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들어가며

by 이도권


'저는 은행원답지 않습니다.'


마치 저 자신을 커밍아웃하는 느낌입니다.

은행원으로 살아온 지 17년 차 돼 갑니다.

이제 와서 저의 정체성을 논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싶습니다만,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은행원이 갖는 고정적 이미지

'차갑고, 꼼꼼하고, 딱딱한'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법 많은 주변 동료분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넌, 은행원답지 않아'


처음엔 그 말이 상처였습니다.

일터인 은행에서, 은행원답지 않다는 말.

무척 상처되는 말 아니겠어요?

은행원처럼 일을 못했다거나, 행동이나 생각이 은행원답지 않았다고

바라봤으니 말입니다.

그런 말을 듣는 날이면,

휴... 혼자서 속상한 마음을 달래야 했습니다.

내게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그래서 다른 일을 찾아 나서는 가 싶기도 했고요.


다행히, 힘들었던 시기가 지나고 나니,

제가 가진 사고, 행동, 일하는 스타일들이 마냥 나쁘게만 보이지 않나 봅니다.

도리어, 하나 둘 사람들이 제 주변에 모여들었고, 또 저를 싫어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아마, '차갑고, 꼼꼼하고, 딱딱한' 은행원이 아닌,



'따뜻하고 싶고, 넉넉하며, 말랑말랑한 그리고 가끔 딴 생각이 많은' 은행원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어쩌면 이곳이 가장 솔직한 제 이야기를 쓰는 공간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 ^^ 감사합니다.