jul 16. 2024

40화. build up!이라는 주문이 가져온 결과

메일창을 열어본 도준은 아래처럼 다랑거에게 메일을 보냈다.


나의 소중한 친구 다랑거. 그 동안 잘지냈어? 솔직히 픽미업과의 성사를 조금은 기대했었나봐. 며칠동안 아쉬움이 커서 다소 힘이 빠져있었어. 그래도 힘을 내야겠지? 그리고, 7월이나 8월 중에 스리랑카에 갈 예정이니 한번 보자.  우리의 삶과 꿈을 다양한 사업 이야기로 풀어보겠습니다.

나의 두번째 고향인 스리랑카에서 곧 만나^^


어쨌든,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우리의 꿈을 키워보자! 알았지?

때봐 다랑거!


도준의 충동적으로 결정내린 건 아니었다. 그저 본업이 있었던 그가 이번 일을 겪어보며 스스로 깨우친 점이라고나 할까.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해봐야 무엇이든 손에 잡히지 않을까'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도, 본인의 아이템이 아무리 혁신적이라고 하더라도, 자료만 던져놓고 관심갖지 않으니, 이놈들 나를 무시했네! 라고 생각하는 건 어불성설의 이야기였다. 도준이 처한 제한된 상황과 자료를 주기만 하면 관심을 보일거라는 아마추어적인 사고는 픽미업 관계자들로부터 차갑게 거절 당했던 건 어쩌면 당연했으리라. 물론 1차적으로 자료 전달하고서 그들이 조금이라도 관심 보이면 2차적으로는 현장 방문 예정이었다. 혹시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비행기타고 가서도 할 말이 있고 뜻깊은 미팅이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들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노는 게 아니었다. 수년 간 고민한 결과물이었던 네팔 jumjum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우선이었고 갈길이 바빴다. 그런 그들에게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자고 한다면, 여러 조직이 구성된 대기업이 아니고선 일반 벤처기업으로서 대처는 불가능할 수도 있었겠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답장이 온건 그 순간이었다.

다랑거의 메일이었다.



안녕 도준!
잘 지내고 있어. 고마워! 너도 잘지내지?
니가 스리랑카에 온다니 정말 좋구나. 당연하지 내가 기꺼이 너와의 시간을 보낼꺼야.
항상 꿈을 키우면서, 계속하자 도준!

그건 그렇고, 픽미업의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어제 나한테 별개로 연락을 취해왔어. 와우!그가 원하는 정보를 다 제공했고, 그가 말하기 , 자기 회사는 현재 네팔에서의 사업을 통해 매우 많은 걸 배우고 있으며, 시장에 잘 안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야. 네팔 사업이 그들에겐 가장 최우선순위인 것 같아. 다만, 우리가 제안한 디디박스와 협업은 네팔 건 이후의 천천히 천천히 진행할 것 같아. 어디 보자고. 이번 주에 그에게 후속 메모를 보낼 거야 
don't give up anything. build up! buddy!

다랑거


다랑거의 메일을 보고, 도준의 가슴은 뛰었다.


'뭐야! 디디박스를 완전히 거절한 게 아니었네!'


이순간 도준은 조직에서 승진했을 때보다 더 값진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게 뭐라고 그를 흥분시키는 가 했지만, 이게 비즈니스의 삶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성취감일까 싶었다. 무엇이 이뤄진 게 사실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들이, 아니 COO라는 사람이 개별로 다랑거에 연락을 취하고 자료를 받았다는 뜻이 무엇일지, 호기심을 넘어 희열 같은 감정이 일어난 도준이었다.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친애하는 나의 친구.

픽미 COO가 아직 검토 중이라고 하니 기분이 다!

계속 팔로우 해주면 좋겠다. 우리가 원하는 역사는 이제 시작이다. ^^

스리랑카를 방문했을 때 더 풍성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


벌써부터 설레네. 곧 만나자 다랑거.



메일을 빠르게 답장하고서 도준은 '이제 그 다음은?'으로 두뇌는 돌고 있었다. 그리고 다랑거의 메일을 김길상 대표에게 곧바로 토스했다. 사실 픽미업의 거절이 되고서 거절 메일은 김대표에게 전달하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할 그에게 괜히 더 힘들고 김빠지게 할 것만 같아서다. 도준의 허탈감이 깊었던 김대표에게 기쁜 소식을 줄 수 없다는 이유도 한 몫을 했었다. 그런데 COO의 개별적 관심! 그것을 김대표에게 서둘러 알려드리고 싶었다. 예상대로 김대표의 목소리는 밝았고, 도준의 노력을 칭찬하고 그에게 전권을 줄테니 하고 싶은 쪽으로 해보라는 따뜻한 말을 건네줬다. 김대표의 말은 곧 선언이었고 그 말에 도준의 가슴은 한껏 기쁨으로 채워지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게 사업가의 삶이구나.


부품이 아닌 대체할 수 없는 엔진처럼 뛰어다니면서 딜을 따내고 마는...그런 멋진 삶.


후흡!


'그 다음은?' 자! 생각하자 도준아!

팔뚝에 힘줄이 그의 기운찬 시동을 걸어주는 것만 같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39화. 약점을 드러냈다. 그래도 다시 해보자고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